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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클래식

2017 라 스칼라 <돈 지오반니> 후기

허튼 2017. 6. 18. 05:54

*****클알못 후기 주의*****


2017. 06. 03 공연 감상


안녕하세요 오페라 보러 교환학생 간 램튼입니다.. 

지난 6월3일부터 6월11일까지 8박9일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여행의 첫 날 밤 일정이 바로 토마스햄슨의 돈 지오반니를 보는 것이었다.



지휘: 파보 쟈르비

연출: 로버트 카슨

출연: 토마스 햄슨(지오반니), 루카 피사로니(레포렐로), 한나 엘리자베스 뮐러(돈나 안나), 안네트 프리취(돈나 앨비라), 베르나르드 리히터(돈 오타비오), 쥴리아 세멘자토(쩨를리나), 마티아 올리비어리(마제토)


같이 교환중인 친구들과 4월 초에 맨 처음 여행 얘기가 나왔던 것 같은데.. 얘기 나오자마자 이탈리아에서 무슨 공연 하는지 찾아보고 앗 마침 햄슨이 밀라노에!! 이틀만에 예매를 완료해버렸다. 왜냐면,, 남아있는 자리가 얼마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며칠 후 해당 회차는 전석매진이 되어버리셨다. 게다가 내가 밀라노에서 베네치아로 떠나는 날 저녁에는 르네파페의 리사이틀이 이 극장에서 진행되었다. 그 공연을 못 본건 슬프지만! 베를린에서 파페 봤으니까!! 괜찮아!! 

이 공연은 햄슨에게 어떤 의미인가, 라 스칼라에서 수많은 리사이틀과 공연을 했지만, 오페라의 메인 롤으로서 등장하는 것은 이번 돈 지오반니가 처음이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다 햄슨의 오피셜 인스타그램에서 몇 번이고 "라 스칼라에서의 오페라틱 데뷔"라는 말을 다시 보기 전까지는... 아니 햄슨 오페라 시작한 게 언젯적고리짝인데 이제서야...?!?!???? 어쨌든 공연을 보았고.. 유명 오페라 극장은 처음이라 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갔다. 마음속에 잘 접어둔 허영심같은 게 펼쳐지려고 했는데



극장이 의외로 아담하고 소박했다ㅋㅋㅋ 차라리 시골산골짜기 튀빙엔 시청이 이것보단 크고 화려하겠어!



으 그래도 튀빙엔에서 스위스 넘어 열심히 왔으니까 사진도 열심히 찍고



라 스칼라를 바라보고 우측에는 베르디 길이 있는데 (그냥 도로명같은거) 그 표지판 아래 소화전..?에 이렇게 베르디 얼굴 그라피티가 되어 있어서 의외의 힙함에 웃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이번 여정에서도 멍청한 짓을 빼먹지 않았다. 라 스칼라는 인터넷예매 시 티켓 배송을 유일한 선택지로 갖고 있는 듯 했고.. 예매 당시 교환 기숙사 주소에 익숙해있지 않았던 램튼은 자기가 사는 건물 동 번호는 쏙 빼놓고 방 호수만 적어버린 것이다 멍청하게.... 당연히 티켓은 배송되지 않았으며..... 나는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열리는 티켓오피스에 가야만 했다. 라 스칼라의 티켓오피스는 또 저 멀리 어딘가 구석에 박혀있었고,, 아마도 그곳에서 입석 표를 파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간 티켓오피스에도 내 티켓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허망하게 예매확인 메일을 들고있는 내 손에 오피스 직원이 무언가를 쥐여줬다.



ㅋㅋ ㅋ  ㅋ  ㅋ  ㅋ  ㅋㅋㅋㅋ이것은,, 저같이 멍청한 자를 위한 이면지 티켓입니다,, 아 이거 진짜 티켓입니다.... 어셔분들이 아무말도 안하고 들여보내주셨다구요........ㅋㅋㅋㅋ ㅋ  ㅋ  ㅋ

극장 실내는 외관과는 다르게 매우 화려했다 겉과 속이 다른 느낌... 그리고 내 자리를 찾아가기 매우 어려웠다. 다년간의 뮤덕질 경력이 있지만 박스석은 처음인지라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었고, 이차적으로 박스석은 입장 시 문이 잠겨있어섴ㅋㅋㅋㅋ 또다시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었다 힝ㅠ 


좌석에 앉으니 무지막지하게 화려한 객석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이상하게 무대는 눈에 안들어오더라?  ㅋㅋ ㅋ  ㅋ ㅋ ㅋ 관극꿈나무의 자라나는 새싹을 넘 비참하게 만드셨다.... 여러분 혹시나 라 스칼라를 갈 땐.. 꼭 중앙박스석에 앉으세요... 사이드밖에 자리가 없다 싶으면.... 꼭... 1열을 사수하세요...............

그리고 웬만하면 그냥 박스 말고.. 일반객석에 앉읍시다.. 내 좌석이 사이드에서 좀 뒤로 간 박스석 2열이었고 내 옆이랑 뒤에 앉으신 분들이 중년 부부였음. 공연 시작 전에 부인분께서 말을 걸길래 헉 어떡해 나도 드디어 유명 오페라/뮤지컬 극장에 있다는 "홀홀.. 난 이 공연을 30번째 보는거라네..."중노년하고 스몰토크를 하게 된 걸까 기대했는데, 캘리포니아에서 한달동안 이탈리아 여행을 하러 오셨고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신다고 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내 옆자리 부인분이 (그분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일만한 자리이긴 했다) 내 뒷자리 남편분이랑 아리아 하나 끝날때마다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서서 관람하셨고.....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때 나가셔서 아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ㅋ ㅋ  ㅋ  ㅋ  ㅋ ㅋ 비극! 통탄!!!


무대 좌측을 통채로 날려버린 내 좌석은 특히 이 공연에서 치명적이었다. 지오반니가.. 레포렐로랑.. 꽁냥대는 자리가 주로 왼쪽이며... 그냥 햄슨의 주요 노선이 좌측에 치중해있기 때문이었다. ....ㅠㅠ 게다가 박스석 좌석 5개에는 자막이 나오는 작은 스크린이 단 두 개 배치되어 있음. 나는.. 내 앞에 앉은 이탈리안 연인이.. 스크린 두 대의 자막을 모두 이탈리아어로 놓고 본 이 극을.. 단지 배경지식만으로 이해해야 했다... 즉 가사의 디테일은 알 수 없었다는 소리다. 눈물이 난다 진짜 어차피 여혐범벅이었겠지 가사..


각설하고 공연은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는데, 거기 나오는 가수들중에 햄슨이 제일 못했기 때문이다. ㅋ ㅋ   ㅋ  ㅋ ㅋ 뭐가 문제였을까? 소리가 앞으로 질러지지 않고 혼자 먹는 느낌. 아무래도 지오반니가 앞이 아니라 옆이나 뒤를 보고 노래할 때가 많았으므로 그렇게 느껴졌을것이라 내적실드를 쳐보기는 하는데.. 아무리그래도그렇지 무대 바닥에서 뛰고울고 구르는 레포렐로보다 소리가 더 안 나면 어떡해요 아재요ㅠㅠㅠㅠ 진짜 이 공연은 레포렐로가 살렸다. 너무 귀여웠고 캐릭터에 잘 맞았음 지오반니 뒤치닥꺼리 해주면서 또 좋다고 따라다니고... 어쩔수없죠 이번한번만이에요ㅠ 하면서 맨날 당하는 게 너무... 최고되는 귀여움이었다....ㅠㅜ



으앵 귀여워ㅠ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 그런데 레포렐로가 원래 베이스 역이었지 않나..? 레포렐로 역의 이 가수분은 베이스라고 하기에도 묘하고 바리톤이라고 하기에도 묘했다. 그래서 레포렐로가 바리톤인가 싶었음. 뭐.. 잘했으면 된 거 아닐까?! 카탈로그 너무 귀여웠다 이동식 칠판 뒷면같은 무대 세트에 빗금으로 5씩 묶어세는 기호(////이런거) 잔뜩 그려놓고 "에스빠냐에서는 무려 1000명하고도 세명을 더 만나셨다구요!" 하는 레포렐로 너무 빻았고 귀여워.... 카탈로그 진짜 잘해서 모든걸 용서해줄 수 있음 햄슨이 못해도 용서해줄 수 있었단 말이다 여혐범벅한 오페라지만!!!! 


휴 그리고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두손을 맞잡고' 이 듀엣...ㅋㅋㅋ 여기서 스카르피아 생각나서 죽을뻔했다.. 지오반니 아무리 망나니라도 이 장면에서 좀 로맨틱하고 원조교제라도 괜찮을것같아 싶고 감미롭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대체 왜 빌런미를 뿜으시는 것이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햄슨 노래 왜 못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이 프로덕션 보기 전에 봤던 햄슨 지오반니는 그 끔찍하게 못생긴 잠옷 입고 나오는 M22 공연이었는데ㅋㅋㅋ 거기선 괜찮..지 않았...나...? ..ㅠ... 비주얼을 포기하느냐 노래를 포기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버린 것입니다 아무래도 내 자리가 문제였던 것 같아 소리가 안닿는 자리였던 게 아닐까?

 


모차르트의 망할 여혐스토리가 흘러가고 기억에 남는 무대는 거울을 열심히 쓴 프로덕션이었다는 점인데, 이것조차 제대로 감상하질 못했음. 게다가... 저렇게 무한반사 하면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구.. 차라리 이 포스팅의 맨 첫번째 사진에서처럼 서곡 흐를 때 지오반니가 거울을 뒤로 밀고 위로 올리며 '무대 조정자로서의 지오반니' 캐릭터를 부각시키듯 사용했던 건 좋았는데!!

'무대 조정자로서의 지오반니'는 이 프로덕션이 밀고 있는 지오반니의 캐릭터였다. 지오반니는 첫 등장할때부터 무대를 마음대로 다루는 일종의 전지적 능력을 과시하며, 그것은 마지막에 지오반니가 지옥으로 끌려가고 나서도 계속된다. 도덕교과서 교훈 6중창을 부르는 인물들을 담배 뻑뻑 태우며 자기가 방금 전에 내려갔던 지하로 보내버리는데 휴... 저 답도없는 인간..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어버리는 것!



이런 식으로 말이다!

지오반니 담배 태우고 있는 모습 좀 보세요 극 중에서 종종 저렇게 담배를 피우면서 폼잡는데 아이고 곱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지오반니영감 되도않는 폼을 잡고 그러세요 왜... 그렇지만 담배태우는 햄슨은 보기 드문 광경일테니까 오페라글라스 들고 열심히 봤다. 스카르피아가 태웠으면 더 멋졌을텐데... ㅋ  ㅋ  ㅋ  ㅋ  




인상깊었던 곳은 바로 이 장면이다. 지오반니가 레포렐로에게 자신의 옷을 입혀 서로 변장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달아나는 긴 긴 장면에서 이런식으로 이중무대를 구성해놓았다. 지오반니를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 6명은 저 무대 위의 무대에서 지오반니(와 옆에 있는 사람은 하녀)를 위한 일종의 코미디 공연을 선보인다. 지오반니가 꾸민 무대인 것이다. 대부분의 조명과 모든 움직임이 저 이중무대 위로 집중되어, 이중무대 아래에서 지오반니와 하녀가 뭘 하는지는 2차적인 문제가 된다. 그래서 이중무대 위의 촌극이 끝나고 지오반니와 하녀가 웃으면서 퇴장해야 할 때, 관객은 단정하게 메이드복을 입고있던 하녀가 지오반니에 의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홀딱 벗은 사람이 된 것을 깨닫는다. 하녀가 의자에서 일어나자마자 객석이 술렁거렸다.

오페라 진짜 쓸데없이 여자 벗기는구나 베를린에서도 느끼고 이 공연에서도 느껴버렸다. 쓸데없이 여자 벗긴 거라 좀 기분이 나쁜데 또 생각해보면 지오반니 캐릭터 상 영 튀는 연출은 아닌 것이라 더 화가 났다 애구구



불쌍한 레포렐로,,,, 이 공연에서 햄슨 빼고 다 잘한다고 제가 말했던가요? 맞습니다 정말 다 좋았습니다. 바티바티 약간 내 길티플레져인데 이 공연 체를리나의 바티바티 너무 귀여워서 혼났다ㅠㅠ 마제토도 완전 빡쳐있다가 체를리나가 애교부리면서 이래도 안넘어올거냐는 표정으로 바티바티 하니까 마음 녹아버리는 거 진짜 귀여웠음ㅋㅋㅋㅋ큐ㅠㅠㅠㅠ


아참 그리고 이 프로덕션 객석 엄청 많이 쓰는데 인물이 객석에서 등장한다던가 아예 n중창을 객석에 서서 불러버린다던가 하는 장면이 많음. 레포렐로가 급기야 객석 1층1열에 앉아있는 노부인 양 볼을 잡아 일으켜서 갑작스럽게 뽀뽀하는 걸 보고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야 그거 성추행 아녀?? 이 문화에서는 괜찮은건가 레포렐로 애가 지오반니같은 망나니 따라다니더니 물들어버린겨... 기사장이 귀신으로 처음 등장하는 씬은 심지어 2층 정중앙 박스석에서 진행되었는데 나는 역시나 좌석덕분에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아이고 아이고 억울해라



그리고,,,, 그리고,,, 돈 오타비오가 잘생겼고,,, 노래를 잘합니다,,,, 흑 그래 이게 테너지 테너야 이름 기억해야됨 Bernard Richter



마지막으로 지오반니 지옥행 익스프레스만 남았는데 지오반니 진짜 쓸데없이 의연하고 쓸데없이 간지잡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면에 무서워서 덜덜 떠는 레포렐로 보는 맛이 있었다.

이 장면에서 제 최애바리톤 토마스햄슨옹은 마침내.. 마침내 목이 풀렸던 것입니다!!!!!!! 이 소리가!!!!! 처음부터 나오셨어야죠!!!!!!!!!!!!!! 왜 지옥끌려가면서 살아나시는겁니까 예?!?!??!?!


예... 상처많은 관극이었습니다....... 포스팅에 사용된 사진의 출처는 라스칼라 페이지와 뉴욕타임즈이구요... 상처가 많지만 재밌었습니다 예매를 두달전에 해서 티켓값이 얼마였는지 별로 피부에 와닿지 않았거든요,,ㅋㅋ  ㅋ  ㅋ  햄슨.. 다시 만나요... 그래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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