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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2017 튀빙엔 교환학생

[튀빙겐 교환학생] 끝, 넋두리

허튼 2018. 3. 1. 02:37

한국에 돌아온 지 1주일이 됐다. 돌아오자마자 대외활동 면접 보고 책 주문 넣고 이것저것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주민등록증은 잃어버렸고, 이사온 집에는 새내기때 열심히 알바한 돈 모아서 산 자전거가 더 이상 없다. 이사 오면서 부모님이 나한테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버려버렸기 때문이다. 버린다는 통보조차 저지른 후 한 달 뒤에 내가 물어보자 해줬다. 작별인사도 못했다, 내 자전거. 평생 말해야지. 집 주소는 이사한 지 세 달 뒤에 알려줬고, 집 비밀번호는 귀국 당일에 알려줬다. 아이고 서러워서.



튀빙엔 생활은 잘 청산하고 왔다. 아마도.. 아직 반카드를 해지 안 했는데, 그야 4월까지만 하면 되겠지.

떠나기 전 한달정도는 스트레스 속에 살았다.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다. 방 빼는 청소, 짐 부치기, 온갖 종류의 Abmeldung.. 무사히 돌아온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겨울엔 교환학생이고 여행이고 북~중부 유럽 가지 마세요.


비포

이 상태로 한달정도 살았던 것 같은데 정말 치울 의욕이 안 났다. 여기에 빨래건조대까지 펼치면 생지옥이었는데도 치울 의욕이 안 났다. 파페덕은 잘 살아서 한국으로 가져왔다. 책상 위의 실러 흉상은 받침대와 흉상이 분리되었는데, 본드로 붙이면 될 것 같다. 


애프터

위 비포의 방을 이 상태로 만드느라 날밤을 샜다. 리터럴리 한숨도 못 잤다. 부엌 스토브에 락스 뿌리고 맨손으로 닦느라 튼 손이 아직 안 나았다. 아! 인간승리!!



그리고 떠나기 며칠 전 내게 이런 우편물이 날아왔다. 전에 비야손/압드라자코프 콘서트 했던 그 슈투트가르트 리더할레에서 요나스카우프만이 앨범홍보 콘서트를 할 거니까 좀 와서 표도 팔아주고 그러라는 내용이다. 심지어 아직 표 많이 남았다.


청소하느라 팜플렛 버렸다. 내가 독일에 더 있진 못하고 카선생 당신이 한국에 다시 좀 와주씨오. 여기 갈비탕 맛있단다.


아무튼 한국에 돌아왔고 나는 다시 현생을 살아야 한다. 졸업하고 뭐하지? 졸업을 할 수는 있을까? 진짜 뭐 해먹고 살지? 이런 고민들만 가득 쌓여 있다. 어쨌든 지금 고민해봤자 해결은 안 되는 것들인데, 생각이 자꾸만 드는 걸 그만 둘수도 없고. 계속 고통받으면서 살아야지 어떡혀.



글 마무리를 못하겠으니까 독일에서 1년동안 살면서 가장 이상했던 먹는 것 탑 2를 추려 올려본다.


이상한데 맛있는 거: 밀히라이스

쌀과 우유를 뭐 어떻게 해서 걸쭉하게 만든 다음 초코시럽이나 체리시럽 아니면 그냥 플레인으로 먹기도 한다. 타락죽에 설탕을 쏟아붇고 끓이면 이런 맛 날 것 같다. 콧물같은 비주얼인데 식감도 비슷하겠지 싶다.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반액체상태로 먹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비주얼은 노답인데 맛은 있다. 초코는 일단 엄청 달다.


이상하고 맛없는 거: 생강 브레첼

이딴거 생각해낸 사람 노벨 평화파괴상 줘야 한다. 부터브레첼 사이에 일식집에서 나오는 절인 생강을 끼워서 주는데 얘네 왜 이런 거 먹어...? 독일음식에 환멸을 느끼고 싶다면 정답은 이것입니다. 나는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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