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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아이다> - Staatsoper für alle 스트리밍 본문

오페라, 클래식

2023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아이다> - Staatsoper für alle 스트리밍

허튼 2023. 8. 7. 06:53

사진출처:&nbsp;https://www.sueddeutsche.de/muenchen/oper-fuer-alle-muenchen-aida-max-joseph-platz-kritik-1.6058427

 

2023년 7월 23일 공연, 뮌헨 Staatsoper für alle 스트리밍 관람

https://youtu.be/z4z2LWHFziE (2023년 9월 15일까지 시청 가능)

 

지휘: Daniele Rustioni

연출: Damiano Michieletto

출연: Judit Kutasi(암네리스), Elena Stikhina(아이다), Riccardo Massi(라다메스)

 

 

  네네.. 전 독일에 왔구요... 하필 여름에 와서 메이저극장들이 전부 축제에 불려다니는 극장휴가기간이라 조금 슬프네요...

 

  7월 19일에 입독했는데 마침 23일에 오픈에어 스트리밍 Staatsoper für alle(모두를 위한 국립오페라)를 한다고 해서 득달같이 달려갔다. 위 사진을 잘 찾아보면 내 뒤통수도 있음. ㅋㅋ

  오퍼퓌어알레는 2017년 베를린에서 베교9번 본 후로 이번이 두 번째였다. 사실 스트리밍인줄 몰랐고 오픈에어 무대에서 라이브로 해주는 줄 알았다. 막상 국립오페라 앞 광장에 대형스크린이 설치되어있는 걸 보고는 사람이 그렇게 많이 오진 않겠네... 싶었는데 웬걸, 바글바글하더라. 뮌헨에 할일없는 사람들은 다 여기 나온 것 같았다. 연령층도 각양각색. 물론 중년~노년 부부가 손잡고 오는 경우가 과반수였지만(이건 국립극장 관객층도 마찬가지다), 친구들끼리 피자 몇판 사들고 보러오는 20대가 적지 않다는 게 신기했다. 

 

  그럼 이제 공연 얘기... 블로그를 돌이켜보니 마지막 오페라 후기가 2020년 3월이던데... 그 후로 3년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라는 점이 참 안타깝다. 그 사이에 뭘 보기는 했는데 후기를 남길 힘이 없어서 방치했더니 뭘 봤는지도 전부 잊어먹음. 여기서도 연출 얘기만 간단히 하려고 한다.

 

  사실 이 시점에 아이다를 공연한다는 건 대놓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염두에 둔 선택이다. 이미 발빠른 극장들은 작년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전쟁을 주제로 새로운 퍼포먼스 작품들을 올린다거나 또는 옛 고전 작품들을 올리면서 연출로 전쟁을 비판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슈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2023년 5월에 초연된 이 프로덕션은 '트렌드'로 보면 살짝 늦은 셈. 당장 수많은 사람들이 부당하게 죽어가고 독일은 우크라이나쪽의 전쟁피난민과 러시아쪽의 망명자들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기는 하지만, 전쟁을 멈추자는 얘기가 지금 메이저 공연예술계의 트렌드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을 거다. 게다가 그 전쟁이라는 테마를 얼마나 단순하게 다루는지 그 면면들을 보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가 없다. 저도 다 이유가 있다니깐요??

 

  이 <아이다> 프로덕션의 연출 컨셉은 단순하다. 무대는 폭격으로 엉망이 된 빈 체육관. 평균대나 리본, 공 등의 체조용 물품들이 굴러다닌다. '이기고 돌아오라'에서 어린 소녀가 체조 의상을 입고 연습하는 안무가 배경으로 깔리고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이 소녀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보면, 전쟁이 파괴하는 미래(또는 청소년의 꿈)를 비유나 상징도 아니고 그냥 냅다 보여주려는 듯 함. 심지어 2막까지는 그저 폭격으로 파괴된 체육관이었지만 개선행진곡과 인터미션 이후 새롭게 막이 오르면 3막부터는 체육관 바닥에 잿더미가 잔뜩 높이 쌓여 있다. 아래 사진처럼.  

 

 

 

 

  무대 자체가 그 얘기를 하고 있는 셈. 전쟁은 우리의 미래를 파괴합니다... 전쟁은 씻어내기 어려운 상처를 남깁니다...

 

  근데 <아이다>에서 제일 유명한 곡이 그거잖아요. 개선행진곡. 사람들은 이 합창이 연주되는 장면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구요. 개선행진을 하기 위해 이집트군이 에티오피아에서 뭔 짓을 했든 이집트군과 에티오피아 민간인들이 전쟁 중에 어떤 고통을 겪었든 어떤 미래가 파괴되었든 개선행진곡을 기다리는 관객이 알게 뭐람. <아이다>에서 전쟁은 이 사랑이야기에 비극을 불어넣어주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결국 라다메스는 오페라계의 유니콘 벤츠테너남의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에서 위풍당당하게 승리하고 돌아와야 하는 것임. 그렇기 때문에 오페라로 반전캠페인을 하려면 필연적으로 이 라다메스 캐릭터에게서 마초나훈아적 전사의 양기를 빼앗아야 하고, 이를 위해 연출은 라다메스를 PTSD에 시달리는 참전용사로 만들어놓는다.

  라다메스의 이런 캐릭터 전환이 이 프로덕션에서 인상깊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는 한다. 연출적 하이라이트는 1막 2장 전능하신 프타여 합창에서부터 시작된다. 라다메스가 전선으로 떠나기 위해 무대 한켠에서 이발병에게 머리를 미는 동안 무대에는 커다란 하얀 천이 깔리고, 병사들이 자신의 군화를 오와 열을 맞춰서 하얀 천 위에 차례로 올려놓는다. 머리를 다 깎은 라다메스는 군복을 정돈하고 람피스 앞으로 나서고, 람피스는 라다메스에게 군통솔권자의 칼을 준다. 합창이 끝나갈 때 쯤 라다메스는 무대 위에 놓인 흰 천을 마치 망토처럼 - 또는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처럼 - 어깨에 둘러매고 퇴장한다. 병사들이 올려둔 군화가 흰 천과 함께 묵직하게 함께 딸려나간다. 여기에서 암전. 정말 충격적인 이미지였다.

 

 

 

 

  전쟁에 거는 목숨들의 이 무거움은 개선행진곡까지 이어진다. 당연히 발레나 무용은 없다. 연주곡이 진행되는 동안 무공훈장을 받을 군인들이 차례로 무대에 입장한다. 사지수족이 멀쩡한 사람이 별로 없다. 람피스가 달아주는 훈장을 받기 위해 휠체어에서 일어나 목발을 짚고 걸어가야 한다. 훈장 수여가 끝나면 백성들의 환호가 이어지는데, 무대 전면에 영사막을 깔아서 무대 위의 환호가 영사막에 비춰지는 영상으로 덮인다. 영상은 군인들의 전쟁트라우마를 시각화한 것. 자신을 둘러싸고 환호하는 사람들의 영상과 피범벅이 된 군인의 두 눈을 익스트림 클로즈업 한 영상이 서로 교차되어 나온다. 말하자면, 위풍당당한 개선행진곡을 죄책감과 공포에 사로잡혀 피폐해진 라다메스와 완전히 대비시켜둔 셈.  

 

  여기까지 쓰니까 되게 열광적으로 본 사람 같죠. 아니 나도 저 이기고 돌아오라부터 개선행진곡까지의 힘 빡 준 연출은 엄청 강렬해서 인상깊게 봤다. 근데 역시 반발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솔직히 독일에서 제일 부유하고 제일 치안 안전한 동네 뮌헨에서 드레스연미복 쫙빼입고 국립오페라극장 들어가서 하룻밤 분위기 내러 보는 오페라로 이런 얘기 한다고 뭐가 어떻게 변한다는 거냐고. 맨날 연극에 품는 의문이긴 한데 오페라로 오면 그 의심이 몇배는 심해진다. 도대체 전쟁나빠요!!아군도적군도상처입어요!!전쟁은미래를파괴해요!! 수준의 단순한 얘기를 충격적인 이미지를 넣어서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상식적으로 그거 모르는 사람 있냐? 그걸 알아도 전쟁 하는거잖아. 더 솔직히 말하면 이런 일차원적인 전쟁나빠요 반전메시지 공연 하면서 전쟁이랑은 상관 없는 안전한 위치에서 자기들이 무슨 대단히 중요한 작업을 하고있다는 - 또는 자기들이 대단히 의미있는 공연을 보고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그 자의식이 가장 마음에 안 든다. 게다가 이게 관중에게 얼마나 와닿는지도 모르겠음. 관객이 보다 자유롭게 대화하고 움직일 수 있는 오픈에어 스트리밍에서는 이게 정말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개선행진곡에서 전후트라우마를 겪는 군인의 충격적인 이미지들을 수없이 많이 보여주고 전쟁 나쁘다고 하면 뭐하냐고, 관객은 그냥 웅장한 오케스트라에 맞춰서 손지휘를 하고 빰빰빠밤!!하는 클라이막스와 함께 끝나는 노래에 브라보박수를 보내고 싶을 뿐이라고. 

 

 

  아무튼... 연출은 이 하이라이트 이후로는 모든 힘을 잃고 급격하게 지루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테너승부아리아인 첼레스테아이다가 너무 빨리 있음. 야우리공연시작할거니깐 다들주목! 하는 느낌. 게다가 오케 지휘도 묘하게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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