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드하임은 뮤지컬신
2017 슈트트가르트 리더할레 - 롤란도 비야손 & 일다 압드라자코프 듀엣 콘서트 후기 본문
*******오알못, 성알못, 클알못 후기 주의*******
2017년 11월 29일 공연, 슈투트가르트 리더할레, 베토벤 살
테너: 롤란도 비야손
베이스: 일다 압드라자코프
연주: 야나첵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Guerassim Voronkov
프로그램
1부
레즈니체크 <Donna Diana> 서곡
베르디 "L'esule"
<Attila> "Oltre quel limite, t'attendo"
마스카니 Intermezzo <Cavalleria rusticana>
보이토 <Mefistofele> "Giunto sul passo estremo"
"Son lo spirito che nega"
"Strano figlio del Caos"
2부
소우툴로/베르트 <La del Soto del Parral> "Ya mis horas felices"
라흐마니노프 "Ne poj, krasavica pri mne" op. 4/4
마스네 <La Vierge> "Le dernier sommeil de la vierge"
가스탈돈 "Musica Proibita"
덴차 "Occhi di fata"
폰키엘리 <La Gioconda> "Danza delle ore"
라라 "Granada"
헤르만/헤르벤카 "Ochi Chyornye"
앵콜곡은 듀엣으로 오버더레인보우, 비야손이 로시니 La Danza, 압드라자코프가 뭘 불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모차르트같은 곡이었다. 그리곤 아예 짐작도 안가는 곡 듀엣으로 부른 다음 마지막으로 푸니쿨리 푸니쿨라였음.
푸니쿨리 푸니쿨라 박수에서 끝나질 않고 객석 떼창할뻔ㅋㅋㅋㅋㅋㅋ 슈투트 성악덕후 할매할배들이 잠깐 따라부르려다가 남아있는 이성을 이용해 참으셨다.
0. 이 공연까지 보면 10년도 더 된것같은 차세대 쓰리테너 이번 교환기간동안 다 보고 간다. 비야손은 내 오페라 입덕계기였던 05짤츠 빌리데커 연출의 <라 트라비아타> 알프레도로 처음 봤는데 지금도 가끔 그 때 영상 보면 와.... 저 때 진짜 잘했다... 하고 감탄함ㅋㅋ 물론 입덕은 거기 파파제르몽인 토마스햄슨으로 했습니다... ^^..
일다 압드라자코프는 희한하게 내 교환기간동안의 관극 일정이랑 겹치는 스케줄이 많아서 교환기간동안 세 번이나 보게 되었다. 불평할 게 없는 가수라고 말할 수 있다. 짤츠에서는 심지어 오른팔엔 플로레즈 왼팔엔 스토야노바를 들쳐업고 하드캐리했던 불굴의 베이스시다. 이 사람은 실력에 기복이 없을 것만 같은 믿음이 생겨버렸음ㅋㅋ
이 공연은 얼마 전에 DG에서 발매한 두 가수의 듀엣 앨범 홍보 차 꾸려진 투어 공연이다. 유럽 전역의 여러 도시들을 돌면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한다. 비야손과 압드라자코프의 인스타그램에 가면 자기들끼리 홍보영상 찍어서 올려두는데 컨셉이 정말로 귀여움.
슈투트가르트 홈페이지에는 프로그램을 미리 공지를 안 해줘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곡이 나오는지도 모르고 갔는데 아니나다를까 프로그램에 아는 곡이 없었다. 판햄-왈로우 덕질하다가 그라나다만 오억번쯤 들었지.... 오알못 인증에 부끄럽지만 사실이라 할 말이 없네.. 아무튼 프로그램북 사고 좀 당황했다. 베르디를 부른다곤 했는데 그 베르디 작품이 아틸라일줄은 몰랐지..ㅋㅋㅋㅋ 1부 후반부에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가 세 곡이나 들어있긴 했는데 전에 메트 실황상영 보러 갔다가 (파페가 나옴에도 불구하고!)심하게 졸았던 기억이 있어서 아는척하기도 머쓱하고. 여튼 오알못의 뼈저림을 느끼며 객석에 앉아있었다. 심지어 2부는 오페라 아리아도 아니고 가곡들이 대부분 아니냐고.
2. 오케 단독연주가 네 곡이었는데 네 곡다 정말 좋았다. 특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인터메쪼랑 폰키엘리 <지오콘다> 시간의 춤 들으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오더라. 시간의 춤은 어디 영화같은데서 들어본것같았는데 잘 기억이 안 남. 지휘자랑 가수 두 명 이렇게 세 사람이 인간 자체가 유쾌한 사람들인 것 같아서 더 재밌었다. 비야손 유쾌한거야 전세계에 익히 알려져 있고, 압드라자코프도 되게 귀여운 러시아 불곰인 것 같다. 프로덕션 분위기메이커같은 느낌. 지휘자 옹도 만만찮게 유쾌해보이심.
3. 누가 아직도 아직도 비야손 목 걱정하지요? ; 첫 곡 부를때는 좀 별로였는데 1부 비야손의 두 번째 순서였던 파우스트 아리아 너무 좋아서 눈물 날 뻔 했다. 그 다음부터는 2부~앵콜에 이르기까지 쭉 상승세였음. 잘하더라. 개인적으로는 무리하게 고음을 뽑거나 과하게 음을 늘려 지르는 건 좀 별로였지만 이 파우스트 아리아만큼은 이 공연 최고였다. 카우프만같은 단단함이나 플로레즈같은 맑은 고음은 없지만 비야손한테는 비야손만의 짙은 호소력이 있었고 그걸 자기도 알아서 열심히 활용하고 있었다.
물론 비야손의 발성법,,?은 내 취향이 아니다.. 목소리가 이렇게 덜덜덜 떨리는데 그상태에서 발성을 길게 뽑으면 어떡해요 아재...ㅠ 이게 본인이나 성악잘알들한테는 괜찮은 것 같은데 알못인 나한테는 괜히 내가 다 불안해짐. 고음이나 길게 유지하는 부분에서는 살짝살짝 듣기 불편한 느낌도 있었음. 그렇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잘 하지 않냐고 실드쳐주고 싶다. 불편한 느낌이나 불안한 곳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드를 쳐주고 싶게 만드는 것도 재주다.
이번 공연에서 신기했던 경험은 그 불안함마저 비야손이 지 호소력으로 바꿔버린 부분이었다. ;; 나는 원래 파우스트 생각만 하면 토하는 사람인데 비야손이 부르는 파우스트는 왠지 모르게 내 극혐필터를 한 번 거치지 않고 바로 마음에 와서 박혀버리는 거라.. 파우스트 박사의 고뇌가 필터 없이 바로 와닿으니까 얘가 겪는 고통이 세계 제일의 고통같고 얘가 하는 사랑은 천년의 사랑같은 거다. 미치겠네. 그 때 느낌이 아직도 생생함ㅋㅋㅋ 어떻게 한 거지.
4. 압드라자코프는 진짜 개런티드된 가수다. 이 사람은 아무리 아파도 자기 실력 보여주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임. 비야손이 1부 첫곡에서 골골대며 들어갔는데 바로 다음 차례에서 성량비교되게 콘서트홀 쩌렁쩌렁 울리는 게 느껴지더라.. 그리고 메피스토가 너무너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겉으로보기엔 무시무시한데 좀만 자세히 보면 되게 귀엽고 하찮아 보여서.. 실력이 하찮다는 건 절대 아님 난 이사람이라면 뭘 해도 다 잘할것같음ㅋㅋㅋ 괴물베이스같았다. 메피스토가 간지나게 휘파람부는 부분에서 살짝 삐끗해서 지휘자랑 동료 가수랑 관객이 다같이 놀리긴 했지만.
아무튼 좀 대단한 사람이다. 이정도로 믿음 가는 가수가 있을까 싶음; 1부에서는 왕과 악마를 불러야 하고, 2부에서는 사랑의 노래들을 불러야 했는데 이 극단의 분위기를 둘 다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이 사람의 펠리페를 생각하면 무서워서 오금이 저릴 지경이나 바스티유 돈카를로스에서 압드라자코프의 펠리페를 그따위로 묘사한 건 정말 비극이었네.
5. 궁금한 건 베이스랑 테너 목소리가 전달되는 진동폭의 차이 뭐 이런 내가 모르는 과학적인 이유가 정말 있는지 여부다. 여기서 공연 몇 번 보면서 느낀 게 한결같이 전달되는 범위 자체가 확연하게 다른 것 같아서 생긴 질문인데.. 그럼 테너라는 성부 자체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거 아닌가 싶어서. 내가 아직 실황에서 만족할만한 테너를 못 찾아서 그렇다. 올해 본 공연들 전부 통틀어 가장 괜찮았던 테너는 돈지오반니에서 옥타비오 맡았던 가수고 그 외에는 다 그만그만했던 걸로 기억한다.
6. 결론만 말하면 교환 와서 본 공연중에 가장 만족도 높았던 공연이었다. 오죽하면 저 프로그램으로 유튜브 리스트도 만들었다.ㅋㅋㅋ 그리고 압드라자코프를 파면 정말 기복없는 덕질을 할 수 있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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