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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번역] 1794년 8월 23일 예나, 쉴러가 괴테에게. 본문

어디가서 말하면 안되는 것들/번역

[편지 번역] 1794년 8월 23일 예나, 쉴러가 괴테에게.

허튼 2019. 4. 10. 17:36

 

* 오역이 많을 테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틀린 곳은 부디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  ]: 역자 추가, (  ): 몇몇 관계대명사 절. 원문에서는 괄호가 아닌 - 표시로 이어집니다.

 

 

<Jena, 23. Aug. 1794> Schiller, an Goethe

 

 

  당신께서 여행에서 돌아오셨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희는 온 마음으로 바라건대, 당신을 곧 예나에서 만나뵙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당신과 나누었던 최근의 대화에서 저의 이념들 전체가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당신께서 제가 몇 년간 활발히 연구했던 바로 그 주제를 말씀하셨기 때문이지요. 저 자신이 아직 확실히 정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당신의 정신에서 나온 의견은 기대치 않았던 빛을 제게 비춰주었습니다. 제게는 여러 가지 사변적 이념들을 위한 객관성이, 외형이 결여되어 있었고, 당신이 저를 객관성과 외형의 길에 데려다주셨던 것입니다. 사물을 고요하고 순수하게 바라보는 당신의 그 관찰하는 시선은 당신을 결코 위험에, 당신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그 위험에 빠트리지 않습니다. 그 잘못된 길에서는 철학적 사변도,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복종하는 자의적인 상상력도 쉽게 길을 잃고 마는데도 말이지요. 당신의 올바른 직관에는 분석학자들이 힘들게 얻고자 했던 모든 것들이 완전하게 드러납니다. 당신에겐 그것들이 하나의 전체로서 보이기 때문에 그것들은 자신의 고유한 풍부함을 당신에게 숨기는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결국 우리는 단지 우리의 차이점만을 발견할 뿐입니다. 당신과 같은 정신은 그가 얼마나 억지를 부리고 있었는지, 얼마나 근거 없이 주장하고 있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 근거는 철학으로부터 빌려올 수가 있지만, 철학은 오직 당신에게서만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철학은 그에게 주어진 것을 단순히 분석할 뿐입니다. 무언가 주는 것 자체는 분석가들의 일이 아니라, 뚜렷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객관적 법칙에 따른 순수이성의 영향을 받은 천재의 일이지요.

 

  당신과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이미 오래 전부터 저는 당신의 정신이 걸어온 행보를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설계했던 길을 항상 새로이 경탄하며 깨닫곤 했습니다. 당신은 자연의 필연성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이 필연성을 가장 위험한 길 위에서 찾고자 하죠. 그 길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허약한 힘으로 무척이나 조심하게 되는데도 말입니다. 당신은 단일한 것에 대해 알기 위해서 자연 전체를 관망합니다. 단일한 것들이 현상하는 방법들의 총체 속에서 당신은 개별적인 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냅니다. 단순한 유기체에서부터 시작하여 당신은 더욱 복잡한 것으로 한 발 한 발 상승해나갑니다. 그래서 결국엔 모든 것 중 가장 복잡한 것, 즉 인간을 자연적 유기체 전체의 물질성으로 이루어진 유전적인 유기체로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다. 마치 자연이 인간을 창조해내는 바로 그런 방식으로 당신은 인간의 숨겨진 성질 안으로 침투해 들어갑니다. 위대하고 참되며 대담한 이념은 당신의 정신이 인간의 표상을 아름다운 통일성 안에서 얼마나 풍부한 전체로 결속시키고 있는지를 충분히 보여줍니다. 당신은 당신의 삶이 그런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단 한 번도 희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길을 택하는 것이 다른 모든 것을 끝내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입니다 – 그리고 당신은 마치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가 프티아와 불멸성 사이에서 선택했던 것처럼 선택했습니다. 당신이 만약 그리스인이나 이탈리아인으로 태어났다면, 이미 요람에서부터 뛰어난 천성과 이상화된 예술에 둘러싸여 있었겠지요. 그렇게 당신은 당신의 길을 놀랍도록 단축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모든 것이 불필요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물을 처음 보았을 때 이미 당신은 그것의 필연적인 형식을 받아들이고, 당신의 첫 번째 경험들을 통해 위대한 양식을 발전시켰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당신이 독일인으로 태어났으므로, 당신의 그리스적 정신이 이런 북유럽적 창조물로 [세상에] 던져지게 되었으므로, 당신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당신은 스스로 북유럽의 예술가가 되거나, 지능의 도움을 받아 현실이 당신에게 유보한 것[즉, 괴테가 독일에서 태어나 그리스인의 환경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을 당신의 상상력에 보충하여, 마치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온 것처럼 이성적인 방법으로 하나의 그리스를 탄생시켜야 합니다. 영혼이 불완전한 형상들로 에워싸여 있던 외부 세계를 가지고 당신의 내면을 만들어가던 인생의 시기에, 당신은 이미 거친 북부의 천성을 받아들였습니다. 물질성을 뛰어넘어 승리하는 당신의 그 천재성이 이러한 결핍을 내면에서부터 발견하였던 때, 외부에서는 이를 통해 그리스적인 천성과의 관계가 확인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상상력을 더 나쁘게 강요하는 오래된 천성을, 당신의 교육받은 정신을 만들어낸 더 나은 모범에 따라 교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는 당연히 진도지휘하는 개념들에 따른 방식과 다르지 않게 발전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처럼 정신을 성찰에 종속시키는 것을 강요하는 논리적인 방식은 미학적인 방식과는 잘 화합하지 못합니다. 미학적인 방식은 단독적으로 정신을 교육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당신께는 한 가지 일이 더 남아있게 됩니다. [논리적 방법을 통해] 당신께 직관이 추상으로 변화하였기 때문에, 당신은 이제 역으로 개념을 직관으로 바꾸고, 사상을 감정으로 전환하여야 합니다. 오직 이 방법을 통해서만 천재성이 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저는 당신 정신의 행보를 간략히 파악했습니다. 제가 옳게 보았는지 아닌지는 당신께서 스스로 가장 잘 아시겠지요. 당신께서 간신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왜냐하면 천재는 항상 그 자체로 가장 거대한 비밀이기 때문에) 당신의 철학적 본성이 사색하는 이성의 순수한 성과와 아름답게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첫 눈에 보기에, 통일성으로부터 출발하는 사색하는 정신과, 다양성으로부터 출발하는 직관하는 정신보다 더 큰 대립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색하는 정신이 순수하고 성실한 의미로 경험을 추구하고, 직관하는 정신이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지능과 함께 법칙을 추구한다면, 이 두 정신은 결코 서로 충돌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직관하는 정신은 오직 개체들에만, 사색하는 정신은 오직 종(種)들에만 연관됩니다. 그러나 만약 직관하는 정신이 비범하여 경험 세계에서 필연성의 성격을 찾아낸다면, 그렇게 해서 이 정신은 개체들을 항상 종(種)의 성격과 함께 만들어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사색하는 정신이 비범하여 경험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이 정신은 삶에 대한 가능성과 현실적인 대상과의 관계에 근거하여 종을 만들어내게 될 것입니다.

 

  제가 편지 대신 논문을 쓰고 있었군요 – 저를 가득 채우는 이런 강렬한 관심사들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이런 거울에서 당신의 이미지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기에 더욱 부탁건대, 이런 거울을 멀리하지 말아주십시오.

 

  모리츠의 단편을 큰 흥미를 가지고 읽었습니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이 글을 며칠 더 가지고 있겠다고 간청했습니다.) 거기서 매우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정말 쉽게 이상한 방향으로 빠질 수 있는 본능적인 방법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해줄 수 있고, 그럼으로써 규칙을 통해 감정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은 참된 기쁨입니다. 모리츠의 이념을 따른다면, 사람들은 언어의 혼란 속에서 점점 더 아름다운 질서가 발견됨을 알 것입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우리의 언어가 가지고 있는 결핍이나 한계를 발견할 것이고, 그러나 동시에 언어의 힘 또한 알게 되겠지요. 그리고 나서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언어를 사용해야 하고 왜 언어가 필요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디드로의 작품, 특히 첫 번째 권은 매우 흥미롭고, 이러한 주제를 유익하고 고상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글 역시 며칠간 제가 여기서 가지고 있겠습니다.

 

  새로운 잡지를 어서 출간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 잡지의 첫 번째 호가 당신의 마음에 든다면, 당신의 소설을 연재하실 생각이 있는지 여쭈어 볼 자유를 제게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당신께서 우리의 잡지에 소설을 연재하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언제쯤 될 것인지 결정하신다면 호의를 베푸시어 제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아내와 마찬가지로 제 친구들 역시 당신의 관대한 배려에 인사를 올립니다. 경의를 표하며 [회신을]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의

충실한 종

FSchiller.

 

 

  쉴러가 괴테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 이 편지에서 <소박문학과 성찰문학>의 기본 컨셉이 제시되고 있다. 괴테는 이 편지를 받고 27일에 보낸 답장에서 "이번 주에 있었던 제 생일을 위한 선물들 중 당신의 편지보다 놀랍고 기쁜 선물은 없었습니다. 그 편지에서 당신은 제 실존 전체를 사려 깊게 보여주었지요. 당신의 조언은 제가 제 힘을 꾸준히 그리고 활발하게 사용하도록 저를 자극했습니다."라고 쉴러의 편지에 감사를 표한다. 이 편지의 쉴러는.. 너무 귀엽다.. 진짜 오타쿠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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