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드하임은 뮤지컬신
2017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픈 에어 공연 <Staatsoper für alle>,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베토벤 9번 교향곡 후기 본문
2017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픈 에어 공연 <Staatsoper für alle>,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베토벤 9번 교향곡 후기
허튼 2017. 10. 1. 05:47프로그램은 위에 파페가 슈타츠오퍼 공식계정에서 리블로그해 올린 짤처럼 다니엘 바렌보임의 지휘 아래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 연주되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가 연주하고,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합창단이 4악장을 위해 동원되었다. 솔리스트진은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메조소프라노 오카 폰 데어 다메라우, 테너 부릌하르트 프리츠, 베이스 르네 파페. 연말도 아닌데 이 인원으로 9번이라니 극장 재개장 축하 치고는 과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이 Staatsoper für alle는 매년 하는 거더라. 베를린 사는 사람 부러워... 연말에도 비슷한 사람들이 이번에는 실내에서 베교9번을 공연하기는 한다. 실베스터랑 노이야 둘 다 공연해서 보러갈까말까 고민중.
아무튼 나는 원래대로라면 이 때쯤 오스트리아 빈에 있었어야 했다. 10월 2일 빈 슈타츠오퍼에서 공연되는 올가 페레트야트코의 <라 트라비아타>를 예매해놨었기 때문에.. 문제는 내가 공연만 3개월 전에 예매해놓고 기차도 숙소도 여행계획도 아무것도 짜놓지 않았던 것ㅋㅋ 막상 빈에 가려니까 교통도 애매하고 숙소도 애매하고 여행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던 차에 파페가 저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한 거다! 나는 이때다 싶어 라트라비아타를 취소하고(108유로에 산 티켓인데 커미션티켓판매사이트에 100유로로 팔아버림 막상 전회차 전석매진된거 팔려니까 아깝더라 사람 마음이란...) 베를린 행 비행기를 끊었다. 베를린엔.. 재워줄 친구가 있었거든.....
저번 여름에 짤츠페스티벌 갔을 때 바렌보임 지휘 빈필 공연이 너무 보고싶었는데 스케줄 때문에 래틀 베를린필만 봤던 게 마음에 남기도 했고, 파페가 12월에 내한한다니까 나는 못 보는 거 여기서라도 한번 더 보잔 심리가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는 전부터 베교 9번을 오픈에어에서 듣고 싶다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왜냐면 독일통일 60년 기념 이 영상 때문인데 카선생도 나온다 좋은 영상이다 여튼 그래서 베를린으로 가버렸다 라트라비아타는 05짤츠의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간이의자도 없어서 그냥 땅바닥에 앉아 하리보랑 커리부어스트 먹고 있는데 무대 위에 바렌보임 옹이 올라왔다. 독일어로 "관객들아 나 이제부터 얘네랑 리허설 할건데 니들이 떠들면 좋은 콘서트가 나올수가 없어 그니까 진짜 떠들지마라" 라고 했다(사실이 아니다 바렌보임옹은 정중했다 어감은 좀 닥쳐봐 리허설할거니까였지만ㅋㅋㅋㅋ). 그리고나서 4악장의 베이스 리드 부분을 연습하는데 파페가ㅠㅠ 선글라스 끼고 나왔는데ㅠㅠ 선글라스 다리가 빨간색이고ㅠㅠ 너무 귀엽고ㅠㅠ 바렌보임옹한테 혼나서 웃는것도 너무 귀여웠다ㅠㅠ 솔리스트들 한소절씩 하고 퇴장하고 합창단 리허설 하고 퇴장하고 오케 리허설 하고 일단 다 퇴장했다. 오케 리허설 때 관객들이 좀 군기가 풀어져서 떠들었더니 바렌보임옹이 이러면 좋은 콘서트 안나온다고 말했잖느냐고 10분만 닥치라고 했다ㅠ 맞아요 떠든 관객이 나빠ㅠ
리허설 끝나고 한 50분정도 있다가 공연이 시작됐다. 야외인데도 사운드가 빵빵했다 마이크 있어서 그랬겠지?
공연 시작 15분쯤 전에 사회자가 나와서 운터덴린덴과 슈타츠오퍼 광고를 열심히 하고, 베를린 슈타츠오퍼 대표랑 베를린 시장 그리고 이 공연을 후원한 BMW의 베를린지사 대표가 나와서 열심히 자기피알을 했다ㅋㅋ 슈타츠오퍼 대표는 심지어 운터덴린덴 홍보하면서 자기 최애 좌석도 공개했음 16열 왼블록 1번이랬는데 가능한가?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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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는 역시 내가 막귀라 그런지 훌륭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내가 맨날 듣던 베교9번은 카라얀 버전이었고 그래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는 몰라도 바렌보임 지휘가 나에겐 훨씬 깔끔하고 담백하게 들렸음. 이 깔끔하고 담백함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카라얀 솔직히 좀 기름지지 않나요???
2악장에서 현악기 잠깐 조용히 죽고 호른 나오는 부분 최고 좋았고 미친듯이 현들이 달리는 부분도 굉장히 좋았다ㅠㅠ 어떻게 연주가 이렇게 찰떡이지?!?!? 그렇지만 이 공연의 묘미는 이게 끝이 아니었음. 원래 내 최애 악장은 2악장이었는데 이 공연을 보고 나서 3악장으로 바뀐 것 같다. 느리고 감정적으로 연주해야 할 부분을 확실하게 잡아주면서도, 늘어지지 않고 느끼하지도 않았다. 음을 꼭꼭 씹어 넘긴다는 느낌도 없었는데 이 곡의 아름다운 부분을 극대화시킨 것 같았음. 나는 3악장이 이정도로 서정적이고 아름다우면서 사람을 미소짓게 만드는 부분인 줄 몰랐네.
아름다움이 정점에 다다른 순간은 오픈에어 공연의 특성을 최대로 살린 태양빛이 열일해주던 때였다. 5시에 시작된 공연이 3악장 연주될 때 쯤 6시로 다가가면서 서향으로 뚫어놓은 무대에 노을빛이 강하게 비치기 시작했고, 그게 3악장의 서정성과 겹치면서 정말 아름다웠다ㅠㅠ 특히 제 1 바이올린 Wolfram Brandl 이 분의 금발이 노을빛을 받아 빛나면서 진짜.... 아폴론인줄 알았음. 내가 베교9번을 오픈에어에서 보고싶어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공연 끝나고 독일 기사들을 좀 찾아보니 이 장면을 낭만시처럼 묘사해놓은 후기도 있더라.ㅋㅋㅋㅋ 사람 생각이 어쩜 이렇게 다들 똑같고 잘생긴 건 귀신같이 아는짘ㅋㅋㅋㅋㅋ
하지만 재앙은 외부에서 왔다.ㅋㅋㅋ 3악장이 끝나갈 즈음해서 공연이 진행되는 광장 주변 교회 두 곳인지 세 곳인지 6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기 시작했고.... 4악장에 환희의 송가 주제가 드디어 처음 아주 여리게 연주될 때까지 종은 우렁차게 울리길 멈추지 않았다ㅋㅋㅋㅋㅋ 아주 여리게 연주되던 환희의 송가는 종소리에 완벽하게 묻혀버렸던 것.. 1악장 맨 처음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애기 울음 소리도 허락하지 않았던 우리의 세미대머리 지휘자옹에게 그 종소리는 얼마나 끔찍했을까.. 극한직업: 다니엘 바렌보임..
(나중에 ARTE에서 방송된 해당 공연 녹화 영상을 봤는데 확실히 종 소리가 덜 녹음되어있었다.)
파페는 오늘도 성량보증이었다. "오 친구들아 이런 톤은 아니지 좀더 기쁨에 차보자고"라면서 혼파망을 제지하는 베이스 우주에서 최고 멋짐폭발임ㅠㅠㅠㅠㅠ 그리고나서 프로이데쇼ㅣ너 괴터푼켄 토흐터아우스엘리지움으로 시작되는 저 유명한 내 실러의 가사를 읊는 파페는 얼마나 멋있게요ㅠㅠㅠㅠ 한국 좀만 늦게가지ㅠㅠㅠㅠㅠㅠ 3월에오면 나 갈 수 있는데ㅠㅠㅠㅠㅠㅠㅠ 앗근데 담라우도 11월에 내한한다며? 한국에 꿀발라놨나요,,?
4악장에 합창단이 맨 처음으로 꽝꽝때리는 합창을 부르고 잠시 정적이었다가 경쾌한 멜로디로 다시 시작하는 너무 유명한 그 대목에서 나는 결국 이 지휘의 귀여움을 온몸으로 느껴버리고 말았다.ㅠㅠ 너무도 유쾌하고 행복한 음악이었음. 거기에 영향을 받은건지 내 자리에서는 테너랑 베이스밖에 안 보였지만 솔리스트들 진심으로 신난 것 같았다ㅋㅋ 베이스는 연신 손가락이랑 발로 탭하면서 몸 흔들고 박자 맞추고 있고 테너는 진짜로 신난게 눈에 보였음ㅋㅋㅋㅋㅋ 표정도 관리 안돼서 자꾸 싱긋싱긋 웃고 테너 솔로때는 거의 방방뛸듯이 부르길래 와진짜 제목대로 공연하는건가 싶었다 왜그랬던거지ㅋㅋㅋ
마지막으로 가면서 합창이랑 오케 다같이 때려박으니까 너무너무 재밌더라. 일단 정신놓을정도로 사운드가 꽉 차면 재미가 없을 수가 없음. 그리고 나는 원래 개인적으로 현악기를 별로 안 좋아했고 금관쪽을 더 좋아했는데... 이번 공연은 현악기군을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잘 써서 나는 또 이렇게 셋쇼마루 동상을 세웠다..ㅠㅠ 타악기도 최고 잘 썼음 팀파니 진짜 찰졌곸ㅋㅋㅋㅋㅋ 지휘자가 타악기 신경써서 다루는 게 객석에도 느껴지고 세상에 이게 예술인가 싶었네.. 아아 1악장부터 4악장까지 찰떡같이 귀에 감기고 깔끔한 뒷맛이었다. 조금 꽁기했던 구석이 있다면 독일 얘네 얼마전에 총선에서 네오나치 당 AfD를 제 3당 만들어놓곤 베를린 한복판에선 "Alle Menschen werden Brüder" 이러고있다는 게 실시간으로 인종차별당하는 동양인여자가 보기엔 배알이 꼴려서 증말....
그건 그렇고 제1바이올린 이 분 세상 혼자 사는 것처럼 잘생기셔가지고 당황했다 알란릭맨에 콜린퍼스 닮아서 그 분 얼굴 보려고 스크린 계속 힐끔거리느라 혼났네
후기가 너무 길어졌다 요약하면 이 공연 보려고 빈슈타츠오퍼 취소하고 튀빙엔에서 베를린행 비행기끊어도 괜찮았을만큼 좋았고 제1바이올린은 얼굴의 신 파페는 베이스신 바렌보임은 지휘요정 베토벤은 클래식신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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