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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 <돈 카를로스> 후기 본문

오페라, 클래식

2017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 <돈 카를로스> 후기

허튼 2017. 10. 11. 19:26
2017.10.10 공연
*****오페라 알못 후기 주의, 스크롤 주의,,,*****



지휘: 필립 조르당

연출: 크쥐스토프 바를리코프스키

출연: 일다 압드라자코프(펠리페 2세), 요나스 카우프만(카를로스), 루도빅 테치에(로드리고), 소냐 욘체바(엘리사베타), 엘리나 가랑차(에볼리 공녀)



10월 10일 오페라 드 파리의 두 극장 중 하나인 오페라 바스티유에서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가 오프닝 공연을 했습니다 드디어!!! 4개월전에 이거 예매했다고 기뻐하던 제가 눈에 아직도 선명한데!!!! 올해의 성덕 상은 무조건 내가 가져가야 한다!!!!




아래부터는 약간의 극세사 후기.



1막. 퐁텐블로


오페라 <돈 카를로>에서 퐁텐블로 씬이 없으면 돈칼이 아니라고 했던 오펀하우스 취리히 프로덕션의 주빈메타 인터뷰 봤을 때의 나는 아직 1막이 자체휴식시간이라 피식 웃고 넘겼는데 이 프로덕션 보고 깨달았다. 퐁텐블로 씬이 없으면 엘리사베타가 가진 캐릭터의 매력이 완전히 죽는다는 걸. 엘리사베타 역시 이 절대왕정과 운명의 피해자, 거기에 카를로스와 로드리고에겐 없는 여성억압까지 더해진 완전한 피해자인데, 이 씬이 없으면 그 피해 사실에 대한 설명 자체가 불가능하다. 1막 전체를 들여 설명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임. 나는 이 공연을 통해 돈카를로스의 이 1막이 자체휴식시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있는 장면이라는 걸 알게 됐다.ㅠㅠ 

이 프로덕션의 무대는 우선 모던 버전으로, 무대에 영상을 많이 사용했음. 커튼콜 때 바를리코프스키 연출이 나오자 수많은 사람들이 BOO를 지르며 야유했는데, 아마 여기에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몇년전에 뮤지컬 덕질하면서 하도 쓰레기같이 영상 쓴 걸 많이 봐서 그런지 저정도로 욕할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연출은 내 취향에 맞았음 오히려ㅋㅋ 몇몇 장면 빼고. 

1막 1장에서 중요하게 보여줘야 할 것은 프랑스백성이 굶주리는 상황, 그것에 압박을 느끼는 엘리사베타와 동시에 필립의 왕정 아래 고통받는 카를로스. 퐁텐블로는 겨울인데 그것을 무대 뒤 벽에 쏘는 영상에 노이즈를 심하게 넣어서 눈 또는 피처럼 보여준다.


카를로스는 맨 처음 오버츄어부터 등장해 있다. 프랑스 백성들의 합창 내내 카를로스는 무대 위에 있는데, 그는 처음부터 죽어가는 중이다. 양 손목에 자해의 흔적으로 피묻은 붕대를 감고 있으며 고뇌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줌. 그의 유일한 생명줄은 엘리사베타.

그런데 약간 이번 돈칼 연출이 퐁텐블로에서 엘리사베타와 카를로스 만나는 장면의 카를로스를 awww.... 할정도로 귀엽게 묘사함ㅋㅋㅋ 애가 퐁텐블로에서 엘리사베타 놀리는걸 너무 귀엽게 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몸 배배꼬고 어수선 난잡 장난 아니라서 관객들도 다같이 귀여워한다...ㅠㅠㅠㅠㅠㅠ 요나스카우프만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우쭈쭈당하는 지 그자리에서 알 수 있었음ㅋㅋㅋㅋㅋㅋ 불피우는것도 귀엽고... 오버츄어부터 프랑스 백성들의 합창까지 무대 앞쪽에서 고통스러워하다가 찰스5세 머리통 책상에서 뭘 깨작깨작 자르는 액션을 취하는데 엘리사베타가 그 공간에 들어오자 그 자르던 거 황급하게 치우는 카를로스도 귀엽다. 엘리사베타가 시종한테 이 스페인 신사가 날 보호해줄거라고 물러나라 하는데 계속 가라고 손짓하는 것도 귀여워ㅠㅠ......

그렇게 둘이 꽁냥거리면서 내가 니 약혼자니 어쩌니 꺄르륵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종이 와서 엘리사베타한테

"you are a wife-

-of Philip 2"

하는 장면에서 관객들 다같이 빵터져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가 비극의 시작인데,,,????  당연히 카를로스랑 엘리사베타는는 of Infant 정도를 생각했겠지만 뒤에 of Phillip 2가 나오니까 완벽하게 멘붕을 해야 하는데??????? 여기 스토리가 좀 심각하게 급전개라 관객이 웃을수밖에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

엘리가 백성들에게 평화를 주고자 그 청혼을 억셉트하고 퇴장하니까 칼은 의자에 앉았다가 옆으로 그대로 쓰러진다. 그런데 이 장면 너무 위험해보임. 의자 위에서 그대로 바닥으로 사선으로 떨어지는건데 머리부터 떨어지거나 팔 다치면 어떡해... 카선생 이제 나이도 들었는데 살살좀 굴려줘라... 아무리 연출의 어두운 마음을 자극하는 얼굴이라지만 한 작품이라도 안 구르는 걸 본 적이 없음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프로덕션, 막과 막 사이에 암전이나 막 내림이 없다. 무대는 계속 이어지고 가수들도 계속 연기를 하고 있음.



2막 1장. 산 유스테 



의자에 쓰러진 채 산 유스테로 넘어가는데, 수도사와 카를5세의 노래가 깔리고 무대 뒤 벽에 쏘는 검은색/흰색 노이즈영상이 카를로스(카우프만)의 얼굴로 바뀜. 카를로스는 영상 속에서 마치 영화 <잔다르크의 수난>처럼 얼굴만 클로즈업한 롱테이크 연기를 보여준다. 천천히 어깨를 들어올려 관자놀이에 총을 갖다대는 것이 전부지만, <잔다르크의 수난>에서 얼굴 클로즈업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얼굴엔 모든 표정이 드러나기 때문인 것처럼, 이 영상에서도 카를로스가 가진 모든 복합적인 감정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영상은 5막에 가서 대형 폭탄을 터트림.


이미 속으로는 죽어가고 있지만 총을 쏴서 그 죽음을 앞당기려는 카를로스. 그러나 카를로스는 용기를 내 방아쇠를 당길 수 없고, 그 허무함과 자조감, 우스움, 죽으면 된다는 일종의 해방감이 뒤섞인 표정이 이 영상 위에 드러난다. 그렇게 산 유스테 씬의 초반 내내 카를로스 내면의 갈등을 보여준다. 카를5세의 환영, 환청을 듣는 것도 카를로스가 이미 정신적으로 매우 취약해져 있는 상태라는 걸 잘 보여줬고. 이 연출 정말 좋았음

엘리사베타(욘체바)나 펠리페(압드라자코프)의 얼굴 영상 역시 공연 중간중간 이런 식으로 무대 벽에 쏴지는데, 그 강렬함은 카를로를 따라오기 힘들었다. 특히 펠리페는 아우토다페 씬에서 측면 바스트샷으로 보여주다가 서서히 몸을 틀어 관객을 쳐다보는 모양새가 되는데, 이것도 인상깊었지만 2막 초반과 5막 마지막 카를로스 영상의 강렬함이 훨씬 더 선명하게 뇌리에 남음. 지금까지 봐왔던 카를로스는 내게 그저 찌질하고 답답하고 바보같은 모지리 이물질정도였는데 이 프로덕션을 보고 카를로스가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했다. 걔는 태어났을때부터 조금씩 속에서부터 죽어가고있었던 거야.


그 후로 로드리고가 등장하고 우정의 이중창을 부른다. 로드리고는 드디어 플랑드르를 구원해 줄 왕자를 찾아왔는데, 그 왕자는 어머니 보며 사랑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감.

테치에의 로드리고는 예민하고 귀족적이었다. 로드리고에게 귀족적이라는 단어가 붙다니 이상하지만, 아무튼 그는 카를로스를 그리 사랑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도구로 보는 느낌이 강했음. 그래서 이 우정의 이중창, 별로 감흥이 없다. 둘이 영 안맞는 느낌. 가수들의 합이 문제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다는 점을 지휘나 연출 등으로 표현하려는 듯 했다. 일부러 둘을 거리두게 함.

엘리사베타와 펠리페가 등장했다 퇴장한 후 드디어 카를로스가 로드리고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카를로스는 로드리고 너와 뜻을 함께하겠다 말은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 갈래는 완전히 함께가 아니다. 이 둘의 목표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음이 연출, 연기, 노래, 지휘 모든 걸로 느껴짐. 지휘가 특히 그런 면을 청각적으로 즉각 알려줬다. 클알못이라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음. 그냥 그 유명한 디오- 체넬알마인포르데 부분을 듣자마자 그게 느껴졌다. 일부러 감정을 절제한 느낌.



2막 2장. 수도원 정원


에볼리 사랑해!!!!!!!!!!!!!!!!!!!!!!!! 님들 드디어 가랑차느님이 에볼리 롤 데뷔를 하셨습니다!!!!!!!!!!!! 본인 말로는 아예 베르디 작품에 처음 나오는 거라고 했는데 실화냐?!?!?

에볼리 첫등장씬 짱 좋음 진짜ㅠㅠ 이 장면 보통은 아예 궁정 여인들처럼 연출하거나 군대식으로 연출하거나여서 내가 봤던 베를린돈칼에서는 권총 쏘는 연습을 했는데 여기서는 펜싱이었음ㅋㅋㅋㅋ 다들 흰색 펜싱복 입은 와중에 에볼리 혼자 검은 펜싱복을 입고 등장한다. 그대로 합창을 좀 들어주고 있다가 베일의 노래를 부르는데 와;;;;;;;; 미쳤고 제왕의 얼굴을 가졌다. 내가 영혼을 팔아서 가랑차가 내 목숨까지 더 살 수 있다면 그러고싶다. 영상이 있습니다 제발 영상을 봐주세요..




이 장면도 장면이지만 엘리사베타가 들어오고 로드리고가 엘리사베타에게 카를로스 편지를 전해주는 동시에 에볼리 시선 어그로끄는 장면이 또 대박인데, 이 때 에볼리는 로드리고한테 담뱃불 붙여주기를 요구한다ㅠㅠ 로드리고가 공손하게 어그로끌면서 담뱃불 붙여주자 열심히 그거 빨면서 엘리사베타를 바라보는데, 눈빛에서 호기심, 가소로움, 또 한편으로는 존경심이 섞여 보임ㅠㅠ 그리고 카를로스가 자길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에볼리,, 최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멋있고 좋은건 니가 다 해.


여튼 내가 본 에볼리중에 제일 섹시했고 제일 제왕같았닼ㅋㅋㅋㅋㅋ 장난아님 막 로드리고 쌈싸먹는데 로드리고랑 케미가 왜 터지는거죠ㅋㅋㅋㅋ 보통 이 때 로드리고가 에볼리를 좀 처리해줘야 하는데 여기서는 에볼리가 로드리고를 처리해버린다...... 로드리고랑 케미터지는 에볼리 첨 봤어...ㅋㅋㅋㅋㅋㅋㅋㅋ

대충 상황파악되고 카를로스를 만나보기로 한 엘리사베타가 시녀들이랑 다른 애들 다 나가라고하는데 에볼리 영원히 엘리사베타 쳐다보다가 로드리고가 계속 에스코트하니까 마지못해 따라나갔다ㅠㅠ 그 다음 듀엣은 내 알 바가 아님 카우프만 이발했더니 괜찮더라 잘생겼음


엘리사베타가 우리에겐 서로의 역할에 맞는 의무가 있지 않겠느냐고 호통치니까 카를로스가 도망간 후, 그 자리에 펠리페가 박차고 들어온다. 왜 왕비가 혼자 있느냐? 하니까 무대가 싸해지면서 거기 있는 시녀들은 전부 펜싱헬멧 쓰고 칼을 내리며 펠리페에게 황제를 뵙는 경의를 표한다. 에볼리도 황제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헬멧쓰고 칼 내림 가랑차 존멋 가랑차는 메조의 신


올리바레즈 추방씬 아리아에서 펠리페 골때리는게 눈에 보이는데 자꾸 로드리고랑 에볼리가 케미터져서 너무 웃겼음ㅋㅋㅋㅋㅋ 아니 왜 엘리사베타가 펠리페에 대한 일종의 반항으로 유명한 아리아 부르는데 에볼리랑 로드리고가 멀찍이 떨어져서 눈빛 교환 하고있는거냐곸ㅋㅋㅋㅋㅋ



그리고는 레스테츠!! 레스테츠 불어 5막버전 원래 "예상못한 서광이 비쳐오는구나" 이 부분 없나?? 샤틀레 버전엔 있는걸로 알고있는데 이 프로덕션에서는 내가 원래 알던 레스테츠가 완전히 난도질당해서 좀 혼란스럽고 헷갈렸다. 96년 샤틀레 레스테츠의 그 부분 멜로디가 정말 로드리고의 캄캄한 눈 앞에 서광처럼 황제라는 지름길이 비치는 것 같아서 좋아했는데 이 버전에선 그 부분이 통째로 없었다. 그냥 로드리고가 "이건 꿈인가?"하고 말아버림. 그리고 그란데인퀴지터를 조심하라는 경고도 없었는데, 이거 없어도 되는건가? 정말로 없었나? 있었는데 내 기억이 잘못된 것 아닌가? 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상태이다. 혹시 이 프로덕션 보신 분 있다면 알려주시고 19일에 오페라드파리에서 스트리밍해준다고 함.


여기 연출도 만만치 않게 좋았다. 레스테츠가 정원 무대에서 그대로 이어지는거라 에볼리와 시녀들을 위한 펜싱 칼이 그대로 놓여있었는데, 그걸 펠리페가 하나는 로드리고에게 던지고 하나는 자기가 든다. 레스테츠라는, 어찌 보면 이 오페라/희곡 전체를 관통하는 큰 주제를 다루는 거창한 듀엣을 부르며 칼싸움을 하는 것. 근데 모두 알다시피 레스테츠에는


"폐하 저는 스페인을 구하기 위해 제 칼에 여러번 피를 묻혔습니다.-

- 그리고 조국이 보복과 수호의 명령을 내린다면 그 칼을 다시 꺼낼 것입니다." 이런 가사가 있지 않나ㅠ


그걸 진짜 펠리페와 칼을 겨루며 부르는 거임.. 여기의 펠로드는 정말 대등한 관계로 보였다. 로드리고는 그만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빛나는 사람이었다. 테치에 연기가 좀 로열(R임)한 면이 있어서 펠리페랑 맞먹는 로드리고가 가능했던 듯 싶고. 이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공연을 보기 전에 압드라자코프의 여러 펠리페 영상을 보고 상상했던, '아직 젊은이의 힘이 남아있는 강력하고 무서운 황제 펠리페'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는데.... 자기 가족 콩가루집안이라고 고백하는 순간부터 펠리페의 정체성이 밝혀진다. 러시안 불곰인줄 알았던 그는 그냥 좀 살진 래브라도리트리버였던 것이다,,,,,, 내가족관계 파탄났어ㅠㅠ 를 너무 진심으로 하고.. 진심으로 엘리사베타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필립상은 아님.


레스테츠 마지막은 보통 꿇어앉은 로드리고가 펠리페의 손등에 키스(미수로 끝나기도 하지만)하는걸로 마무리되는데 이 프로덕션에서는 펠리페가 악수하는 제스처로 내민 손을 로드리고가 덥석 잡는다. 로드는 칼 별로 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음 진짜ㅋㅋㅋ 이제 펠리페 마음까지 얻었으니 내겐 쩌는 도구가 두 개! <이런 느낌ㅋㅋㅋㅋ 테치에 당신은 대체 어떤 로드리고입니까,,,,?

암만생각해도 이 프로덕션 레스테츠 너무 내가 원래 알던 '기다려라!'에서 한참은 난도질당했고 둘다 꿈과희망에 젖어서 끝났음ㅋㅋㅋ 좀 더 찾아보니 이게 원래 베르디가 맨 처음 생각했던 거라니까... 그런가보다 해야지.



3막 1장. 가면무도회


무대에 조명이 켜지면 에볼리와 엘리사베타가 있다. 엘리사베타가 가면무도회에서 에볼리에게 자신의 베일을 건네주며 자신인 척을 좀 해달라고 부탁한 뒤 빠져나가는 장면. 에볼리가 카를로스에게 몰래 만나자는 쪽지를 보내고 멍청한 카를로스는 지가 사랑하는 사람 목소리도 못알아듣는 짓을 하는데 이 때 카우프만 너무귀여웠음ㅋㅋ 으악! 왕비가 아니잖아!? 이 부분에서 관객들 카선생 너무 이뻐하는거아니냐고ㅋㅋ 약간 웃음소리에서 어구그래쪄~? 우쭈쭈~ 이게 느껴짐


로드리고는 옆에서 카를로스가 하는 짓 다 지켜보다가 에볼리가 모함하는 장면에서 등장해 에볼리 목을 조른다. 그런데 이상하게 로드리고랑 에볼리가 계속 케미가 터지더라 너무 이상하고 좋았음 (?? 에볼리는 카를로스가 엘리사베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펠리페에게 고해바칠거라며 계속 로드리고에게 담뱃불을 붙여달라고 들이미는데.... 권력관계로 찍어누르려는 에볼리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ㅠㅠ 로드리고는 힘으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다가 가장 PC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가장 부당해지면 안된다면서 그냥 불 붙여준다. 불을 받은 에볼리는 몇 모금 빨면서 이 카를로스와 로드리고를 비웃다가, 퇴장 직전에 로드리고 손목에 담배빵을 지져버린다.


에볼리가 퇴장하자 로드리고는 감싸쥐고 있던 손목을 들어 카를로스에게 왕자님이 가진 중요문서들 다 제게 넘기세요라고 말하는데, 카를로스는 이미 에볼리에게 로드리고가 황제와 독대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한번쯤 튕긴다. 이 때 가사가


"황제의 Favorite인 너에게 내 문서를 넘기라고?"


인데 favorite.. 저때는 심복 말고 애첩 이런 의미로 썼잖아... (아님) 이러니까 로드리고는 어이가 없다, 제 사람인 줄 알았던 애가 자기를 의심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우는 척 하면서 왕자님 저를 의심하십니까..? 하니까 카를로스 바보가 당황해서 서류 넘겨준다. 이건 테치에가 연기를 못 한건지 연출의도가 그랬는지 카를로스가 의심하니까 진짜 상처받은 로드리고가 아니라 그냥 '상처받은 척 하면 카를로스가 안주고 배기겠어? 흑흑' 하는 로드리고였다ㅋㅋㅋㅋㅋㅋ 여기까지 보고 이 프로덕션에서 얘네 사이에 우정 사랑 그런거 정말 없구나ㅋㅋ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로드리고의 죽음에서 그렇게 눈물을 때려줄줄은 몰랐지...



3막 2장. Auto da Fe


 


아우토다페(종교재판)는 <돈 카를로> 작품 통틀어 내 최애 씬인데.... 하....... 이 프로덕션 커튼콜때 연출을 향한 야유에 이유가 있었다면 6할은 아우토다페때문일 것이다.... 무대 전체적으로 색감이 완전 망했고 펠리페... 내 펠리페를... 대형댕댕이로 만들었어....


이 프로덕션 아우토다페 씬의 처음은 드레스입은 엘리사베타가 헝클어진 흰 셔츠에 예복바지 바람으로 서 있는 펠리페 앞을 무시하듯 걸어가는것부터 시작된다. 펠리페는 엘리사베타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갈구하는데 엘리사베타는 벌레보듯 거절함. 당연하지. 엘리사베타는 원래 펠리페 아들내미의 약혼자였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리페 상처입은게 여기까지 느껴진다. 술을 연거푸 두 잔 원샷하더니 괴로워한다.


그러다가 정신 차린 펠리페 예복입는 걸 로드리고가 시중듬. ㅋㅋㅋㅋㅋ로드리고 진짜 황제의 favorite 아니냐?? 그 장면을 뒤늦게 들어온 카를로스가 지켜보다가 보기 싫다는 듯 이내 아예 뒤를 돌아버린다. 앞에서 믿어준 건 다 어디가고 내 친구 로드리고가 저러고 있지? 하는 불안감이 카를로스를 엄습했을 것임. 이제 자기가 믿을 사람은 전 스페인에 아무도 없다는 압박감이 이 프로덕션 아우토다페에서 카를로스 역모의 모티브가 아니었을까?


펠리페의 간지나는 망토를 시종들이 둘러주면 본격적인 아우토다페가 시작된다. 카를로스는 플랑드르에서 온 사절 맨 앞에 서서 플랑드르를 구해달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 표정이 자신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 표정임. 로드리고는 자기 계획이 망했음을 직감하고 멀찍이 서서 담배를 뻑뻑 피고 있다. 그러다가 카를로스가 펠리페에게 이제 자기도 살아야겠다며 칼을 들이밀자, 로드리고는 빡쳐서 피던 담배를 집어던지고 카를로스 앞에 나선다. "빡쳤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게, 진짜 빡쳤음.

'저 새끼가 내 사업을 망치려는것도 한두번이지 하다하다 황제한테까지 칼을 들이밀어?????? 그래도 쟤 보호할 수 있는 거 전 스페인에 나밖에 없는거잖아...!!' 하고 피던 담배 집어던지는 것임.


화형장면은 띠용임. 화형당하는 죄수의 얼굴 영상을 계속 쏘는데 화형씬에서의 얼굴영상은 죄수 얼굴의 입에서 발버둥치는 사람의 하체같은게 나오는 모양이라 흠,,싶다. 화형식인지도 잘 모르겠는 불 영상도 쏘고... 연출 님 야유 이거때문이라니까?



4막 1장. 왕의 서재



아우토다페 끝나고 인터미션 후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네를 부르는데 아 진짜 이 프로덕션 펠리페는 이 프로덕션이 누구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줌. 이 프로덕션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카를로스다. 수많은 다른 프로덕션의 주인공들이 펠리페2세인 것, 베르디조차도 카를로스에게 멋들어진 아리아 하나 주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주인공을 카를로스로 만들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덕션은 카를로스가 메인이다. 그래서 펠리페의 캐릭터가 로맨틱한 곰돌이로 죽어버렸다... 시종일관 사랑을 잃어 고통받는 모습만 보여주는 펠리페 최악 아닌가... 그것도 압드라자코프를 데려다놓고 말이다.


원작에서의 펠리페 역시 외롭고 연약한 사람이고, 교회의 압박에 짓눌리는 한 인간일 뿐이며, 나도 펠리페의 그런 면을 좋아하긴 한다. 그런데 펠리페의 캐릭터가 매력있는 부분은 늙고 지치고 사랑도 잃었지만 황제이고, 원한다면 세계의 절반을 움직일 수 있으며, 감히 자유를 향하는 세계정신을 자신의 팔로 막겠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작 희곡의 "아직 세상은 하룻 저녁은 내 것, 나는 이 밤을 이용해 다시는 이 땅에서 어떤 식물도 열매를 맺지 못하도록 하겠다." 이 대사를 좋아한다. 궁 안에서 믿을 사람 하나 없는 것을 펠리페는 갈증에 비유해 "나는 물 한모금을 원하는데, 그대는 불타는 황금만을 주는구나"라고 하지만 사실 그 물 한 모금의 가치를 느끼기란 불타는 황금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펠리페는 어떤가? 계속해서 슬퍼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사랑에 목매는 모습만. 펠리페 캐릭터의 본질은 엘리사베타에 대한 사랑이 아닌데!! 왜째서 엘리사베타만 보면 그리도 절규하는거냐고!!


이 장면에서 오페라글라스 들어서 에볼리만 봤다. 에볼리가 이 극의 최종보스 아닐까요? 펠리페가 이 아리아 부르는 내내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보고 골때린다는듯이 머리 짚음ㅠㅠ 당연하지 러시아 불곰인줄 알았는데 래브라도리트리버가 와있으니까..


개인적으로 돈칼 베이스의 꽃은 '그녀는 날 사랑하지 않았네'보다는 그란데인퀴지터 씬임. 두 명의 베이스 목소리가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인데, 원작대로라면 로드리고의 죽음 이후에 나와야 하지만 5막같은 사족을 미친듯이 늘여 넣기 위해서(개인적인의견입니다블락하세요) 그란데인퀴지터를 로드리고의 죽음 앞에 놓은게 틀림없다. 덕분에 "그의 피는 교회를 위해 뿌려졌어야 했는데, 살인자(펠리페)의 손에 허무하게 살해되었습니다."같은 1984의 오브라이언이 할 법한 원작의 대사를 쓸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크리스천으로서, 세상을 위해 내 아들을 죽여도 되겠습니까?"

"신께선 우리 모두를 위해 당신의 아들(예수)을 죽이셨습니다."


이 대사가 살아남았다. 이후에

그래서, 더 할 말 없습니까 폐하?/없소./그럼 제가 하죠. 로드리고 그새끼 말입니다/(망했다 어떻게알았지?) 이 흐름 너무 좋다ㅋㅋㅠㅠㅠㅠ 펠리페는 그란데인퀴지터 앞에서 열심히 로드리고는 단 하나의 제 사람이라고 실드치는데, 그란데인퀴지터는 그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고 "이 세상에 폐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폐하는 대체 어떻게 '왕'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후벼판다. 레스테츠보다 마음아프지 않은가ㅠㅠ


그란데인퀴지터가 퇴장하면 엘리사베타가 들어와서 정의를 찾는다. 자기 보석함이 없어졌다고.. 여기 펠리페는 그 보석함 직접 뿌셔서(러시아불곰같은면이 있긴하네) 카를로스 초상화 보여줌ㅋㅋ 왜 아들의 초상화를 갖고 있냐고 추궁하는데 펠리페가 궁지에 몰려서 이성 잃어버린게 그렇게 좋더라 난.. 엘리사베타가 펠리페한테 불쌍하다고 하니까 달려들어 목을 조르는데 그 순간 로드리고가 들어온다.

로드리고 들어오니까 펠리페는 그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을 자기가 총애하는 로드리고에게 보여줬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는지, 기겁해서 엘리사베타에게서 손을 뗀다. 그리고는 마치 자기가 그러지 않았다는 것마냥 누.. 누가 왕비를 도와라!! 하고있음ㅋㅋ 이 프로덕션 펠리페의 로드리고 짝사랑이 보이는 부분이다. 여튼 여기에 에볼리까지 들어온 4중창도 나쁘지 않았다. 로드리고가 "이제는 행동을 해야겠다"며 마음을 다지는 장면. 


4중창 끝나면 펠리페가 쭈뼛쭈뼛 벽에 기대있던 엘리사베타에게 다가가서 화해의 손길을 건네는데 엘리사베타는 가볍게 무시해버림ㅋㅋㅋㅋ 상처받은 펠리페는 울뛰 퇴장해버리고 로드리고도 퇴장한다. 남은건 에볼리랑 엘리사베타. 에볼리는 엘리에게 자기의 죄를 고백함.

근데너무귀엽다ㅠ 에볼리ㅠ 엘리사베타한테 제가 카를로스를 사랑했다고 말하고 이해받는데 그보다 더 심한건.. 황제랑 잤다는 거죠.. <까지 말하니까 엘리사베타한테 용서못받음ㅋㅋㅋㅋㅋㅋㅋ 흗흑 너무귀여워ㅠㅠ



그리고 솔직히 사람이 이렇게생겼으면 내 미모는 저주받았다고 말할 만 하다 낫닝겐미모 사랑해요 가랑차 저는 당신의 노예입니다..


그녀는나를사랑하지않았네~4중창까지 큰 무대 중앙에 이 작은 무대가 직사각형으로 세워지는데, 그 작은 직사각형 무대 밖에 벤치가 하나 있음. 이 연출은 인상깊었던 부분인데, 거기엔 시종이 앉아서 담배를 여유롭게 피우며 이 궁 안의 막장극을 구경하고있다. 지휘자와 연출가가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가족드라마와 정치물이 섞인 지점'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나 싶었음. 04 부르크테아터 연극 돈 카를로의 유리로 된 벽도 생각나고 좋았다.



4막 2장. 카를로스의 감옥



이 무대가 다 끝나면 로드리고의 죽음인데, 아. 세상에 이렇게 마음 아픈 로드리고의 죽음 처음 봄. 진짜. 지금까지 이 둘의 우정에 대해 정말 진하구나 생각이 든 적이 한번도 없는데, 이제와서 죽을때 되니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 감정선은 조금 납득하기 어렵지만, 그런 어려움을 없애버릴정도로 마음 아픈 죽음이라 막상 공연 볼 때에는 이 둘의 우정의 깊이에 대해 의심해 볼 여지가 별로 없었다. 



무대만 봐도 미칠 것 같지 않습니까..? 카를로스는 저 철창 안에 갇혀서 로드리고가 죽을때까지 나오지 못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로드리고가 "왕자님, 왕자님 당신의 손을... 아듀 카를로.. 아! 아듀..."할 때 손도 못 잡아준다는 것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아주지도 못한다ㅠㅠ

로드리고 들어온 지 모르고 있을때 카를로스 저 철창 안에서 테니스공 튀기면서 시간보내고있던 거 귀여웠음. 로드리고가 이제 작별인사를 해야 돼 카를로스, 시간이 얼마 없어. 하고 총맞는데 카를로스 막 철창에 어깨로 들이박고 나가려고 발버둥치는 건 심장 쥐어짜는것같았음.

손 달라고 할때도 저 철창 틈새로 손가락 비집고 난리났다.. 진짜 내생에 그 정도로 슬픈 로드리고죽음 처음 봤다. 2013년 짤츠부르크 프로덕션에서는 카우프만 카를로스가 햄슨 로드리고를 부둥부둥 끌어안고 울고 짜고 쓰다듬고 난리가 났는데 그걸 봤을땐 그게 제일 슬프고 안타까운 모습인 줄 알았지.... 이번 프로덕션 보고 슬픔의 척도가 달라짐ㅠㅠ 이게 사람이 죽어가는애를 끌어안고 질질짜는건 별로 안 슬픈거같아. 아예 만지지도 못해야 완전한 앵슷이 나오는듯



이 공연 연출의 최대미스는 아우토다페가 아니라 라크리모사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라크리모사를 무슨 국장치루듯 연출하면 어떡하냐고!!!!!! 제정신이냐?!?!?!?!? 내가진짜 어이가없어서


로드리고 걔가 예수처럼 죽긴 했어도 이건 아니지!! 얠 이렇게 대우하겠다는 말은 곧 펠리페가 절대왕권을 포기하고 종교의 자유도 주겠다는 말 아니냐고ㅋㅋ 스페인 귀족이랑 군인들은 뭐 봉이냐? 본인들이 한 30초전까지만 해도 울부짖는 펠리페를 비꼬면서 "아 우리는 필요없구나 죽은 그가 왕의 마음을 훔쳤다. 스페인 사람들아 다같이 무덤속으로 들어가자!"고 해놓고 본인들이 로드리고 시체에 대고 경례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드리고를 애국지사의 순직같은걸로 포장한 건 정말 참을 수가 없다. 야 걔는 그냥 지가 원하는거 이룰라고 카를로스한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지가 추구하는 걸 각인시킨거잔아 친구고 왕이고 따질거없이 모두를 도구로 쓰다가 마침내 지 목숨까지 도구화한거라고!!!!!!! 


진짜 경악스러운건 펠리페도 여기에 대고 반쯤 거수경례를 따라하려다가 에볼리가 일으킨 귀여운 반란때문에 저지되는 부분이다.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펠리페가 거따 경례를ㅠ 하면 어떡해요ㅠ 장난하냐고...

"포사는 인류를 위해 나를 제물로 바쳤다, 이제 인류는, 그를 대신해 나에게 보상해야 해." 라면서 로드리고가 그토록 사랑했던 인류를 불태워버릴 계획 짜는 폐하 맞습니까 이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장면에서 무대를 엎지 않고 용서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카우프만 카를로스의 표정 때문이었다. 내가 말했나? 이 카를로스는 등장때부터 죽어가고 있었다고. 로드리고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보면서 그를 만지지도 손을 잡아주지도 못한 채 떠나보낸 카를로스는 그 순간 마음 속 무언가가 픽 하고 꺼짐.

눈은 차갑게 죽었는데 입꼬리는 매섭게 여물었고 마음은 단단해진, 로드리고가 원하던 플랑드르의 구원자에 한층 다가선 외양이 된다. 마음의 껍데기는 단단해졌지만 그 안은 텅 비어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림. 그렇게 그는 로드리고의 국장 한가운데에 섬. 그리고 두 손으로 칼을 받쳐들고 천천히 천천히 무대 정중앙으로 걸어서 퇴장한다. 13짤츠에서 끝까지 로드리고의 죽은 시체 옆에 붙어있던 카를로스와는 전혀 다른 면모. 카를로스는 로드리고의 마지막 메시지를 받았고, 이제 카를로스에게는 자신이 처음부터 염원했던 어떤 행동을 이행할 힘이 생겼다. 그러므로 카를로스는 로드리고의 시체를 내버려둔 채 퇴장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그 행동이 무엇인지는 이후 서술하겠음.


다른 얘기지만 라크리모사 펠리페의 베이스음이 이어지다가 처음으로 카를로스의 테너 음이 o mon ami! 하면서 절규하듯 쌓이는 부분 정말 좋아하는데, 카우프만은 이 부분을 절규가 아닌 탄식, 슬픔을 삼키는 느낌으로 처리해서 내겐 조금 아쉬웠다. 그렇지만 그렇게 처리하는편이 이 프로덕션에 더 어울리긴 했음.



펠리페가 백성들 앞에 당당히 와 서긴 해도 백성들이 펠리페를 밟지 못하는 건 펠리페 자신의 힘이라기보다는 그 뒤의 종교의 힘이기 때문에 더 비참해보인다. 펠리페가 엘리사베타의 사랑에 그렇게까지 매달리지만 않았어도 이 프로덕션 펠리페 그런대로 봐줄만 했을 것 같음. 그란데인퀴지터의 교통서열정리로 이 반란은 수그러들고 마는데, 그러자 원망과 분노섞인 눈빛의 에볼리가 척척척 펠리페 앞에 걸어와 키스하고 퇴장해버린다. 아직도 그 키스의 의미는 잘 모르겠음.



5막


5막 산 유스테는 워낙 내 자체휴식시간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엘리사베타 캐릭터에 대한 흥미도가 2막이후로 점점점 반감되다가 마침내 0이 되는 순간이라 집중력도 바닥나고 후기 쓸것도 없음 욘체바는 세상의 허무함을 아시는 그대여 잘하더라 그리고 카우프만 잘생겼음


기나긴 듀엣이 끝나고 카를5세가 카를로스를 데려갈때 쯤 되니까 1막의 그 영상이 다시 나온다. 진짜 이번 프로덕션 모든 가수들 통틀어서 그 영상속 카우프만이 연기 제일 잘 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우프만 햄릿 해야됨 ㄹㅇ



이 장면 공홈에 사진 있어서 좀 놀랐음 완전 연출적 대형스포인데;; 여튼 여기 연출이 내게 너무 와닿아서 아우토다페랑 라크리모사 만행 잊어버리고 연출이랑 화해가능했다 영상속 카를로스가 관자놀이에 총을 겨눔과 동시에 무대위 카를로스도 스스로에게 총을 겨눔. 사진에서는 왼쪽 빨간색 박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카를로스와 찰스 5세임. 꿇어앉은 게 카를로스.

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데, 찰스5세가 자신의 머리를 카를로스의 머리에 가져다대는 건 마치 너가 지금 방아쇠를 당긴다면 나와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하는것같았음. 영상에서의 카를로스는 눈물을 머금은 채로 지금까지도 죽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조섞인 비틀린 웃음을 지어낸다.

그 웃음에서 더이상의 설명 없이 암전되는데, 설명이 필요가 없다...


엘리사베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약혼자가 한순간에 어머니로 바뀌는 경험을 하기 전부터도 카를로스는 금이 가 있는 인간이었고, 그 경험과 로드리고와의 재회는 카를로스 안의 균열을 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 카를로스가 로드리고 죽고 나서 드디어 플랑드르를 구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진짜 "비장한" 표정이 된다. 카우프만 카를로스 이때 비장함 그 자체였음 카를로스가 이럴수있나 싶을정도로ㅋㅋㅋ 근데 그 비장함은.. 플랑드르를 구하겠다는 것보다는 "그래, 이젠 정말 죽자." 이런 결심으로 보였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그 어떤 행동은 이제 죽음이 됨. 아 마지막장면 너무 도랏어,,, 왕ㅇㅂ연출님 보이십니까 수미상관 연출은 이렇게 하는겁니다 (왕연출머리채잡기



아 이렇게 공연이 끝났다 내가 좀 표정까지 전부 보기엔 먼 자리에 있었고 여행매너리즘이 와서... 집중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19일에 스트리밍 보면 이 후기랑 어? 좀 다른데?? 할 만한 점이 있을지도 모름. 제일 불안한 점은 압드라자코프의 펠리페 캐해석이랑, 테치에-카우프만의 로드리고-카를로스 우정의 노선. 이 부분은 나도 영상으로 표정연기를 좀 봐야 할 것 같음. 아무튼 공연으로 봤을 때 내 즉석적인 느낌은 이랬다는 걸 남겨둔다. 



+커튼콜



슈타츠오퍼 퓌어 알레 무대인사에 베를린 시장 나왔을 때에도 이정도 야유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무대 위에 이번 프로덕션 연출인 크쥐스토프 바를리코프스키가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지금까지 가수들에게 찬사를 보내던 박수소리가 순식간에 엄청난 야유로 바뀌었다ㅠㅠ 난 그래도 나름 괜찮았는데.. 무슨 동기로 관객들이 그렇게까지 야유를 보냈을까 궁금함.


그리고 야유 중간중간 어떤 사람들이 파동!!!! 파동!!!!(Pardon) 이러던데 내가 파리 여행 4일동안 파동이 sorry라는 건 배웠지만 그래서 저게 "너가 이따위 연출을 하다니 유감이다!!!!" 라는 뜻인지 "괜찮아!!!!! 얘네가 예의도 없이 야유해서 미안하다!!!!!"였는지 모르겠음ㅋㅋㅋ 너무 궁금하다 혹시 아시는 분 답글로 좀 알려주세요ㅋㅋㅋ


++ 그리고 님들 혹시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 가야되는데 내가 허리나 어깨가 많이 안좋다 싶음 폴딩시트밖에 자리 안 남은 거 아닌이상 사지마세유 아작납니다.. 그치만 허리건강하면 이 자리가 완전 이득임.. 이름이 폴딩시트라고 진짜 접힌자리를 펴서 주는 진 몰랏음ㅋㅋ 당연히 등받이도 정규객석과 퀄리티자체가 다르고 팔걸이가 없다ㅋㅋ 등받이 정규좌석은 쿠션 4개나 있는데 폴딩시트는 걍 매트리스같은거 하나더라? 자리도 좁고 의자가 자꾸 기우뚱거림ㅋㅋ 그래도 한등급 낮은가격 받으니까 봐준다


+++ 퇴근길도 지켜봤는데 샤롯데지킬 류 막공 퇴근길보다 사람 10배쯤 없더라

지휘자가 굉장히 빨리 나왔는데, 오늘이 또 마침 베르디 생일이라 퇴근길 지키던 오페라덕후 노인분들이 신나셨음. 지휘자가 나오자마자 여기저기서 Viva Verdi!를 외쳤다.ㅋㅋㅋ 지휘자는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4개국어 하면서 연신 비바베르디를 외쳤고... 재밌는 경험이었음.

가수들은 오프닝공연이라고 리셉션 해서 영원히 안 나왔다ㅋㅋ 같이 퇴근길 지키던 백발성성한 할머니 화나셨구..... 압드라자코프가 그나마 빨리 나왔는데, 어떤 할머니가 작은 초콜릿을 하나 선물로 줬음. 먹으라고. 그랬더니 압드라자코프가 농담이랍시고 생일은 제가 아니라 베르디인데요! <<라고 했다... 귀여운사람.......

나는 가랑차까지만 기다리고 테치에 안 보고 숙소 갔는데 가랑차도 공연 끝난지 두시간만에 나옴.ㅋㅋ 가수들 불쌍하긴 해 5시간동안 공연하고 끝난 뒤 리셉션하고 나오니까 팬들까지 상대해줘야댐 극한직업 인정합니다

카저씨는 바람같이 사라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 안찍어준다고 오천만번말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사람이 5시간동안 공연하고 1시간반동안 리셉션하면 팬상대하긴 빡치고 힘들고 짜증날만하지ㅠ 고생했다 카선생님.. 나오자마자 완전 무표정에다가 불어로 사진은 안찍어드립니다 사인만 해드려요 (새우젓1: 한장만찍어주세요) 농! (새우젓2: 카메라 들이댐) 안된다고 말했잖아요 <<294849번 반복함ㅋㅋ 이 프로덕션 감정소모 심해보여서 이해되긴 했다.

가랑차는 나오자마자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보고 놀라며 피플!!! 고우 투 슬립!!!!! 이라면서 엄청 스윗하게 웃어따ㅠㅠㅠ 신님 신님 메조의 신님 당신을 보려고 퇴근길을 두시간을 기다렸어요...... (현지시각새벽1시) 완전 바보같이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 오늘 최고였어요 했더니 가랑차느님이 나랑 눈마주쳐주면서 땡큐베리머치메르씨라고해줬고 저는이제 죽어도 좋아요 가랑차는 오페라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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