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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튼 2017. 11. 13. 08:58

플레이를 시작하면 헤밍웨이의 말과 함께 시작 페이지가 등장한다.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은 11bit studio에서 만든 게임으로, 보스니아 내전 당시 포위되었던 사라예보 지역을 모티브 삼아 제작되었다. 군인이나 반군, 혹은 미친듯한 전투 기술을 자랑하는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해주는 기존 전쟁 게임들과는 달리, 이 게임은 플레이어를 전쟁 중의 민간인으로 설정하여, 생존을 제 1순위로 생각해야 하는 입장에 놓는다.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 시 세명이나 네 명의 주인공들을 조작할 수 있다. 이들은 한 은신처에 모여 살며, 휴전 선포가 내려질때까지 은신처 안에서 생존해내야 한다. 은신처 외부의 맵에서 재료나 음식, 약, 땔감, 기계부품과 무기 등을 조달할 수 있고, 거래 또한 가능하다. 랜덤으로 다른 생존자, 거래 상인, 군인, 아이들, 노숙자 등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전투를 할 수도, 피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게임 속에서 인간 생명의 무게는 타 게임보다 훨씬 무겁다.


우선, 플레이어에게는 단 하나의 세이브파일만이 주어진다. 은신처 외부로 나가 주인공 생존자가 전투 중 사망했을 때, 은신처 내부에서 생존자가 굶어 죽거나 부상 등으로 죽었을 때 이 죽음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죽음은 같은 은신처에서 함께 생활하는 다른 주인공들에게 감정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며, 우울이나 슬픔의 상태 이상을 불러일으킨다.


"왜 놈들이 마르코를 죽였을까... 정말 너무해.."


이처럼 동료가 죽으면 함께 살던 생존자들은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든다. 서로간의 대화, 상호작용을 통해 상태이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외부에서 전투로 타인을 죽였을 경우에도 주인공들은 감정적 동요를 겪는다. 생존자들 사이의 성격 차이가 보이는 부분. 조금 더 감성적인 성격일 경우 동료가 타인을 죽이고 돌아오면 죄책감에 빠져 우울하게 되지만, 실용적인 성격을 가진 생존자들은 잘 죽였다며 만족해한다. 이 때문에 생존자들끼리 싸우기도 한다. 


타인을 죽인 충격은 엔딩을 볼 때까지도 주인공들을 따라다닌다.




이 게임이 특히 내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디테일이었다.


게임 내 주인공들은 각자 기호품들이 있다. 담배, 커피가 바로 그것이다. 하루에 세 개피의 담배, 하루에 한 잔의 커피. 주인공들에게 필요한 기호품들을 챙겨주지 않으면 슬픔 등의 상태이상에 빠진다.


책 역시 중요한 물품 중 하나다. 



책은 보유 수량이 5권, 10권, 15권이 넘어갈 때마다 보너스를 준다. 먹을 것도 물도 땔감도 부족한 전시에 생존하려는 사람들이, 책을 읽으며 희망을 찾는다. 게다가 많이 가질수록 좋다고 한다. 인문학은 얼마나 쓸데없으며 얼마나 사람들에게 유용한가 이 말이다.


책 뿐만 아니라 기타 연주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도 주인공들에게 안정을 가져다준다.


클래식 음악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기타를 친다!

 

거래로 얻었거나 수집시 습득했거나 은신처에서 만든 밀주를 마실 수도 있다. 다만 술을 마셨을 경우 난동을 부려 부상을 입을 수 있고, 숙취로 인해 움직일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우울함을 술이 아닌 다른 아름다운 것들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이 돋보인다.



이 게임에서 가장 힘든 구간은 바로 겨울이다. 심한 추위로 인해 주인공들이 아프기도 하고, 동파로 인해 물을 정수할 수도 없다. 주인공들은 연신 "춥다"를 반복하고, 시각적으로도 몸을 떨며 팔을 마찰하는 행위, 입김을 부는 행위 등을 보여준다. 플레이어의 마음을 끊임없이 불편하게 하는 계절이다.


그런데, 이토록 힘든 계절에도, 생존자들은 필사적으로 아름다움을 갈망한다.


이들의 눈사람을 보라. 혹독한 계절에도 인간에겐 말랑한 마음이 있다.


눈사람이라니. 은신처를 보수하고 생존에 필요한 가구들을 만드는 데에도 모자란 시간을, 이들은 눈사람을 만드는 데 썼다. 게임 속에서 눈사람을 만드는 데에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소중한 시간을 이 아이같은 따뜻함에 쏟아붓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나는 역시 이런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감성이 마음에 든다. 게임을 제작하며 실제 전쟁 생존자들의 증언을 많이 참고했다는 점과 더불어 이 게임을 가치있게 만들어준다. 가장 추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것이고, 그들이 그렇게 해서 지켜낸 아름다움이 인간을 계속 살게 할 것이다. 이 게임은 효과적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이야기했고, 인간의 인간다움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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