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드하임은 뮤지컬신
2014 메트 <장미의 기사> 감상 본문
지휘: 제바스티안 바이글레
연출: 로버트 카슨
출연: 엘리나 가랑차(옥타비안), 르네 플레밍(마샬린), 귄터 그로이스뵈크(옥스 남작)
이 유명한 프로덕션이 드디어 블루레이/DVD로 정식 발매되었다. 독일 아마존 발매일은 11월 10일이었는데 발매 하루 전에 결제했더니 매진이라고 뜨더라.ㅋㅋㅋㅠㅠ 이걸 노리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다니 놀랐다. 그래도 일주일쯤 기다리자 배송이 왔다. 요즘 한국에서도 메트 오페라 라이브 상영으로 틀어주고 있던데, 아 한국가고싶다...ㅠ
파리 돈카를로를 보고 거기 퇴근길에서 가랑차의 얼굴에 미친듯이 치여가지곤... 그래서 본 거 맞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영 취향이 아니었다. 내 귀에 너무 과했다고 해야 할지... 다른 의미의 바그너 같았음. 강약중강약의 구분도 모호하고 계속계속 흘러가는 과한 느끼함에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었다. 그런데다가 연출도 과하게 정신없어서 힘들기 짝이 없었음. 차라리 스토리까지 같이 정신없었으면 스토리 따라가느라 집중이라도 했을텐데, 플롯은 별거 없는 로맨스 얘기라.... 베르디의 찰진 막장 대본맛과 찰진 강약조절이 그리워지는 세시간 반이었다. 아니...... 그니까... 이따위 스토리를 어떻게 세시간 반으로 늘리고 늘려서 작품을 만들어요...?? 말이 됩니까..? 내가 베르디옹의 미친 4시간 40분짜리 오페라 파다가 넘어온거라서 웬만큼 긴 거는 괜찮은데 별 스토리도 없으면서 길기만 하면 무슨 의미냐고ㅠ
가랑차 얼굴 보려고 본 영상물이라 그 목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아진짜...... 최저생활 복지용으로 1가정 1옥타비안 보급해줘야 함..... 블루레이라서 캡쳐가 안 되는 관계로 그 미모 맛만 보세요..
개인적으로 저 코트 입었을때가 대미친것같음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 옥타비안이 옥스 속이려고 사창가 갔을 때 착장이 진심으로 찰떡인데 이건 영상으로 봐야 한다. 가랑차가 한 번 웃을때마다 허튼이 세 번 울었음 죽을만큼 좋아서.... 가랑차가 바지역을 은퇴했다니 슬프지만 그래요 당신의 행보를 존중합니다...ㅜㅜ
개인적으로는 '니 연애 너나 재밌지'의 마인드로 살아가는 사람이라 이 극에 절대적으로 이입할 수 없는 마음의 장벽이 높게 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네 플레밍의 마샬린은 마음이 찡하게 아파오는 구석이 몇 장면 보이더라. 1막 마지막에 마샬린이 옥타비안에게 "사랑하니까 헤어지는거야" 시전할 때와 3막 후반부에 3중창 부근이었다. 마샬린은 옥타비안을 정말로 사랑했어.... 그들은 사랑을 했다구... 르네 플레밍의 마샬린은 최고로 고져스했다. 플레밍이 이 역을 70번이나 했었다니, 역에 잘 어울리지 않을 수가 없지 않겠나..
그런데 정말로 인상깊었던 것은 가랑차의 미모도 플레밍의 가창력도 아니고 옥스의 연기력이었다. 옥스 역의 귄터 그로이스뵠 연기 너무 잘해서 옥스 본인이 온 줄 알았음ㅋㅋㅋㅋㅋㅋ 진짜로 때려주고싶게 연기해서.... 옥스 없었으면 이 정신없는 연출 어떻게 휘어잡고 흔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가수의 옥스를 보면서 파페가 옥스 한다고 하던데 이 역할을 파페가 하면............ 진짜....... 때리고싶겠다... <<이 생각이 자꾸 머리를 노크해서 미칠것같았다ㅋㅋㅋㅋ
여기서 궁금한 게 있는데 옥스 역 가수 오스트리아인이던데 대체 왜 ei를 원래 호흐도이치 발음인 "아이"라고 하지 않고 계속 "에이"라고 하는 건 지 모르겠다. 가랑차가 사창가에서 옥스 속이려고 연기할 때 원래 발음을 내던지고 심한 사투리로 노래하던데 그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발음연기인걸까 싶었음. 아마 그게 맞는거겠지.
스토리가 하도 없어서 별로 할 말도 없다. 가랑차가 미친듯이 아름다운데다가 노래도 연기도 잘함. 본진 될 자격이 충분하다.
슈트라우스는 이젠 굳이 찾아듣지는 않을 것 같다. 충실한 베르디언의 길을 걸어야겠음.
'오페라, 클래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 슈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 <토스카> 후기 (2) | 2017.12.11 |
---|---|
2017 슈트트가르트 리더할레 - 롤란도 비야손 & 일다 압드라자코프 듀엣 콘서트 후기 (0) | 2017.12.01 |
2014 메트 <맥베스> 감상 (0) | 2017.11.12 |
엘리나 가랑차 - Ave Maria (William Gomez) (2) | 2017.11.05 |
Met Opera Live 2017 메트 <마술피리> 감상 (2) | 2017.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