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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국립오페라단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본문

오페라, 클래식

2019 국립오페라단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허튼 2019. 7. 28. 11:12

 

지휘: 다비드 레일랑

연출, 코레오그래피: 안성수

출연: 백재은(벡빅), 구태환(패티), 박기현(삼위일체 모세), 바네사 고이코엑사(제니), 미하엘 쾨니히(지미)

 

2019. 7. 11.

문장으로 이을 힘도 없어서 그냥 번호 붙여서 남들 다 하는 얘기만 하려 함..

 

 

1. 브레히트 재미 없다. 브레히트가 드라마 작가로 왜 이렇게 추앙받는지도 잘 모르겠고. 몇 편 읽어봤지만 읽을 때마다 그 한 치 숨김도 없는 직설적 텍스트가 진짜 노잼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게 그 때는 의미가 있었을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그럴까? 우리는 아직도 작품에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할 장치가 필요한가? 우리는 아직도 노동자 혁명을 믿고 있나? 

  혁명은 믿는다 치자. 적어도 시사하는 바는 있을 테니까. 아니 근데 낯설게하기 효과가 진짜로 진지하게 필요하단 말인가요. 요즘같이 우리 감각을 방해하는 매체가 넘쳐나는 시대에.. 몇몇 뮤지컬을 제외하고 요즘 세상에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이 드라마의 환상성에 몰입하도록 하는 공연이 얼마나 있나요. 그런 공연 볼때도 관객은 아마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의 주인공과 자신을 일치시키진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라고 쓴 다음 <마하고니> 후기를 검색해봤는데 트위터에 누가 "지금 삶에 무의미함으로 힘들어하는 또 다른 짐을 위해 나도 100달러를 주어야겠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겠나. 말도 안 돼 진짜 이걸 보고 드라마에 몰입한 사람이 있었다. 

 

2. 근데 ㅋㅋㅋ 이걸 보고 드라마에 몰입했다는 건 결국 브레히트의 기획이 실패했음을 증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공연이 '낯설게 하기'를 위한 모든 무기들을 총동원했기 때문이다. 원래 텍스트의 특징이었던 서사와 음악의 불일치, 불협화음, 말도 안 되게 과장된 내용, 삽입된 영어 가사 등 뿐만 아니라 연출을 통해 추가된 추상적 무대, 시대를 뒤집은 의상, 형광 조명, 관객을 향해 노래하기 그리고 가장 논란이 많았던 현대무용까지 이 공연에 환상성이란 없습니다! 제발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보세요!라고 상다리 부러지게 펴놓고 고사를 지내고 있었는데도 그렇다. 이 다음에 나올 얘기는 대충 다른사람들이랑 비슷하니 줄임.

 

3. 난 사실 현대무용 좋았다. (ㅋㅋㅋㅋㅋㅋ배신!!) 이유는 아이러니로 똘똘 뭉친 현대적 Tanzchor의 예시를 본 것 같아서 ㅋㅋㅋ 무용단은 거의 모든 장면에서 한편으로는 드라마의 의미인  마하고니의 기괴함과 자본주의의 욕망을 조롱하고 비판하듯이 신체에 담아내는 반면, 한편으로 집단적으로 춤을 추며 드라마와 일치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미끄러지고 있는 음악의 추상성 역시도 신체라는 기표에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고전적 신체성과 현대적 신체성을 교차해가며 수행하고 있는 것인데,  재미있는 것은 자유와 방종이 미덕인 자본 도시 마하고니를 조롱하고 알래스카에서 온 세 노동자의 죽음과 몰락을 비웃는 무용단은 모두 몸통에 코르셋을 차고 있다.

 

4. 하지만 역시 지배적인 감상은 '그래서 어쩌라고' 싶은 감정이다... 오페라극장에 돈내고 표사서 보러온 사람들한테 물질숭배로 망하고 죽는 인간들 보여주기 ㅠㅠ 그리고나서는 아무도 니들 안 도와주니까 알아서 하라고 코러스로 설명충 진하게 하면서 직접 바라보고 협박하기 진짜 어쩌라구 ㅠㅠ 것도 우리나라 국립이 그러니까 되게 웃김. 다들 웃긴 거 알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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