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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필요한 언어를 발견한다는 것

허튼 2019. 12. 30. 12:49




2019년엔 무엇을 했나요.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지만 계속 무언가를 했다. 읽고, 쓰고, 말하고, 고민으로 잠 못 이루고,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교환하고. 그것들이 모두 생산적이었다 할 순 없지만 작은 무언가들로 작은 무언가를 쌓아나가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 사실 많이 기쁘다.
진짜 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한 건 몇 달이 채 안 됐다. 이제 반 년 됐을까? 그 동안의 계속된 트레이닝으로 어떤 것은 조금 더 뚜렷해졌고, 어떤 것은 오히려 미궁 속에 빠져버렸다. 미궁 속에 빠진 것은 앞으로 공부할 것이고, 뚜렷해진 것은 앞으로 써나갈 것이다. 부실하고 모호하지만 그래도 내 말을 찾아낸 셈이다. 미처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할 수 있게 해주는 언어를 발견한다는 것. 그런 즐거움이 있다. 이걸 계속 하면 내 언어가 더 넓어질까? 기대되면서도 선뜻 계속 하고싶다는 결정을 내릴 순 없는 이유는 그것이 한편으로는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즐거움과 기쁨과 고통이 공존하는.. 마조히스트의 논리에 갇힌 텍스트의 세계..ㅋㅋㅠㅠ..
한 달 전에 만난 하이너 뮐러의 텍스트가 그랬다. 내 문제와 공명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피부로 마음으로 알겠는데, 말이 되어 풀려나오지 못하고 덕지덕지 덩어리져있다. 정말 괴로웠고 고통스러웠다. 말해지지 못한 채 혀 위에서 또는 손가락 위에서 응어리로 남아있는 이 괴로움에서 도망치고싶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 텍스트를 알게 된 것이 기쁘고 또 그것을 뜯어보는 것이 즐거워서 놓을 수가 없었다. 결과는 누더기였지만 아무튼 지금까지도 마음이 쓰인다. 글 어떻게 이렇게 쓰냐. 하이너 뮐러 재수없는 인간아.

여전히 엉망진창인 것은, 내 독일어. 그래도 쪽팔림을 감수하고 계속 번역한다. 언젠간 잘 하게 되겠지, 그 시간을 꽁으로 벌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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