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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쿠세이 연출 연극 <돈 카를로스> 2018 프리미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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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쿠세이 연출 연극 <돈 카를로스> 2018 프리미어

허튼 2018. 5. 19. 00:02

수요일에 아침 버스 타고 학교가는길에 메일함을 열어봤더니 진짜 세상 띠용되는 메일이 와 있는 거라.


"야, 우리 전에 니가 쿠세이 연출 괴테 <파우스트> 봤던 뮌헨 레지덴츠테아터인데, 거기서 쿠세이가 이번엔 쉴러 <돈 카를로스> 올린다. 보러 와라."


아......... 시바.



한국 돌아온 지 3개월 됐다 어? 내가 <파우스트>를 보고싶어서 봤겠냐? 쿠세이 니놈이 하고 있는 게 그거니까 봤지????? 돈칼을 할거면 내가 독일에 있을 때 올리든가 진짜 환장한다. 최애 작가의 최애 작품이라고. 알겠냐, 쿠가놈아. 알겠냐고. 하긴 알면 이걸 지금 올릴 리가 없지 허튼님 뮌헨 보내줘 아니면 영상물 발매 해줘........


여튼 분노하는 마음으로 프리미어 날까지 기다렸다가 시차 맞춰서 사진들을 찾아봤다. 다음은 레지덴츠테아터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들.

사진 출처: https://www.residenztheater.de


펠리페2세


펠리페2세, 포사 후작. 그래 역시 공식은 펠로드다.


포사 후작


펠리페 2세. 대체 무슨 장면인지 감도 안 옴. 피나바우쉬 탄츠테아터 아니고? ㅋㅋㅋ


카를로스. 이 벽 ROH 베르디 돈카를로 배경에서 봤던 거 같은데


도밍고, 알바, 몬데카르, 펠리페, 에볼리


대심문관, 펠리페 2세

대심문관 진짜? 진짜? 리얼? 진심? 은퇴하고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는 독일 할배 아니고?


레르마, 펠리페 2세



쿠세이치곤 정신줄이 너무 똑바로 박혀있는 것 같아 놀랍다. 정신줄도 정신줄이지만 일단 사람들이 옷을 왜이렇게 꽁꽁 싸매입고 있냐. 쿠세이 초심을 잃었다. 빤쓰맨들 언제 나올거야.

오스트리아 방송도 탔다. http://tvthek.orf.at/profile/ZIB-1300/71280/ZIB-1300/13977108 무대 전체적으로 보기엔 사진보다는 이 영상이 낫다. 2005년 빈 부르크테아터에서 한 버전이랑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일단 펠리페 위엄이 너무 떨어짐. 이빨 빠진 사자같다. 암만 뒷방늙은이라도 어딜 가나 아직 하룻저녁동안 세상은 폐하 것이었는데 여기 펠리페는 요즘 힙스터 음식인 앙버터라도 입에 물려주고 아버지~ 저 따라 씹으세요 오물오물~ 해드려야할것같음. 펠리페 역 배우가 40대라서 펠리페 하기엔 너무 젊지 않은가 하는 질문이 인터뷰에 뒤따르는데도 그렇다. 게다가 이 무거운 극이 4시간이랜다. 좀........ 진짜..... 제정신 아니지...? 인터미션 한 번 포함.


사실 쿠세이의 연출적 사명(?)과 실러의 연극은 그 목적에서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무대는 정치적 공간. 그것을 위해 <돈 카를로스>만큼 뛰어난 작품이 실러의 것 중에서 또 있을까? 형광등 느낌의 차갑고 빡센 조명을 쓰기 좋아하는 쿠세이가 이번에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아주 어두운 무대를 꾸렸다. 200년 전 실러가 포사 후작의 입을 빌려 말했던, 그가 가진 최고의 명제, "Geben Sie Gedankenfreiheit!"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인권은 여전히 추락해 있다. 인류는 세계 전체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고, 사회적 발전은 요원하며, 특히 쿠세이는 독일어권 닝겐이므로 나치즘에 대한 걱정도 있을 거다. 게다가 오늘이 무슨 날인가. 권력은 약자를 탄압하고 종교재판을, 화형식을, 사형을, 매장을, 이도저도 안되면 암살을 해버린다. 이 모든 무거운 주제들을 담아내고 또 전달하기 위해 이 프로덕션 <돈 카를로스>에 강한 그림자와 강한 어둠을 주었다는 건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글쎄, 어쩌란 말이냐. 실러 때나 작품 속 16세기 스페인에는 "Geben Sie Gedankenfreiheit!"가 가능했다. 백성들에게 사상의 자유를 "하사"하실 폐하가 계셨단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그 자유를 내려줄 건가. 대체 누구의 포고문 한 장이 이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고 자유를 가져올 수 있단 말인가. 인권을 기댈 절대자가 사라진 이 시대에, 인권을 위해 고작 왕자를 사용할까 왕을 사용할까 고민했던 포사는 정치적으로 무슨 소용이 있는 걸까. 차라리 지옥의 오타쿠 토니오놈처럼 "임금님이 우셨단 말이야, 한스 한젠!!"하면서 이 작품의 BL뽕빨질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영업이나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포사가 펠리페를 비웃으며 "세계정신의 수레바퀴를 단지 한 사람의 인간일 뿐인 폐하의 팔로 막으시겠습니까?"라고 든든히 보장했던 그 수레바퀴는 어디 있느냐고. 



아무튼 이것과는 별개로 프로덕션 전체 무대는 좀 보고싶으니까 영상물 내 줘라 제발. 아니면 나 나중에 독일 또 갈지도 모르니까 그때 또 해주든가. 제발 쿠가놈아...... 2019년에 빈 상임연출로 간다며. 가고 나면 더 이상 안올라오는거냐? 그건 아니지? 또 올려줘야 한다, 꼭.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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