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드하임은 뮤지컬신
2018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 본문
2018 6월 30일 공연
지휘: 토마스 뢰스너
연출: 기 요스텐
출연: 바네사 고이코에체아(한나), 안갑성(다닐로), 나유창(제타), 김순영(발렌시엔), 허영훈(카미유)
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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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를 "아 괴롭다" 한 마디 남겨둔 채 후기 없이 뒀다. 그냥 그렇게 두고 모르는 척 할까 싶었지만 그건 국오에 너무 부당한(???) 것 같아서 딱 두 마디만 얹으려고 한다.
1. 100년 전 사람인 레하르는 여자도 man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걸 몰랐을 수도 있다. 그건 그냥 응, 그래. 멍청했구나. 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런데 2018년에도 그러면 안되지 않을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진짜 언제까지 얘기할건데?
여자의 No는 뭐고 외교관의 No는 뭐고.. 레하르는 용서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희화화함으로써 이게 개소리라는 걸 연출은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안돼요... 돼요.. 돼요...." 드립은 솔직히 오페라계에서는 양심이 있다면 하면 안 되지 않을까? #미투는 지금 완결된 문제가 아니다. 그 폭발하던 와중에 오페라를 비롯한 클래식계에서는 정말 조그만 소리밖에 없었다. 실상이 그렇지 않을 텐데도. 얼마나 꽉 매여 있으면 그렇겠느냔 말이다. 그렇게 피해자를 오히려 소위 "꽃뱀" 만들 때 쓰는 유구한 방식이 저 안돼요 돼요 돼요가 아니었던가.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명 속으로는 좋아한다느니.. 분명 모르지 않을 테다. 프로그램북에 여자와 남자는 근본적으로 동일할 수 없(아.......)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개개인의 인권이라고 써 놨으니 정말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다행인지 뭔지는 원래 Wie die Weiber Wie die Männer로 훨씬 더 심한 성별이분법과 뭐시기를 보여줬던 원작에서 여자 합창 파트를 빼고 남자 합창파트만 희화화해서 집어넣음으로써 연출의도를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그래 이런 소리 하는 남자들은 다리들고 방뇨하는 존재니까.. 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겠지.
2. 외국인(무대 위나 미디어에서는 많은 경우 백인이어야 함 백인 외 다른 인종의 외노자일경우 사투리써야함ㅋㅋㅋ)이 어눌한(하지만 노력하는) 한국어 하는 것을 웃음 포인트로 제공하고 또 거기에 웃어주는 창작자나 관객이나 역시 불쾌하다. 아 한국인 님들도 지금 무대 위에서 독일어로 대사 치시는 거 원어민 발음이랑 다르거든요? 돌겠음.
이 두 개 말고는 재미있게 잘 풀어냈다. 연출은 원작의 민감한 요소를 잘 피해가려고 했던 것 같고, 가수들도 모두 잘 해 주었다. 주말에 가볍게 보기 좋은 작품이었다. 싼티 안 나고 퀄리티도 괜찮았다.
혹시 몰라 덧붙이지만, 불편러 납셨다고 생각하시면 그냥 서로 갈 길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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