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드하임은 뮤지컬신
2008 오페라 가르니에 <예브게니 오네긴> 본문
지휘: 알렉산더 베데르니코프
연출: 드미트리 체르냐코프
출연: 마리우스 크비첸(오네긴), 타티아나 모노가로바(타치아나), 안드레이 두나예프(렌스키), 마르가리타 맘시로바(올가)
오네긴은 잘생긴 사람이 해야 한다, 이것을 황금률로 정하자.
이 프로덕션은 볼쇼이 극장의 프로덕션을 파리 가르니에로 옮겨 와 공연한 것을 영상에 담은 것. 크비첸 오네긴이 궁금한데 네트렙코 타치아나는 안 궁금하기도 하고, 체르냐코프의 연출을 다른 작품으로 한 번 더 보고싶어서 골랐다. 아니 근데 ㅎ 크비첸이 여기서 너무 잘생긴 거 있죠 ㅋ ㅋ ㅋ ㅋ 미쳤음
체르냐코프는 여기서 오네긴과 렌스키 두 남자를 신랄하게 비웃는다. 렌스키에게는 트리케 꼰대쏭을 대신 부르게 함으로써, 오네긴에게는 3막 이후로 연회장의 모든 이들이 그를 무시하게 함으로써 둘을 조롱한다. 1막과 2막에서의 오네긴은 오만하다기보다는 사람들의 가 십을 극도로 싫어하고, 타티아나의 마음을 거절하면서 그녀의 표정이나 감정을 사려깊게 살피는 모습도 보여준다. 솔직히 이런 얼굴에 이런 사려깊음이면,, 자진해서 오네긴 놈의 어장에 들어가고싶을지도 모른다...
매끈한 개연성과 현실성을 중시하는 것 같은 체르냐코프는 오네긴과 렌스키의 결투 장면을 새롭게 바꾸어놓는다. 이 두 사람이 왜 목숨까지 걸면서 싸우게 되는지 전혀 이입이 안 되는 구시대의 유물 '듀얼'을 제거하고, 렌스키의 죽음은 서로에게 사냥총을 떠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고로 발생한다. 심지어 그 모든 모습을 마을 사람들 전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사고가 일어난다. 오네긴이 렌스키를 쏴 얼핏 비열하게까지 보이는 결투보다는 이 편이 현대인에게 훨씬 개연성 높다.
하지만 이렇게 매끄러운 탓에 크게 분석하거나 이야기할 만한 거리 없이 스무스하다. 체르냐코프의 디렉션이 크비첸의 연기력을 만나 섬세한 표정연기와 제스쳐를 만들어낸다. 헤어하임의 오네긴과 함께 적극적으로 추천하고픈 영상물이다. 자신만의 오네긴 캐해석이 이미 확고한 독자/관객은 체르냐코프와 해석이 조금 어긋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덕션이다.
ps. 피날레의 발악과 "좆같은 내 인생" 절규에서 오네긴은 총을 들고 타치아나를 협박하다가(나랑 살래! 아니면 나랑 죽을래!) 타치아나가 가버리자 총을 들어 스스로를 쏘려다가 결국 실패하고 좌절한다. 역시 오네긴은 자길 쏴버릴 용기도 없는 것이 좋다. 헤어하임처럼 쏴도 안 나가는 것 역시 좋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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