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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서 말하면 안되는 것들/전공

왜 그럴까

허튼 2018. 7. 27. 09:03

얼마 전부터, 그러니까 내가 예비 대학원맨의 길에 발을 올렸을 때부터 계속 듣게 된 질문이 하나 있다. 왜 하필 실러냐는 거다.

이 질문은 '실러가 왜 좋아요?' / '실러의 뭐가 그렇게 좋아요?' / '실러의 뭘 하고 싶어요?' 등의 바리에이션을 가진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 질문에 명쾌하고 속뚫리는 답변을 해주지 못했다. 항상 "아....ㅎㅎ" 아니면 "그러게요..ㅎㅎ" 라며 얼버무려주기만 했다. 그니까 그 이유를 나도 잘 모른다는 거겠지.


이유가 있어서 좋아하면 존경이랬고 이유가 없는데 좋아하면 사랑이랬다. ㅋㅋㅋ 나는 실러를 사랑하고 있는건데!! 이거는 200년을 뛰어넘은 참사랑인데!! 내가 이 사랑에 변명을 붙여줘야 할까?!


당연하지. 누가 사랑으로 논문을 써요. 이쯤되자 저 질문에 복사/붙여넣기로 답할 수 있는 까리한 답변을 하나 만들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아직도 모른다 나 얘 왜 좋아해?! 잘생기고 섹스어필 잘해서라고 말할 순 없잖아.


섹스어필 잘하는 실러



지금까지는 실러의 작품들을 읽었고 이제부터는 실러의 이론들을 읽어볼 생각이다. 비극론, 미학이론, 미적교육론같은 것들. 이걸 읽으면 내가 얠 왜 좋아하는지 까리한 이유를 만들어 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너무 짜증나서 탈덕해버릴지도.. 번역이 많이 없어서 어떻게든 원문으로 해결을 봐야하기 때문에 질려버릴까봐 두렵다. 탈덕하지 않는다면 아무튼 내가 칸트를 좋아하게 된 이유와 대충 비슷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블로그를 볼 때마다 중간에 끊긴 미적교육편지가 눈에 밟힌다. 비극론 읽으면서 저것도 다시 시작해야지. 읽을 건 산더미인데 나는 뭘 하고있는 건지 또 뭘 하고싶은건지 잘 모르겠다. 실러를 왜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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