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드하임은 뮤지컬신
2017 슈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 <토스카> 후기 본문
**********오알못 후기 주의***********
지휘: Domingo Hindoyan
연출: Willy Decker
출연: Cellia Costea(토스카), Arnold Rutkowski(카바라도시), Markus Marquardt(스카르피아), DAvid Steffens(안젤로티)
입덕계기영상 05짤츠 라트라비아타 연출인 그 빌리데커 맞음 이사람 연출보러 간 것이다.
여기 와서 관극을 다니다 보니 안그래도 알못인데 아는 사람만 쫓아다니느라 멀리 떨어져 있는 굵직한 극장들만 몇 군데 가보고 바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슈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에는 한 번도 못 가봤다. 한번 가 볼까 싶어서 프로그램을 보는데 빌리데커 이름이 있길래.. 아 또 아는사람 쫓아댕기는 모양새긴 하지만 궁금하니까 가 봄.
아무튼 밥시간이 애매해서 슈투트 크리스마스마켓에서 커리부어스트나 먹을까 하고 일찍 끊은 기차표때문에 공연 시작 한시간 반 전에 극장에 도착해버렸다. 커리부어스트도 다 먹고 난 상태였는데. 그런데 의외로 그 시간에 극장 앞에 사람이 많더라. 무슨 일인가 싶어 같이 기다렸다. 알고보니 여기 슈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는 공연 전에 드라마투르기의 해설이 있는 모양이라, 이 클덕 오페라덕 노인분들이 그 드라마투르기 들으려고 일찍 자리잡으러 오신 거였다.
같이 들어봄
<토스카> 내용 설명이랑 시대적 상황 등등을 말해주는데 내가 독일어 잘 했으면 매우 유익했을 것이다. 작품 속에 묘사되어있는 교회 종소리들을 푸치니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고, 북으로 표현되는 대포 소리를 연출가가 흥미롭게 생각했다고.
작품 자체는 안 재밌을수가 없다. 이 프로덕션을 보기 전에 내가 봤던 토스카 영상은 카슨/매기/카우프만/햄슨 오펀하우스 취리히 버전. 햄슨 빨려고 봤는데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잘생겼었고 햄슨 노래에 대한 언급은 생략할것이며 이때부터였을까요 제가 자베르 상관 스카르피아를 밀었던 것이..... 뭐 그랬다. 저걸 봤을때도 토스카 진짜 재밌었는데 두 번째 봐도 재밌더라ㅋㅋㅋㅋ
1. 토스카
토스카라는 캐릭터 자체가 귀여운데 특히 1막에서 질투하는 장면 최고 귀엽다ㅠㅠㅠ 카바라도시한테 세번이나 "그래도 쟤 눈은 검은색으로 칠해줘8 38" 하는데 아니 카바라도시 엌케 저런 귀여운 사람이 꼬시는데 교회고 보나파르트 친구고 뭐고 다 내던지고 애정행각을 안 할수가 있는거지;;? 마지막에 카바라도시한테 "첫번째 총성이 울리면 그대로 쓰러져야 해!8 38" 하고 두번씩 강조하는것도 귀여움 포인트다. 흑흑 너무 귀여워 아 역시 내 남친은 예술가야<3 연기도 잘해 <3 했다가 죽은거 알아챘을때가 제일 귀엽고 제일 짠하다....ㅜㅜ
스카르피아를 찌르고 그의 긴 식탁을 빙 둘러 무대를 한 바퀴 돌고난 토스카는 식탁 위에 있던 십자가상을 들어 스카르피아의 죽은 몸뚱이 위에 올려둔다. 재밌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너같은 새끼가 모시던 신, 너나 가져라'인 것 같아서ㅋㅋㅋ
토스카 역 소프라노분은 이 극을 휘어잡고 가실만큼 목소리에 힘이 있었음. 토스카가 절규하는 부분에서만 내가 듣기 힘들어하는 음역대 내주셔서 제 감정이입에 매우 도움이 되었네요...
2. 스카르피아
내 첫사랑은 자베르였고 두번째는 스카르피아다ㅠㅠ
테데움 너무 좋다 푸치니가 테데움 쓰고 싶어서 <토스카> 쓴 것이 틀림없다 아닐시 스카르피아 저녁식사 테이블에 올라가서 스카르피아 나를 초대했나 부름.. 테데움은 뮤지컬의 1막 마지막 곡 공식에도 매우매우 잘 들어맞는다. 이걸 듣고나면 잔뜩 뽕이 차서 인터미션때 테데움 뽕을 만끽하게 되어버린다....
토스카: 카바라도시 개자식 날두고 바람을 피다니8ㅁ8 죽여버릴거야8ㅁ8
스카르피아: 여기 교회인데? 여기서?
토스카: 신도 내가 우는 걸 봤으니까 용서해줄겁니다8ㅁ8
스카르피아: 당신의 눈물이 마르는 걸 볼 수 있다면 내 삶을 전부 바치겠소.
하는 장면 다음에 스카르피아가 토스카 손등에 키스를 시도하는데 정신차린 토스카가 황급히 손을 빼버려 미수로 그치는 장면은 정말..... 내 마음의 음습한 어딘가를 쿡쿡 찔러서.... 견딜수가 없었네...
나는 스카르피아가 (본디 추잡한 캐릭터긴 하지만) 추잡하게 묘사되는 걸 좀 싫어하는데, 이 프로덕션 스카르피아는 처음엔 아닌척 교양변태인 척 하다가 2막에서 본격적으로 추잡해졌다. 눈 벌개져서 달려들고 뭐 그런걸 말하는 것. 하긴 "넌 내꺼야!!!!" 이 부분은 뭘 어떻게 해도 안 추잡할수가 없을 것 같긴 하다. 완벽한 사디스트로 보이긴 했다. 카바라도시 고문하는 소리를 토스카에게 들려주며 둘 다에게 고통을 주는 그 상황을 진심으로 즐기는 스카르피아였음.ㅋㅋㅋㅋㅋ 진짜로 너무 즐겁게 웃던뎈ㅋㅋㅋㅋㅋㅋ
이 스카르피아를 연기한 바리톤 가수분을 보며 든 생각은 역시 설득력은 비주얼에서 나온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이 정도 노래 이 정도 연기 이 정도 연출 이 정도 의상에 얼굴이랑 몸매가 흐보로스토프스키였으면 커튼콜때 야유 안 나왔을 것임. 솔직히 야유받을정도 아니었는데, 좀 답답한 부분은 있었지만. 야유 하는 사람 따로, 야유 받는 사람 따로 있는데 나는 왜 괜히 미안해하는지 잘 모르겠다.
3. 카바라도시
후기 쓰다가 트위터에서 트친분과 얘기하다 깨달은 건데, 와, 푸치니는 작품 제목도 타이틀롤도 소프라노한테 줘놓고선 얼마 나오지도 않는 테너한테 힘 빡준 아리아를 몰빵했다. 베르디는 제목을 돈카를로라고 지어놓고 카를로스한테 마땅한 아리아 하나 안 줬는데.
여튼 여기 카바라도시는 카바라도시에 정말 잘 어울렸다.ㅋㅋㅋㅋㅋㅋ 특히 고문당한 직후~총살까지 카바라도시 본인인 줄 알았다. 처연함이 넘쳐흘렀고... 예쁘게 죽었다......
테너 가수분이 자꾸 음을 필요 이상으로 길게 뽑아대는 통에 영 거슬렸던 것 빼곤 노래 퀄리티도 좋았다. 오묘한조화도 좋았고 비토리아도 좋았음 그냥 좀 적당히를 알고 끊을때 끊어줬음 싶었지만 자기 발성 뽐내고싶었나보지.. 노래 잘했고 총살씬에서 예쁘게 죽어서 다 봐줄수 있다. 봐주기로 했으니 별은 빛나건만은 언급 안하고 넘어간다.
4. 오케와 연출
오케가 다 했는데? 무대 위에 있는 가수들 사실 다 게스트임. 연주가 무대 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한치의 거슬림없이 극을 지배했다. 무대는 빌리데커답게 휑하고 아무것도 없다. 있어도 마리아상, 막달라마리아 그림 / 스카르피아 식탁이 전부. 3막에선 아래 사진처럼 조명으로 무대를 채웠다. 무대 바닥에 찢어진 천조각 몇 개와 함께. 그런데 이게 05짤츠를 처음 볼 때 시점의 나에게나 개쩔었지 2017년의 나에겐 아니란다. 취향이 바뀐 듯.
연출이 나쁘진 않았다. 간결하고 표현하고픈거 잘 표현했고. 특히 3막 총살씬 무대 전체는 아름답기까지 했다. 무대 위에 사람들밖에 없었는데도! 이 총살씬 무대가 자꾸 기억에 남는다. 아래는 커튼콜 사진인데, 3막에서 바로 커튼콜로 넘어온 거라 무대 바닥의 사각형은 3막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었고 무대 바닥엔 찢어진 천조각들이 있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점이 없다. 무대 뒷편의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점이 유효했다. 무대는 분명 비었는데 차 있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슈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의 무대 자체가 폭이 좁아서 가능했던 것일수도. 이런 연출 세종문화회관 운동장무대에서 하면 망할 것 같다.
+ '여자' 캐릭터에게 이렇다 할 서사, 이렇다 할 캐릭터성 하나 주지도 않는 한국 영화 몇 편 보다가 자신만의 서사 가지고 있는 여자 캐릭터 보니까 이거를 내가 의문의 페미극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진짜 인간이 한국영화를 몇 편씩 보면 이렇게 된다...
++ 커튼콜때 앙상블 안 나와서 실망했다 박수쳐주고싶었는데 왜 앙상블은 박수도 못 받게 하는겨
+++ 재밌었는데 1월에 메데아 보러 한번 더 갈까 고민된다.
'오페라, 클래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7 메트 <예브게니 오네긴> 감상 (0) | 2018.01.04 |
---|---|
2010 메트 <돈 카를로> 감상 (0) | 2018.01.03 |
2017 슈트트가르트 리더할레 - 롤란도 비야손 & 일다 압드라자코프 듀엣 콘서트 후기 (0) | 2017.12.01 |
2014 메트 <장미의 기사> 감상 (2) | 2017.11.17 |
2014 메트 <맥베스> 감상 (0) | 2017.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