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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독일문화원 <끝없는 반지> 아힘 프라이어 연출 강연 후기 본문

오페라, 클래식

주한독일문화원 <끝없는 반지> 아힘 프라이어 연출 강연 후기

허튼 2018. 9. 2. 12:42

최근에 주운 것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짤


  괴테인스티튜트 어서 독문과 학생들을 위한 할인 예매나 풀어주길 바람.. 사람이 양심이 있으면 예당 4층을 5만원에 팔면 안 되는거야.. 알겠니....? 하긴 알면.. 당신들이 최고가를 40만원에 책정하진 않았겠지..





  아무튼 9월 1일자로 독일문화원에서 <끝없는 반지>라는 제목으로 한국 반지 연출가인 아힘 프라이어의 강연이 열렸다. 허튼 반지알못이라서 예습 겸 무슨 얘기 하나 가서 들어보기로 했다. 연출가가 브레히트의 수제자라고 광고를 때리지 않겠나. 브레히트가 진짜 수제자를 키웠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랬는지 질문에서도 강연 자체에서도 '소외화' 얘기가 많이 나왔다. 나는 바그네리안도 아니고, 반지 자체에도 별로 아는 게 없으므로 다음은 해당 강연을 들으며 남겨두었던 메모를 그저 옮겨두기만 한다. 사정이 있어 불참했으나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강연 제목이 <끝없는 반지>인 만큼, 연출가는 바그너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물려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물려줌'은 끝이 없을 것이다. 바그너의 시대와 우리의 시대는 다르므로, 바그너는 자신의 시대의 자신이 생각한 혁명을 위해 작품이라는 무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바그너는 그 무기에 시대를 초월한, 인간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를 담았다. 그렇기 때문에 바그너 시대의 무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모든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우리 시대의 문제점에 대해 논하는 것. 그리고 작품을 해석하는 연출가는 관객에게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뿐이다. ((무대는 화두를 가지고 있다. 무대에 화두를 집어넣는 것은 작가와 연출가의 일이다. 그 화두를 끄집어내고 풀어내고 이야기하는 것은 관객의 몫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관객이다. 아힘 프라이어는 바그너의 Gesamtkunstwerk(종합예술작품)를 일반의 해석과는 좀 다르게 본다. 일반적으로 Gesamtkunstwerk는 시, 음악, 극이 하나로 합쳐진, 소위 "멀티미디어"로 이야기된다. 하지만 연출가는 여기에 관객을 더한다. 여기서 'gesamt'는 무대 위의 예술가와 객석의 관객이 함께 생각하고 함께 발견하고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가 된다. 연출가는 이미 만하임과 로스앤젤레스에서 두 번 반지를 올렸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저 게삼트쿤스트베르크를 실현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물론 일반적 의미의 Gesamtkunstwerk도 구현한다. 이미 종합예술작품 자체인 바그너의 작품에 덧붙여 연출가는 자신이 직접 그린 거대한 크기의 추상미술 부분 부분을 오려 영상으로 활용한다. 무대 앞쪽에 드리워지는 베일과 뒷쪽에서 사용하는 오페라라는 조명을 사용해서 베일에 영상을 쏘기도 하고 무대 위의 철골구조물을 보이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고. 


  재미있는 것은 아힘 프라이어가 서울 이전에 올렸던 두 번의 링 사이클, 만하임에서와 LA에서의 공연에는 각 지역의 분위기, 특색, 역사 등이 어떤 방식으로든 무대 위에 녹아있었다고 말한 점이다. 만하임과 LA는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에 그것을 무시할 순 없다고. 그렇다면 이번 링 사이클에도 서울의 특색이 들어갈 것이다. 아힘 프라이어는 서울의 모습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식민지배 이후 급격한 성장, 상업적인 광고같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만큼 정돈된 도시, 모든 것이 빠른 곳. 한편 그 빠름은 실패를 부를수도 있다. 빠르게 달리는 사람은 넘어지기 쉽고 실수가 잦다. 프라이어는, 실수란 가장 인간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가장 완벽하게 보이고 싶은 곳에서 항상 실수를 한다.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면모는 실수를 연발한다는 점이다.

  만하임 반지에서 지크프리트는 용의 피를 뒤집어 써서 붉은색 물감으로 몸과 얼굴을 칠한 모습이다. 이는 서커스의 광대를 연상시킨다. 광대는 서커스에서 예술가들과 관객을 이어주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무대 위에서 온갖 실수를 연발하여 웃음을 자아내는, '가장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지크프리트 역시 좌충우돌 많은 실수를 저지르는 인간적인 캐릭터라고 했다. 지크프리트 확인하려면 내년은 되어야한다는 게 유머, ,, ,, , ,


  연출가는 이번 <라인의 황금>에서 특히 보탄의 의상을 소개해주었다. 원래 가수의 머리 위에 인공(?)머리를 하나 더 달아서, 가수의 눈 + 분장 눈이 보탄의 가슴에 위치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의민지는,, 안 가르쳐줬던 것 같은데,,, 누구 아시는 분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억에 남는 내용은 이 정도다. 우리 제발 이런 자리에서 질문할 때 "~~를 공부하는 학생인데요" 질문 금지 규칙 만들면 안될까?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지. 영화 GV 때보단 안 심해서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아힘 프라이어가 브레히트의 수제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광고를 해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는데, 연출가는 무대의 한계(Grenze)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그리고 무대와 관객 사이에 제한(Grenze)을 두느냐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 연출가는 당연히 무대는 한계를 가져야 한다고 대답함. 한계를 가져야 진정 무대예술이 무대예술로서 가치가 있는 거니까. 지금까지 많은 무대인들이 그 한계를 깨고자, 또는 실험하고자 많은 시도를 했지만, 그건 결국 새로운 한계를 찾는 작업이었다. 무대 위에서 물 속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물을 들이붓는것이 좋을까? 그보다는 물 없이도 물 속을 표현해내는 영리함이 바로 무대예술의 매력일 것이다. 그래서 연출가는 무대의 한계를 즐기고 그 한계를 끊임없이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극이 어떻게 올라올 지 궁금하면서도 살짝 두렵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 그 전까지 할 건 예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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