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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드하임은 뮤지컬신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오프닝 시퀀스. '철로에 떨어져 머리가 잘린 사람이 있으니, 지금 당장 지하철에서 내려 선로를 보지 마시고 이동해주세요'라는 역무원의 말에, 지하철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모두 플랫폼으로 내린다. 선로를 보지 말라는 역무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은 굳이 선로로 몰려가 머리가 잘렸다던 시체를 보려고 한다. 승객들은 죽은 사람을 본다. 죽은 사람을 보고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주인공도 선로로 다가간다. 하지만 그녀는 시체를 보기 직전에 역무원에게 제지당한다. 주인공도 관객도 결국은 시체를 보지 못한다. 영화는 온통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 예시를 두 개쯤 더 들자. 주인공 앙헬라가 스너프필름을 처음 접하는 영화 초반의 장면에서 감독은 작품 속 스너프필름을 우리(관객)에게 직접 보여..

감독: 아리 에스터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영화를 봤다. 심야로 봐서 영화가 1시에 끝났는데, 그 흥겨움과 즐거움에 4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이게 무슨 공포영화예요, 힐링물이지. 나는 요즘 코러스에 빠져 있다. 관심사가 그 쪽에만 가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어쨌든 읽고 보고 쓰는 것들이 전부 코러스다. 그것도 코러스가 자연스러운 요소인 음악극(오페라나 뮤지컬 등)에서의 코러스가 아니라 연극에서의 코러스를 공부하고 있다. 봐야할 게 너무 많아서 미쳐버릴 것 같다. 고대 그리스 비극부터 근대 고전주의 드라마와 20세기 초반 새로운 영향미학, 나치미학, 20세기 중후반의 포스트드라마, 그리고 포스트드라마의 한계를 지적한 21세기 초입의 새로운 조류까지 연극에서의 코러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어 왔다. 포스..
이 포스팅은 '영화' 카테고리와 '어디가서 말하면 안 되는 것들' 카테고리에 걸쳐 있다. 정말 어디 가서 이런 얘기 하면 안 되는데, 이미 이 블로그엔 내 밑천 다 까발렸으니 정리 겸 써 두는 것.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는 정말 철학의 철도 모릅니다. 2015년 가을학기에는 재밌는 걸 많이 배웠다. 처음으로 독문과 복수전공을 신청해 전공수업을 들어 본 학기였고, 그 때 괴테와 실러의 연애사에 거하게 덕통사고가 났기도 했다. 그 학기에 배운 것 중 가장 재밌었던 건 포모철로 줄여 부르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철학'이라는 전공 수업이었다. 들뢰즈의 2권과 거기 등장하는 영화들로 진행하는 수업이었고, 이전 학기에 들었던 '문화철학'과 마찬가지로 베르그송의 시간관을 다뤘다. 문철이 코레오그래피를 매개로 베르그..
*스포 주의* 강한 스포는 자제하겠지만 어쨌든 스포 없이 플레이하실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도키 도키!" 원래부터 오타쿠 블로그였지만 이 짤이 썸네일로 올라가니까 더 확실한 오타쿠같다.. 교환학생으로 와서 만난 친구가 "도키도키 리터라쳐 클럽을 아느냐"고 먼저 운을 뗐다. 자기가 영문과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이 게임을 언급하며 찬양을 했기에 플레이해보겠다고 선언을 하는 것이었다. 몇 주 전부터 트위터에서 워낙 부정적으로 시끄러웠던 게임이라 나도 마침 궁금했던 차에 스스로 해보겠다니 쌍수를 들고 반겼다. 근데 한시간쯤 뒤에 온갖 욕이 담긴 카톡이 날라오는 거라.ㅋㅋㅋㅋㅋㅋㅋ 원래 남이 욕하면 괜히 더 보고싶고 하고싶고 그러는 게 허튼의 본성이라 바로 스팀으로 달려갔다. 후.... 호기심..
저 순서가 스워팬들의 좀 메이져한 추천이던데 사실 처음 입덕하려는 사람들이 저걸 지키기는 쉽지 않다. 나 역시 저 순서대로는 못 봤다. 나는 로그원 깨어난포스 4 5 6 1 2 클론전쟁(2003) 3 라스트제다이 순서로 보게 되었고 그래서.... 에피소드 6 봤을 때 다스베이더가 황제 내던지고 루크 구하는 그 장면이 너무 싫었다. 내 베이더 경은 회개하지 않을거라구!ㅠㅠ 베이더 경한테 선한 면은 없어!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이미 다 죽었다구!!!! 라면서 광광울며 탈덕할 뻔 했는데 주변에서 자꾸 황제x아나킨이 맛있다며 설렁탕을 들이붓는 바람에 123까지 보게 됐다. 이게 전부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실베스터-노이야 연휴를 이렇게 방탕하게 빈지워칭 하며 보냈..
언제나 말하지만 단 하나의 설득력은 얼굴에서 나온다. 이거 개봉했을 때 욕 진짜 오지게 처먹었던 걸 내가 기억한단 말이다. 그래서 뭐 얼마나 못 만들었길래 저러나 싶었지, 그 때가 토르3 본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라서. 사람들이 토르는 빨아주고 저리는 욕하길래 아니 그정도로 쓰레기인가 믿을 수가 없었음.근데 막상 보니까 토르나 저리나 도찐개찐이더만. 둘다 적당히 히어로물 뽕 있고 적당히 빻았고 적당히 서사 부실한데 왜 마블은 빨아주고 디씨는 개처럼 까는것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마블엔 시오니스트 없고(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성폭력옹호자 없어서(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빨아주는 거라면 납득해 줌. 근데 뭐 거기도 블위 단독무비 이~~제~~서~~야~~ 만든다 하고 미소지니스트 백남 천국이잖아. 왓챠 ..
플레이를 시작하면 헤밍웨이의 말과 함께 시작 페이지가 등장한다.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은 11bit studio에서 만든 게임으로, 보스니아 내전 당시 포위되었던 사라예보 지역을 모티브 삼아 제작되었다. 군인이나 반군, 혹은 미친듯한 전투 기술을 자랑하는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해주는 기존 전쟁 게임들과는 달리, 이 게임은 플레이어를 전쟁 중의 민간인으로 설정하여, 생존을 제 1순위로 생각해야 하는 입장에 놓는다.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 시 세명이나 네 명의 주인공들을 조작할 수 있다. 이들은 한 은신처에 모여 살며, 휴전 선포가 내려질때까지 은신처 안에서 생존해내야 한다. 은신처 외부의 맵에서 재료나 음식, 약, 땔감, 기계부품과 무기 등을 조달할 수 있고, 거래 또한 가능하..
감독: 저스틴 커젤출연: 마이클 패스벤더(맥베스), 마리옹 꼬띠아르(레이디 맥베스). 패디 콘시딘(뱅코우), 숀 해리스(맥더프), 데이빗 듈리스(덩컨)영화정보: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3364 얼마 전부터 계속 듣고 있는 오페라 아리아가 있다. 베르디 의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Pietà, rispetto, amore)'. 레이디 맥베스가 죄책감에 미쳐 죽고 난 뒤, 맥베스는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예감하며 아리아를 부른다.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 모두 사라졌구나,늘그막에 위안을 주는 것들이...그들은 네 만년에 꽃 한송이조차 던져주지 않을 것이다.내 묘비에는 그 어떤 미사여구도 새겨지지 않을 것이다.오로지 저주가 있을 뿐이다.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