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드하임은 뮤지컬신

Met Opera Live 2017 메트 <마술피리> 감상 본문

오페라, 클래식

Met Opera Live 2017 메트 <마술피리> 감상

허튼 2017. 10. 16. 09:19

지휘: 제임스 레바인

연출: 줄리 테이머

출연: 골다 슐츠(파미나), 카트린 레벡(밤의 여왕), 찰스 카스트로노보(타미노), 마르쿠스 베르바(파파게노), 르네 파페(자라스트로)


31유로 내고 호갱짓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튀빙엔에서 메트오페라 라이브 보는것임. 내가 파페에 코가 꿰이지만 않았어도 안 보러갔을텐데 르네파페 이 인간이 내가 한국에 없는 사이에 내한을 한다잖나.. 억울하고 빡쳐서 큰 스크린에서라도 파페 얼굴 보자고 동네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상영관 얘기부터 해야겠는데 여기 영화관 거지같은건 10월 14일에 이거 보고 집에 와서 울면서 진작에 포스팅했음.(http://youlamb.tistory.com/63)  이따위 오디오를 갖다놓고 오페라 실황을 상영한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양심 네카강에 갖다 팔아버린 게 틀림없음. 오버츄어부터 스피커가 찢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ㅋㅋㅋㅋㅋㅋㅋ 바리톤 목소리에 찢어지는 스피커 갖다놓고 31유로 받아먹으며 장사하는것인데... 진정한 독과점이 아닐 수 없다. 튀빙엔에서 호갱되느니 6개월 참았다가 3만원주고 메가박스 가는 게 오조오억배는 낫다. 나는 좀 호갱력이 지나쳐서 1월 27일에 이 거지같은 상영관에 오폴라이스 토스카, 그리골로 카바라도시, 브린터펠 스카르피아 보러 또 갈것같음ㅋㅋㅋㅋㅋㅋㅋ 브린터펠 스카르피아를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데 어떻게 덕후가 그냥 넘어가겠나..... 31유로에 샴페인 한 잔이랑 버터브레첼 한 개 포함이면 해볼만 하니까! ^0^*!


영화관 욕은 여기까지 하고 오리엔탈리즘 욕을 좀 해야겠다. 이걸 메가박스에 앉아서 봤으면 블로그에서 이러진 않았을 것 같지만 튀빙엔에 앉아서 봤으므로 욕이 나옴ㅋㅋㅋㅋ

여기 튀빙엔이 대학도시라서 평균연령이 매우 낮은데, 동시에 은퇴한 Rentner(연금생활자)들이 요양하러 이사오는 곳이기도 해서 노인들도 많다. 그러니까 튀빙엔에 사는 사람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가 20~25 / 60~80인 것임. 그런 동네에서 오페라 라이브 상영회를 한다는데 당연히 영화관에는 백발 할머니 할아버지들밖에 없다. 게다가 독일은 인종이 그리 다양하질 못해서 진짜 영화관에 흑인/라틴계는 한명도 없고 죄다 백인에 동양인 나 하나였음. 마치 유럽 오페라시장을 보는 것 같지 않냐곸ㅋㅋㅋㅋㅋㅋ

그런 환경에서...... 망할 오리엔탈리즘 범벅인 이 마술피리를 보는 허튼의 기분은 어땠게요......


가사에도 이시스와 오시리스라며.... 왜째서 의상이랑 분장은 중국 일본 짬뽕식인가요...? 인터미션때 백인 할머니 셋이서 내 면전에 대고 무대랑 의상이 중국식이라며 꿍시렁거리는 걸 우리의 의상/연출 담당 줄리 테이머 님이 겪어봤어야했는데.. 그죠....


반전은 이 모든걸 상쇄시켜줄만큼 공연이 재밌었음ㅋㅋㅋㅋㅋㅋ 무대가 너무 재밌어서 줄리테이머를 더이상 욕할 수가 없는 게 슬프다... 이 사람은 뮤 라이온킹 연출가라더니 마술피리도 라이온킹처럼 연출해놓은 것 같았다. 이 프로덕션 2004년부터 계속 공연되어온거라, 오래 살아남을만한 힘이 무대에 있었음. 호사스럽기도 하고. 다만 내용이 너무 여성혐오적이는데 오페라 파고 나서부터 내 안의 젠더감수성 스위치가 쉽게 온오프될 수 있게 바뀌어버려서 이제 웬만큼 노답인 건 저리 치워놓고 볼 수 있게 되었다. 고전오페라 작가들 다들 앳저녁에 죽었으니 망정이지.


그래도 귀여웠던 건



파파게노가 저렇게 샅에 정조대같은 걸 차고 나온단 말임. 저게 맨 처음에 밤의여왕 따까리들에 의해서 입에 재갈처럼 채워졌다가 풀린 뒤부터 계속 파파게노 사타구니에 잘 채워져 있음. 그런데 마지막에 파파게노가 드디어 파파게나를 만나서 파파팦파 파파게노 파파게나 듀엣을 다 부르고 난 다음에 저걸 딱 떼어서 무대 밖으로 던져버림ㅋㅋㅋㅋㅋ 파파게노는 파파게나 만나기 전까지 정조를 지켰다는 거잖아 지오반니보다 훨씬 낫지 뭘 그래.

사실 마술피리가 스토리랄 게 없지 않나?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의 교리같은 걸 작품에 집어넣었다고 해도 그 사실에 가치를 부여하는 건 작품외적인 것이고. 나는 태생이 좀 유치한 쿠소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극장 안에선 정신못차리고 재밌게 봤는데 막상 보고 나와서 찬공기 좀 맞으니까 이성이 돌아왔다. 이따위 쿠소 플롯 위에 좀 과분하게 좋은 음악으로 금칠하고 무대랑 의상으로 스펙터클까지 더해놓은, 잔뜩 부풀린 작품 보려고 수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날 한시 같은 장소에 연미복 드레스 차림으로 모인다니. 또 그걸 실황으로 찍어서 전세계 사람들이 관람한다는 거 아냐, DVD로도 팔아먹고. 여기까지 생각하니까 모차르트 개초딩이 다른 의미로 이 징슈필 쓰면서 낄낄대며 좋아했을 것 같아졌다.ㅋㅋㅋ


개인적으로는 파페 보러 간 건데 파페가 자라스트로라서 의문의 분량킬 당하고 나는 그 와중에 파파게노 역의 Markus Werba한테 치였다. 유투브에서 이 사람 클래식톡 보고있는 내가 너무 불쌍해..... 그리고 독일어로 된 징슈필 독일 영화관에서 틀어주는데 독일어 자막도 깔아주더라. 그게 필요한가?? 아무리 오페라가 딕션뭉개는 장르라곤 해도 다 들릴거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안일한건지.. 아무튼 색다른 경험이었다. 가수들이나 오케스트라가 직접 박수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영화관에서 다같이 박수치던 관객들 잊지 못할거야... 영화관에서 박수치는 거 <멋진인생>이후로 해본적이 없는데,,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