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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바이에리셰 슈타츠오퍼 <탄호이저> 본문

오페라, 클래식

2024 바이에리셰 슈타츠오퍼 <탄호이저>

허튼 2024. 7. 29. 23:31

 

 
2024년 7월 25일 공연 후기
 
지휘: 제바스티안 바이글레
연출: 로메오 카스텔루치
안무: 신디 판 아커
 
출연: Klaus Florian Vogt(탄호이저), Elisabeth Teige(엘리자베트), Andrè Schuen(볼프람), Yulia Matochkina(베누스)
 
  탄호이저 처음 봄. 카스텔루치 연출을 실제로 봐보고싶기도 했고, 쿠세이 루살카 영상에서 봤던 플로리안 포그트가 나름 마음에 들었어서 이 남자... 바그너에선 어떨까? 싶은 마음에 보러 갔다. (하지만 루살카 봤을 때도 이미 이 자가... 바그너를... 한다고...? 하는 의문이 있긴 했음.)
  몰랐는데 이 프로덕션이 나름 BSO 단골 래퍼토리였더라고요. 2017년 프리미어 이후로 꾸준히 시즌마다 올리는 것 같던데 또 표가 꾸준히 팔리는 게 신기함. 어차피 다들 아보로 보는 거 아닌가...? 티켓판매율이 그렇게 많나...? 뭔 라스칼라 빈슈타츠오퍼 이런데도 아닌데...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아벤트카쎄 여는 시간 맞춰서 갔더니 이미 내 앞에 서른 명쯤 줄 서있고 공연시간 임박한 마지막엔 표 못 구해서 쪽지 들고 양도표 구하는 사람도 몇 명 보이더라. 나는 30세 미만 떨이표 할인으로 10유로에 1층에서 관람했다. 젊은 게 벼슬이여. 아래는 10유로짜리 자리 자랑. 
 

 
  아무튼 내 탄호이저 첫인상은... "이... 이거 제다이 아이가!!!"였음... 아니 얘들아 진짜로 내 말 좀 들어봐. 아나킨이 왜 다스베이더가 됐겠니. 그게 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갖고있는 다크사이드를 걍 무작정 배척만 해서 그렇다니까? 제다이 유교꼰대집단이 왜 망했겠냐고. 그게 다 다크사이드를 배척해서 그런거라니까? 거 사람이 베르크하인인지 베누스베르크인지 좀 살다가 섹스중독자 예술충이 되어 돌아왔다 해서 당장 로마순례를 떠나 음란마귀를 씻고 돌아오라고 추방해버리는게 이게 교리로서 사랑을 말하는 종교가 할 짓이냐고~ 심지어 의상도 제다이같음.
 
 

자기 안의 다크사이드와 엉겨붙는 아나킨탄호이저
 
 
  이거 말고 재밌었던 연출은 3막이었음. 3막에 순례자 합창부터인지 엘리자베트 아리아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암튼 무대 뒷면 자막으로 "1초가 지난다 Hier vergeht eine Sekunde"부터 시작해서 1분, 1시간, 하루, 한달 ... 수십억 년 "Hier vergehen eine Milliarde Milliarden Milliarden Milliarden Milliarden Jahre"까지 천천히 영사되는 동안 엘리자베트의 기다림 - 볼프람 아리아 - 탄호이저 로마순례기 - 베누스 2차유혹 - 구원이 진행된다. 무대 위에는 엘리자베트와 탄호이저의 제단이 등장하고, 그 위에는 사람이 임신했다가 죽고 썩어 백골이 되는 모형을 차례차례 올려둔다. 처음에는 엘리자베트와 탄호이저의 것인 줄 알았던 제단은 3막이 진행되면서 익명의 인간 남녀 일반의 것이 되었다가 마지막에는 엘리자베트와 탄호이저 역을 맡은 가수들의 이름이 음각된 것으로 바뀌는데, 이 제단 위에 올라간 백골 가루 한 줌씩을 함께 뿌리면 탄호이저의 구원이 이루어짐.
 

 
 
  포그트로 봐놓고선 왜 사진이 카우프만이냐면요. 하필 내가 본 날 엘리자베트 역 가수 이름이 엘리자베트라 너무 헷갈렸기 때문에... ㅋㅋㅋ '아니 엘리자베트 제단에 엘리자베트 써놓은 건 알겠는데 탄호이저 제단엔 왜 하인리히가 아니라 클라우스지?' 이러면서 봤단 말임... 다 보고 나와서 아 원래 가수이름 박아놓는 게 맞는구나를 깨달았음. 아무튼 이 부분 연출이 특히 재밌었다. 카스텔루치 너 정말 예술과 예술가를...... 믿는구나...? 네게 무대예술은 정말 성스러운 제의구나...? 싶어져서... 아무래도 아리애스터 영화 주인공이 오페라를 보러간다면 연출은 카스텔루치일 것 같죠.
  그치만 도대체 왜 이렇게 희생제물로서의 동물과 피와 제사의식에 집착하는지를 알것같다가도 모르겠음. 똑같은 걸 20년 이상 해야 시그니처가 된다는 마음가짐인건지. 그 밖에는 추상회화같은 무대미술이 역시 예뻤고 코레오그라피로 무용수들을 자꾸 인간지네 만드는게 신경쓰였다... 아니왜자꾸 인간지네를... 만드냐고...
 
  음악은 여전히 알못이지만 그래도 써보자면. 아 이 포그트가 바그너에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을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 포그트만큼 할 수 있는 테너가 있?는지?도 문제 아닌감 ㅋㅋㅋ) 좋을땐 좋은데 공허할 땐 또 공허하다가도 어떤 순간엔 또 괜찮고 그럼. 게다가 내가 본 공연에서 이게 완전히 포그트만의 탓인지를 잘 모르겠단 말임. 공연 끝나고 나와서 제일 귀에 맴돌았던 Dir töne Lob을 남의 지휘 남의 노래로 다시 듣는데 깜짝 놀랐기 때문에. 이게 같은............ 노래라고? 내가 본 게 한 서른 배쯤 빨랐단 말이야. 테너한테 아주 랩을 시켜놓은거임. 음유시인이 암만 일종의 래퍼라지만 이렇게 시켜놓고 포그트 구리다 하면 좀 부당한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ㅋ 아무튼 내겐 어쨌거나 테너는 알빠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저냥 잘 들었다. 진짜 맛도리 맛잘알 오페라의 미슐랭은 모두 바리톤에서 나옴. 순례자 무리에서 하인리히를 찾아내지 못한 엘리자베트가 망연자실해서 망부석처럼 앉아있는데 그걸 본 볼프람이 댁으로 모실까요.할 때 심장 박살나는 줄 알았다. 아니 진짜. "Dürfte ich dich nicht geleiten?" 이게 도대체 뭔 세상에 갈발녹안 서브남주의 돌아버린 미슐랭 오마카세냐고. 하... 나는 이 삼각관계 찬성일세. Andrè Schuen 이 사람 난 처음봤는데 세상엔 여전히 좋은 바리톤이 많구나 싶었다.
 
  보고 나와서 한 이틀 곱씹었는데 생각보다 더 재밌게 본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여담이지만 내 옆자리 할배 뮌헨토박이였는데 그런 할배도 자막 없으면 이거 못알아먹는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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