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드하임은 뮤지컬신
2023 바이에리셰 슈타츠오퍼 <맥베스> 본문
2023. 12. 02.
지휘: Andrea Battistoni
연출: Martin Kušej
출연: Amartuvshin Enkhbat(맥베스), Saioa Hernández(레이디 맥베스), Roberto Tagliavini(뱅코우), Stefan Pop(맥더프), Granit Musliu(맬컴)
2008년에 초연한 그 프로덕션.
허튼의 쿠세이 입덕작이자... 영상 있으면 제발 보여달라고 사정사정했는데 아무도 나한테 어디서 스트리밍해준다고 안알려줘서 그냥 울고만 있었던 그 프로덕션... (6년 전 블로그에 울부짖었던 글도 아직 남아있음... https://youlamb.tistory.com/118)
그리고 사실 Kušej의 옳은 발음은 '쿠셰-'인데 하도 쿠세이라고 오랫동안 써와서 걍 그대로 씀.. 상관없겠죠... 누가 또 쿠세이 본다고.
이... 무대에 쫙 깔린 해골바가지들에 영업당해서 내가 지금도 쿠세이 좋아한다... 입덕 6년만에 드디어... 이 프로덕션을 보게 된거예요. 이러려고 유학 뮌헨으로 온 거 아니겠어요? 정작 쿠세이는 뮌헨 레지덴츠테아터 극장장 그만두고 빈 부르크테아터로 가버린지 오래지만...
아무튼 후기랄 건 없고 요즘 뭘 보고 길게 쓸 기운도 없다. 대충 기억나는것만 남겨두려고 포스팅 합니다. 분석...이라는 걸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딱히 쿠세이가 퍼즐놀이를 숨겨놓은 프로덕션도 아니거든요. 뱅코우가 죽을 때와 예언자 소년소녀들이 예언할 때 흩뿌려지는 모래나, 정육점 내지 도살장같은 무대세트에 깔려있는 해골들이나, 마녀들의 등장 장소이자 덩컨 살해 장소, 즉 운명의 장소인 무대 전면 천막 텐트가 가장 마지막에 맬컴에 의해서 들추어졌을 때 그 안에는 볼품없는 철골만이 있는 것 등 결국 운명과 예언은 아무것도 아니고 모든 건 인간이 한거고 인간이 그렇게 산더미같은 폭력으로 이룬 것은 헛될 뿐이다 뭐 이런거거든요... 되게 얌전하죠.
실제로... 인터미션 전까지는 진짜 얌전했음. 인터미션이 보통 2막 연회장 장면 끝나고 있잖아요. 솔직히 1, 2막에 조금 실망했다. 영업의 주범이었던 저 해골바가지야 처음부터 무대 위에 계속 존재했지만... 쿠세이 전매특허인 속옷인간과 하얀분칠인간과 피칠갑이 안 나와서... 아니 무대 전체에 정육점용 두꺼운 비닐막이랑 정육공장용 눈부신 흰조명 써서 님들하 여기는 사람이 가축처럼 죽어나가는 정육점임~~ 할거였으면 피도 좀 팍팍 쓰고! 어? 쿠세이 연출에서 항상 죽음의 현신으로 등장하는 흰분칠인간 흰속옷인간들도 팍팍 나오고! 어? 마! 그래야 할거 아니야! 진짜 보기 전에 엄청나게 기대한 것과는 대비되게 1, 2막이 너무너무 얌전해서 인터미션때 대단히 아쉬워함. 제가 이 작품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파탈미아돈나인데 그건 앳저녁에 끝났지, 맥베스 역 가수가 1, 2막에서 꽤나 답답하게 노래를 불러서 4막에 남은 피에타리스페토아모레는 한개도 기대가 안되지, 맥더프 맬컴 혁명뽕짝이야 애초에 안좋아해서 그거 다 잘라버린 크리스토프 로이 연출 보고 개짱이라고 생각했을 정도고, 남은 기대포인트는 1막에서 아리아를 진짜 기깔나게 불러제낀 레이디 맥베스의 몽유병 장면 뿐인데 하아 이거 보자고 1시간 반을 더... 이런 생각뿐이었음...
아니 근데.
ㅋㅋ
인터미션 끝나면 3막 2차 마녀방문 장면으로 시작하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마치 내가 인터미션때 쿠세끼 속옷인간 없다고 투덜댄 걸 봤다는 것마냥 막이 오르자마자 허옇게 분칠한 속옷인간들이 무대 전체를 점령하고 엄청나게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대뜸 남녀가리지 않고 자위를 함....... ㅋㅋㅋㅋㅋ 하 자위라는 교양어를 쓰기도 싫음 딸딸이를 침. ㅠ (진짜친건아니고요)
마녀합창이 끝남과 동시에 딸딸이를 마무리하는 속옷인간들이 쿨하게 퇴장하면 이제 젖가슴을 깐 마녀 다섯명이 등장해서는 누워있는 맥베스를 상대로 공중부양 마술쑈를 함. 이러면서 여자 질에서 나온 사람은 널 죽이지 못한다 이러는거임...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는 맥더프맬컴 단결!투쟁!합창 전에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스코트랜드 난민들을 보여주는데 여기서도 성기덜렁 나체남성들의 발목을 묶어서 정육점 고기처럼 거꾸로 매달음... 덜렁거리는 남자들이 대롱대롱 돌아감... 마지막에서도... 버넘숲 움직이는 걸 합창단이 높이 든 칼로 형상화했는데 이 합창단 사이사이에 흰분칠인간을 쏙쏙 박아둠...
인터미션때 뭐냐 이 밍숭맹숭 이빨빠진 쿠세이는...이라고 불평했는데 인터 끝나자마자 갑자기 미친사람마냥 인간을 벗기는거임!! ㅠㅠㅠㅠㅠㅠㅠ 미안해 네가 이런 반전을 준비한 줄은 몰랐어 ㅠㅠㅠ 고마워 ㅠㅠㅠ 이러면서 3, 4막 내내 폭소터트리면서 봤지 뭐예요. 참나 쿠세끼는 다 뜻이 있구나.
게다가 맥더프 너무 잘함. 몽유병 쩔음. 심지어 맥베스 가수가 갑자기 피에타리스페토아모레를 혼신의 힘을 다해 뽑아냄. 뭐야~ 너네 이렇게 할 수 있었잖아 ~~~!
제가 계속 부르짖는 속옷인간이란 이런걸 말합니다... 네.,, 이 프로덕션 네트렙코도 했음 옛날에 ..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건 뱅코우 암살장면이었다. 옛날부터 만약 내가 쿠세이를 가지고 논문을 쓴다면 파보고싶었던 게 있는데 합창단이 무대 위에서 노래하지도 춤추지도 말하지도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임. 쿠세이가 잘하는 거잖아요. 노래하지도 춤추지도 대사를 읊지도 않는 합창단이 그저 무대 위에서 무대세트와 하나가 된 마네킹처럼 서있기만 하는 거. 여기서는 뱅코우 암살장면에 그런 합창단이 나오는데, 심지어 합창 노래를 불러야 하는 장면임에도 무대 위에는 침묵하는 인간무대배경들만 존재함. 합창은 무대 오프에서 진행된다. 이 인간무대배경들은 강렬한 조명과 함께 검은 복면을 썼다 벗기라는 간단한 동작을 반복할 뿐인데, 내가 쿠세이 연출 꽤 봤다고 자부하지만 이거에 대해선 아직 딱히 해석을 못하겠음. 진짜 언젠간 한번 들입다 파봐야지.
그밖에는... 과연 맥베스는 짱유명한 아리아가 줄줄이사탕으로 있고 맥베스나 레이디맥베스나 캐릭터성이 워낙 강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 이건 코러스용 오페라임 이것만은 확실하다... 나 베르디맥베스 진짜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진짜 새삼 개허접 플롯에 귀를 홀리는 음악만 탕후루처럼 입혀놓은 작품인 것 같음.
이건 걍 자랑하려고 올림. 제 자리 짱좋죠 공연 1시간 전에 열리는 아벤트카쎄 남은 표 사려고 줄섬. 30세 미만이면 남은 표 전 좌석 10유로임. 아예 온라인예매 오픈 때 30세 미만용 티켓도 따로 빼서 팔기도 하는데 이건 순식간에 매진이라... 뮌헨 유학의 유일한 장점 아니겠어요 이게... 그리고 은근 칼릭스토비에이토가 자주 올라오는데 (할매할배들 괜찮은건가?) 1월에 보리스 고두노프 3월에 피델리오가 재공연 예정이라 이것도 레스트카르테로 갈라고요... 비에이토를 정가 주고 보겠냐. 배리코스키 연출에 담라우 나오는 박쥐도 한다는데 이건 안가고싶음... (ㅋㅋ ㅠㅠ)
그리고 이거 본 주에 수목금토 관극했는데 죽을맛이었다... 이러지말자 진짜... 안드레아스 크리겐부르크가 연출한 알반베르크 <보첵>도 봤거든요. 난진짜 도무지 현대음악이라는 걸 모르겠음.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하면 되는 관객도 이렇게 집중이 안되는데 저걸 불러야되는 가수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건가요? 집중력 차력쇼같음. 그리고 크리겐부르크는 진짜 카프카적인 거 잘하겠다 싶었다. 맥베스 후기에 보첵 후기도 같이 붙여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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