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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메트 <예브게니 오네긴> 감상 본문

오페라, 클래식

2007 메트 <예브게니 오네긴> 감상

허튼 2018. 1. 4. 21:13

******오페라 알못, 클알못 후기 주의******



지휘: 발레리 게르기예프

연출: 로버트 카슨

출연: 르네 플레밍(타티아나),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오네긴), 라몬 바르가스(렌스키), 엘레나 자렘바(올가)




하나의

설득력은

얼굴에서 나온다




허튼님 왜 이걸 지금에서야 보았을까요 10년도 더 지난 프로덕션인데 왜 아무도 이것은 허튼님의 취향을 덤프트럭으로 치고 갈 수 있다 말해주지 않은 거죠....


딱히 감상이라고 할 만한 글은 아니다. 내가 러시아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점 +원작을 안 읽어서 배경지식이 없는 점 + 얼굴이 너무 다 해 먹었던 점 = 남는 게 없음. 카슨 선생 연출이 원래 이렇게 휑했던가, 다른 작품들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 프로덕션 무대는 좀 너무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다. 낙엽과 의자들과 침대 정도? 그래서 그런지 얼굴에 더 집중하게 된다. 아... 일부러....... 우리 존나 잘생긴 사람한테 존나 예쁜 옷 입혀놨으니까 쓸데없이 무대 보지 말고 얼굴이나 좀 보라는 카슨 선생의 빅 픽쳐...... 그랬구나.....



각설하고, 역시 사람이 연애를 책으로 배우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이 처음 만나자마자 마치 한스 만난 안나처럼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주세요!"라고 밤새 연애편지나 쓰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역시 남자가 쓸데없이 똑똑하고 고학력이면 안 된다. 말도안되는 """이성적인 나"""자기애에 빠져서 지 좋다는 여자한테 씨알도 안 먹히는 충고나 하게 되지 않느냔 말임. 누군가 남자만의 날카로운 이성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수많은 유럽백인남 철학자들을 보라. 그런데도 어떻게 타티아나가 오네긴의 머리를 총으로 날려버리지 않을 수 있었느냐, 바로 얼굴과 피지컬과 목소리가 흐보옹이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이 프로덕션 보고 덤프트럭으로 덕통사고 당해서 좀 찾아봤는데 이따위 서사 속에서 올가를 까는 후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영상 발로 봤나???? 그 후기 쓴 사람이 렌스키라고 해도 납득할 수가 없다, 렌스키야 생각을 해 봐 니가 올가라면 흐보로스톱스키 마스크에 피지컬에 목소리 가진 사람이 춤 신청하는데 거절을 하겠냐고. (바르가스 의문의 1패) 이 서사 최대 피해자가 올가 아니냐고... 올가야 행복해라ㅠ





올가가 오네긴이랑 춤추는 거 보는 렌스키 표정 너무 짠하긴 해서 그냥 그런가보다 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나 플레밍 좀 좋아하는 것 같다... 원어민인 흐보옹을 제외하고 이 프로덕션 다른 가수들이 전부 뭉개지는 러시아어 딕션을 하고있다던데 나야 러시아어는 스파씨바밖에 모르니까 딕션을 어떻게 알겠음.. 1막에서 유모에게 사랑을 물어보고 밤새워 고백 편지를 쓰는 플레밍을 보고 있자니 좀 인지부조화가 와서 '흠.. 저 분 나이가.... (멀찍)' 이러면서 봤는데 3막 대공비 된 플레밍 타티아나 넘나 고져스하셔서 납득했다. 1막과 2막은 3막 타티아나 회상인 거라고 자체보정하면 되니깐요.



이쯤해서 잘생김 충전하고 갑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3막에서 대공비가 된 타티아나를 보고 아 이게 사랑이었구나! 를 뒤늦게 깨달은 오네긴의 아리아. 후회공의 정석으로 각성하는 순간이다. 흐보옹 연기가 거의 신급이더라구요...?







이거를 계속 비웃으면서 보기는 했는데 내가 비웃고는 있어도 어쩐지 마음 한켠은 쓰린 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더라. 그러던 와중에 한 트친분이 "우리가 몇년전까지만해도 남캐에 공감해서 이입하던 솜씨를 발휘하면 오네긴캐도 타티아나도 다들 불안하고, 그래서 아무것도 도전하지 못하고/용감하게 돌진하고 어리고 자기애적이고 실수하고 회한을 품고..."라고 멘션을 주셨다.

아 그거구나. 나는 언제든지 ((몇년전까지만 해도 남캐에 공감하고 이입하던 솜씨를 발휘하면)) 오네긴이 될 수도 있고 렌스키가 될 수도 있었던 거다. 나도 곧 쓸데없이 대졸 될거고(ㅋㅋㅋㅋㅋ) 쓸데없이 자기애 넘치는데다가 쓸데없이 사소한 것에 사로잡히곤 하니까요... 아 내가 어느 순간 오네긴이 될 지도 모른다니 넘나 싫다 그 때가 되면 나의 렌스키같은 친구가 내 머리를 쏴주길 바람.. 

덧붙여 그 유명한 차콥 왈츠도 좋았다. 다 보고 나면 흥얼거릴 수 있게 귀에 남는 음악이라서ㅋㅋ. 한국 돌아가면 원작 찾아 읽고 이 영상 정발 블레 사야겠음. 한국어자막이 있다구 하니 부담없이 살 수 있다.ㅠㅠ 그리고 다음은 2012년에 암스테르담에서 보스코부스가 오네긴 맡은 영상 봐야지. 얼굴이 안 되면 이 작품 못 보겠고 보 스코부스 피지컬 깡패니까 흑흑흑흑흑 


허튼님은 어쩌다 오네긴 광인이 되었는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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