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드하임은 뮤지컬신

2010 메트 <돈 카를로> 감상 본문

오페라, 클래식

2010 메트 <돈 카를로> 감상

허튼 2018. 1. 3. 08:51


지휘: 야니크 네제-세갱

연출: 니콜라스 하이트너

출연: 로베르토 알라냐(카를로스), 마리나 포플라프스카야(엘리사베타), 사이먼 킨리사이드(로드리고), 페루쵸 푸를라네토(펠리페2세), 안나 스미르노바(에볼리)


한 달쯤 전인가 아침에 일어나서 트위터를 보는데 오페라 탐라 트친분들이 얼음집의 ㅎ모님 닉네임을 번갈아 부르며 웃고계신것임. 뭔 일인가 궁금해서 달려가봤는데 아니 이게 무슨소리요 내가 저격당하고 있었다  ㅋ ㅋ  ㅋ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 글은 (보실 진 잘 모르겠지만) 답글 + 감상문입니다. 

편의상 넘버링해서 쓰겠습니다.




1. 먼저 킨ㄹㅣㅅr 2 드의 목이 드러난 문제의 짤은 제가 파페 검색하다가 발견한 물건일 거예요. 파페한테 감사 인사라도 해야겠습니다. 제가 ㅎ님의 친절한 저격을 받게 되다니.. 비꼬는 게 아니라 정말루요. 제가 뱀파춤 파고 제 트친이 뒤베몰라의 크리스티나 팔 때부터 봤던 블로그거든요... 글은 올리신 당일에 보긴 했는데 덕질할 최적의 타이밍을 찾다보니 미루고 미뤄서 크리스마스 휴가기간까지 와버렸습니다. 감상이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2. "살아있는 로드리고로는 로드펠 미는 사람으로서 이런 펠로드는 너무 전형적인 구도라 안 꼴립니다만(덩치 있는 연상 황제공에 덩치 작은 연하 신하수라니 이딴 베이직한 건 요새는 급식 동인녀들도 안 먹을 듯)"라고 하셨지만 저는 04 빈 슈타츠오퍼 프로덕션의 보 스코부스 로드리고를 메인 로드리고 이미지로 밀고 있습니다. 안심하세요. 떡대 안경 금발 포니테일 연하 신하수입니다.



원래 댕댕이수가 이 동네 메이져 아니던가요?



3. 어쨌든 친절히 알려주신 대로 영상을 전부 봤는데요. 이 프로덕션을 펠로드로 영업하시게 만들어서 죄송한 마음 뿐이에요. 저는 이 프로덕션을 보고 로드칼에 개안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2막에서 처음으로 디오 체넬알마 인폰드레- 나오기 직전에 금관이 뿜-- 하면서 드릉드릉 시동 거는 부분이요. 거기서 킨리가 알라냐를 쳐다보면서 그 큰 눈을 꿈뻑. 꿈뻑 하는데 이런 장면 세 번만 더 있었어도 킨리 팔 뻔 했어요. 말씀하신대로 물고빨고 난리가 났어요.. 이 분들한테 트루럽은 로드리고/카를로스 라인더라구요. 제가 지금까지 펠리페/로드리고 밀었던 건 다 헛짓이었어요. 앞으로는 로드칼도 잘 먹겠습니다. 반찬투정 할 거리가 아니었어요. 



4. 레스타테는 재밌게 봤어요. 특히 재밌었던 구간을 몇 개 꼽아봤는데, 넘어가셔도 괜찮습니다.


자유를 주십시오! / (아후 저 망할놈..)


이상한 몽상가로구나. / (그 자리에서 사직서..또는 목 쳐달라는 도끼 제출)





아, 이 연출은 정말 좋았어요. 펠리페가 손을 들어 바로 그 손으로 플랑드르를 짓누를 것을 보여주는데, 옆에서 로드리고가 천천히 자기 손을 바라보는 연출이요. 그냥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헛웃음인지 쓴웃음인지 입꼬리를 씰룩 움직이는 것까지 최고됩니다. 아니 킨2ㅣ 이분이 연기를 잘하시더라고요?!?!?!? 로드리고가 이때까지만 해도 자기 손으로 자기 무덤을 팔 줄은 몰랐겠죠ㅠ





그리고 손등키스미수씬은 여기서도 바람직했답니다. 마지막에 머리에 손을 얹는것까지 완벽해서 눈물이 앞을 가려요. 

 



이건 그냥 로드리고가 건방져서.... 세계의 절반을 통치하는 왕 앞에서 저 제스쳐는 너무 건방지지 않은가요? 내 뺨을 갈긴 녀석은 너가 처음이야★하면서 펠리페가 반할 만 하다니까요.



5. 강조하신 그 씬의 마지막 부분은 정말 좋았어요. 표현하신대로 "독하게 끊어내는" 모습이 역설적으로 트루럽처럼 포장되더라구요. 역시 푸를라네토 옹은 펠리페 장인이셨어요. 이 프로덕션에 라크리모사가 없다는 걸 기억해낸 저는 처음엔 '라크리모사가 없는데 어떻게 펠로드가 되지??' 하고 의심했거든요. 그 어려운 걸 푸를라네토 옹이 해내고 계셨습니다.

그렇지만 라크리모사가 없는 건 아무리 펠리페가 미련에 질척거리고 있어도 좀 허전하지 않은가요? 막 자기가 죽여놓고는 "그는 내 첫 사랑이었다! 단 한 사람이, 이시대의 단 하나의 영혼이 있었건만, 그는 나를 경멸하고 죽었구나!" 이런 가사로 질척대는 모습도 좀 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아무리 연출로 질척임을 표현하고 연기가 받쳐준대도 가사로는 달랑 "누가 다시 내게 이 사람을 돌려줄 텐가?"만 하고 봉기 일어나니까 괜히 찝찝하고 그런 거 있지 않나요???? 오히려 독하게 끊어내고 대심문관에게 무릎꿇을 때 대심문관/펠리페의 황혼불장난 각이 서지 않나요??!?!?!?!?!!!?!??



6. 친절하게 영업해주셨는데 애먼 것들만 들이키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재밌게 잘 봤어요. ㅎ님께서 안 알려주셨다면 이 프로덕션 영상물로 남아있는줄도 모르고 넘어갔을 거예요. 정말 동인질하기 좋은 프로덕션이었고 제가 08 ROH 영상 올리면서 광광 울고 있는 걸 보시고 답답해하실 만 했습니다. 어휴 어떻게 이걸 두고 저걸로 광광댔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감사해요. 5년 전에 팠으면 좋았을 텐데, 5년 전이면 제가 아직 독문학의 ㄷ자도 모르고 뱀파이어들의 춤 보고 바튼옹 데모앨범 들으면서 겟세마네 대충불렀다고 놀릴 때라 지금이라도 파고 있는 걸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어쨌든 팬픽 열람의 마지막 열차는 탄 거니까요. 8ㅁ8




아래부터는 이 프로덕션 나머지 감상으로 잇겠습니다.




이 프로덕션에서 가장 좋았던 연출은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올리바레스 추방씬이었다. 전에 주빈메타가 스벤에릭 베흐톨프랑 같이 5막판 돈칼 만들면서 프랑스 백성들의 합창과 퐁텐블로 씬이 없으면 돈카를로 아니라고 했던 인터뷰가 계속 머리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저번 파리돈칼 후기 쓰면서도 가져왔던 것 같은데, 여기서 다시 한 번 더 가져와야 할 것 같다. 이 프로덕션은 퐁텐블로는 있는데 프랑스 백성들의 하소연은 없는, 또 하나의 개족보 프로덕션이다. 이상한 건 5막짜리 프로덕션이면서 1막 첫부분 합창도 없고 4막의 라크리모사도 없다는 점. 그럴거면... 왜... 5막으로... 만든거야...?

하여튼 1막이 잘리면 엘리사베타 캐릭터는 그냥 얼굴 좀 많이 나오고 노래 좀 많이 하는 여캐1 정도가 되어버리는 통에 영 아쉬웠는데, 올리바레스 추방 씬 연출이 신기하게 엘리사베타의 상황을 절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다른 영상물 볼때는 이 추방이 단순히 펠리페가 엘리사베타 앞에서 권위를 과시하는 것 내지는 일종의 서열정리라고 생각했고, 그런 펠리페에게 엘리사베타가 오히려 꼽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걸 보니까 이 상황에서 가장 고독한 사람은 엘리사베타더라. 모두가 그녀에게서 몸을 돌리고 있는 이 마드리드 왕궁에서 단 하나의 믿을만한 사람이었던 측근마저 추방당한. 그 위기감과 불안함이 시각적으로 확 다가왔다.




13 짤츠판 <돈 카를로> 때 카우프만이 카를로스의 행동을 "엘리사베타에게 자신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욕구"에서 발현된 거라고 말하는 인터뷰가 있는데, 정작 13 짤츠 볼 때는 잘 모르겠다가 이번에 이 프로덕션 아우토 다 페에서의 알라냐 연기 보고 알게 됐다. 플랑드르 사절단 데려와놓고 만면에 >>>뿌   듯<<< 이라고 써놔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플랑드르 사절단 괜히 1차원적인 생각밖에 못 하는 왕자 따라왔다가 전부 화형당했을 거 생각하니 불쌍해 죽겠다. 엘리사베타랑 로드리고 골때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최애 대사 캡쳐 안 하고 넘어가면 서운하다. 지옥의 가장 아랫층에서 팀라이스랑 같이 만나자 실러야




++++++


그리고 이건 사족인데,




로드리고의 죽음에서 이러고 노래하는 걸 보니 오페라가수들이 너무 불쌍해서....

뮤지컬 남캐들 못지 않게 오페라 남캐들도 무대 위에서 사족보행을 자주 하지 않느냔 말이다. 사족보행만 하면 다행이지 65kg짜리 건장한 성인 남성을 어깨 위에 올리고 아리아 불러야 하는 피가로의 결혼도 있다. 그런데 오페라 남캐들에 비하면 뮤지컬 남캐들은 양반인 것 같다. 걔넨 마이크라도 있잖아. 오페라 가수들은 마이크 없으니까 저렇게 필사적으로 앞에 보고 노래해야 하는 거다. 애잔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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