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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노르웨이 국립오페라 <토스카> 본문

오페라, 클래식

2017 노르웨이 국립오페라 <토스카>

허튼 2019. 5. 13. 23:46

지휘: 카를-하인츠 슈테펜스

연출: 칼릭스토 비에이토

출연: 스베틀라나 악세노바(토스카), 다니엘 요한슨 (카바라도시), 클라우디오 스구라(스카르피아), 옌스-에릭 아스보(안젤로티), 피에트로 시모네(성당지기)

 

 

  노르웨이 국립오페라는 좀 신기한것같다. 이런 걸 막 올리다니. 칼릭스토 비에이토 연출은 이 프로덕션으로 처음 보는데 대박 충격적이다 이걸 용인해준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충격적이냐면 뮤지컬 1막 마지막곡 공식에 딱 어울리는 합창인 테데움이 끝나고도 충격에 빠진 관객이 감히 박수를 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무대 위에서 여자 벗기고 패는 건 많이 봤는데 칼릭스토 비에이토처럼 끔찍하고 역겹게 패는 건 또 처음 본다. 명불허전 오페라계으 도살자..ㅋㅋㅋㅋㅋ 오페라보다 도발적인 연극에서는 이런 장면을 자주 찾아볼 수 있나? 잘 모르겠다. 여튼 난 이렇게까지 토나오는 폭력 씬 무대 위에 있는 거는 처음 봄.. 

 

  이 프로덕션의 일정 부분은 '스카르피아 = 도널드 트럼프(또는 미국?) / 토스카 = 예술' 공식으로 놓고 보면 명확해진다. 너무 직접적이라 할 말을 잃음ㅠㅠ 성모 마리아로 대변되는 예술은 사회 안에 의미의 망을 치고 사람들간의 관계를 형성하는데(무대를 가로질러 테이프 겹겹이 엮이는 테이프의 거미줄들은 토스카와 카바라도시 사이의 관계도 엮어낸다), 우익포퓰리즘은 그 의미망들을 끊어내고-심지어 그것을 뭉쳐 몽둥이로 만들어-예술을 후드려패게 된다. 토스카는 스카르피아를 찔러 죽이고 그의 시계며 반지며 지갑이며 이것저것 전부 챙겨보지만, 결국 승리자는 트럼프이며, "너의 침묵은 너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안젤로티-카바라도시의 플래카드는 조롱의 대상이 된다. 

 

  특히 재밌었던 부분은 목동의 노래 파트다. 여기서 목동은 목동이 아니라 스카르피아/트럼프의 아들(ㅋㅋㅋㅋ)인데, 이미 이 때 스카르피아는 죽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들이라고 해도 좋고 스카르피아의 새끼 시절 영혼이라고 해도 좋을 법 하다. 여튼 이 새끼 스카르피아는 커다란 하트 모양 롤리팝을 탐욕스럽게 핥아제끼다가, 어느 순간 바닥에 집어던지고는, 으스러지게 밟고, 밟고, 또 밟는다. 와 정말 미국같다!!

 

  아니 근데 진짜루 이렇게까지 해야할까요..? 제가 맨날 도발적인거 신선한거 충격적인거 재밌는거 찾아다니긴 하는데.. 이건 너무 피곤한 것 같아.. 그리고 관객에게 보내는, 또는 예술 자신에게 보내는 이렇게 직접적인 메시지, 그러니까 박스에 대문자로 적은 "YOUR SILENCE WILL NOT PROTECT YOU"라는 메시지는 정말 의미가 있는 걸까?도 의심스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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