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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드하임은 뮤지컬신
얼마 전부터, 그러니까 내가 예비 대학원맨의 길에 발을 올렸을 때부터 계속 듣게 된 질문이 하나 있다. 왜 하필 실러냐는 거다.이 질문은 '실러가 왜 좋아요?' / '실러의 뭐가 그렇게 좋아요?' / '실러의 뭘 하고 싶어요?' 등의 바리에이션을 가진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 질문에 명쾌하고 속뚫리는 답변을 해주지 못했다. 항상 "아....ㅎㅎ" 아니면 "그러게요..ㅎㅎ" 라며 얼버무려주기만 했다. 그니까 그 이유를 나도 잘 모른다는 거겠지. 이유가 있어서 좋아하면 존경이랬고 이유가 없는데 좋아하면 사랑이랬다. ㅋㅋㅋ 나는 실러를 사랑하고 있는건데!! 이거는 200년을 뛰어넘은 참사랑인데!! 내가 이 사랑에 변명을 붙여줘야 할까?! 당연하지. 누가 사랑으로 논문을 써요. 이쯤되자 저 질문에 복사..
연출: 울리히 라셰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 실러가 를 완성했던 1803년에도, 아니 아마 인간의 미적교육에 대한 편지를 쓰던 1790년 중반에도 이미 근대의 징후들은 도시를 떠돌고 있었다. 실러는 말년에 아픈 몸으로 이사를 하겠답시고 베를린을 며칠간 돌아보았던 것 외에는 평생동안 소도시에 머물렀던 사람이지만 그의 시각만은 저 멀리까지도 예리하게 관찰할 수 있었나 보다. 기계처럼 돌아가는 (국가라는) 톱니바퀴 사이에 끼어 분열하는 인간이 그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고 그 미래의 시대를 살아갈 인간에 대한 실러의 이해였다.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 브레히트가 그 시의 제목을 이렇게 써먹으라고 붙여둔 건 아닐 테지만 여튼간 실러가 본 그의 시대도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였다. 실러는 그래서 고대 그..
2018 6월 30일 공연 지휘: 토마스 뢰스너 연출: 기 요스텐 출연: 바네사 고이코에체아(한나), 안갑성(다닐로), 나유창(제타), 김순영(발렌시엔), 허영훈(카미유) 아.. 괴롭다... ------------------------------------------------------------ 몇 주를 "아 괴롭다" 한 마디 남겨둔 채 후기 없이 뒀다. 그냥 그렇게 두고 모르는 척 할까 싶었지만 그건 국오에 너무 부당한(???) 것 같아서 딱 두 마디만 얹으려고 한다. 1. 100년 전 사람인 레하르는 여자도 man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걸 몰랐을 수도 있다. 그건 그냥 응, 그래. 멍청했구나. 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런데 2018년에도 그러면 안되지 않을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과제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쓰는 글. 지난 포스팅에서 말했지만 5월 중순부터 마틴 쿠셰 연출의 연극 가 뮌헨 레지덴츠 테아터에서 프리미어 공연을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과제와 공부 빼고는 다 재밌는 시기. 당연히 유튜브에 클립이라도 안 떴을까 싶어서 찾아봤다. 그런데 나오라는 돈카를로스 클립은 안 나오고, 진짜 괴상한 게 뜨더라. 2017년에 레지덴츠 테아터에서 올라온 쉴러의 풀영상이었다. 음.... 무대 위의 거대 러닝머신이라.... 정말 세계엔 괴랄한 연출이 많구나.. 하고 영상을 계속 돌려봤는데, 아니 이게 뭐야. 코러스를 전면에 내세운다. 진짜 대박 이런 거 처음 봤다. 연출가 이름은 울리히 라셰(라쉐? 한국어 표기법이 뭘까. Ulrich Rasche). 한번 검색을 돌려봤다. 뷔히너 뷔히너 괴테..
2018. 05. 19 공연 지휘: 정치용출연진 너무 많아서 생략 할 말이 없어서 안 쓰려고 했는데 그냥 봤다고나 남기자 싶어 쓴다. 공연에 전혀 집중이 안 되는 시스템이다. 막별로 잘라서 홍보문구로는 '미니 오페라'를 올리겠다는데 작품들이나 발췌된 막들이 일관성도 없고 그 넷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도 없음. 어쩌라고...? 게다가 작품 하나 지나갈때마다 커튼콜을 한다 차라리 세트 의상 다 동원되는 이런 거 말고 콘서트를 해요..... 노잼인 와중에 웃긴 부분도 있었다. 천생연분은 걍 전체적으로 웃겼음. 파혼 소문나는 합창 쓸데없이 개진지해서 초반부터 집중력 파사삭당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리골레토는 보는 내내 엌ㅋㅋㅋ 이 장면이 킨리사이드가 빈에서 조진 그 장면이지? ㅋㅋㅋㅋㅋ 하면서 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요일에 아침 버스 타고 학교가는길에 메일함을 열어봤더니 진짜 세상 띠용되는 메일이 와 있는 거라. "야, 우리 전에 니가 쿠세이 연출 괴테 봤던 뮌헨 레지덴츠테아터인데, 거기서 쿠세이가 이번엔 쉴러 올린다. 보러 와라." 아......... 시바. 한국 돌아온 지 3개월 됐다 어? 내가 를 보고싶어서 봤겠냐? 쿠세이 니놈이 하고 있는 게 그거니까 봤지????? 돈칼을 할거면 내가 독일에 있을 때 올리든가 진짜 환장한다. 최애 작가의 최애 작품이라고. 알겠냐, 쿠가놈아. 알겠냐고. 하긴 알면 이걸 지금 올릴 리가 없지 허튼님 뮌헨 보내줘 아니면 영상물 발매 해줘........ 여튼 분노하는 마음으로 프리미어 날까지 기다렸다가 시차 맞춰서 사진들을 찾아봤다. 다음은 레지덴츠테아터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들..
베현사 15번 3악장. 이게 있어서 다행이다. 버티다가 닳아 없어질 것 같으면 베현사 15번 3악장을 듣는다. 나는 클알못이라 다른 베현사들이나 베피소 베교같은 건 모르지만, 이 15번 3악장만큼은 정말 좋아한다. 아마 2015년인가 2016년이었을 건데, 테츨라프 콰르텟 공연 갔다가 이 곡 실연에 거하게 치여서 나온 뒤로 힘들때마다 듣게 됐다. 베토벤은 클래식신. 이번 학기는 정말 너무 힘들다. 왜때문에 학원 다닐 시간조차 없는건지 모르겠다. 교환학생 가기 전까지는 분명 학기 중에 전공공부도 하고 알바도 하고 독일어 학원도 다닐 수 있었는데.. 내가 1년 사이에 게을러진 것은 아닐 텐데 왠지 모르게 시간이 없다. 아니 사실 왠지 안다. 과제 진짜 미친 거 아닌지.. 거의 글쓰는 기계가 된 것 같다. 비..
2018. 04. 11 공연 국립극단 각색: 이미경 연출: 구태환 무대, 조명, 대사와 연기의 밀도가 특히 훌륭했다. 함께 보자고 추천해주시고 극장에도 동행하신 선생님은, 내가 '뭔소리야..'이러고 있으니까 나오셔서 힌트 주듯 엄청나게 무섭고 섬뜩하다고 하셨는데, 아하, 그 때 이해가 됐다. 무대로 많은 칭찬을 받고 있고, 나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무대감독 이름 보고 내가 처음 뮤지컬 입덕했을 때가 떠올라서 살짝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 때 ㅂㄷㅇ 무대 좋아했었거든... 수많은 문들, 그 문을 열어야만 무언가가 보이는 구조, 쌓인 눈과 적절한 조명. 각자 자신의 족쇄가 더 빛나고 아름답다며, 또는 서로의 족쇄를 빼앗으려(클람 국장의 애인 자리) 서로 다투는 노예들 그리고 그 한복판에 떨..
4월 6일 공연지휘: 세바스티안 랑 레싱연출: 뱅상 부사르 출연: 손지혜(마농), 국윤종(데 그리외), 공병우(레스코), 김철준(데 그리외 백작), 노경범(기요), 우경식(브레티니) 넘 맘에 드는 공연이었다. 가수진 전부 넘무 잘하고 오케도 무난무난했다. 문제는 관객이고 문제는 미세먼지다,, 오버쳐 연주하는데 기침,, 제발,, 구만훼,,ㅠㅠ 내가 오페라에 입덕한 시기가 독일 가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국오 공연을 실연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맨날천날 KBS 돈카를로 영상만 돌려볼 줄만 알았지 허튼님은 아무것도 몰라요. 독일에서 몇 번 그... 그 동백꽃아가씨를 보긴 했는데 항상 항마력이 딸려서 보다 껐다. 아아....... 아......... 세금흩날리는 소리.....! 그리고 요즘은 오페라 탈덕한 듯....
텍스트: 2015, 『프리드리히 실러의 미적 교육론』, 대화문화아카데미참고 논문: 위의 책 2부에 수록되어있는 논문. 조경식, 「프리드리히 실러 『미적 교육론』의 논리 구조에 관하여」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상적이었다. 그들은 총체성을 담지하고 있는 인간이었으며 그들 안에 보편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개별성을 파괴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의 본성들 중 개별적인 면들을 각각 분해하고 확대하여 예술 작품 안에 표현해냈지만, 그것은 갈갈이 찢긴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혼합이었다. 그들은 총체적인 인간의 모범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실러가 보기에 당대의 인간은 어떠한가! 실러의 눈에 당대인(우리에겐 근대인이 되시겠다.)은 "다양한 혼합물로서가 아니라 부서진 파편 조각의 형태"로 되어 있다. 즉 전체성이 없다!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