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드하임은 뮤지컬신
2018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본문
2012. 12. 8 B팀 공연
지휘: 성시연
연출: 마르코 간디니
출연: 서선영(미미), 이원종(로돌포), 장유리(무제타), 최병혁(마르첼로), 우경식(쇼나르), 박기현(콜리네)
사실 라 보엠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한다. 푸치니 음악이야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데, 왠진 몰라도 보엠만큼은 정말 너무너무 재미가 없다.. 그냥 이 작품이 나와 안 맞는다고만 해두자. 이 텍스트를 가지고는 뭘 해도 재미없는 것만 나올 것 같다.
공연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연말용 분위기 내기로는 제 역할을 한다. 가수진들의 노래도 다들 좋았다. 가끔 읭?스러울 때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박수받을 만 했다. 지휘는 나쁜 평들이 많았는데, 나야 음알못 막귀라서 좋고 나쁨을 가를 수 없기도 하거니와 공연장에서는 괜찮게 들었다. 사실 내가 이 블로그에 쓴 모든 후기/감상들에서 그렇듯, 음악적인 면에서는 아는 게 별로 없어서 말을 아껴야만 한다!
하지만 연출! 연출에 대해서만큼은 이야기할 수 있다. 연출은 왜 그렇게까지 어수선했어야만 했을까? 막과 막 사이의 무대 전환은 민망할 정도로 느리다. 특히 1막에서 2막으로 넘어갈 때, 화려한 크리스마스 이브의 카페 모뮈스 분위기 내고 싶었던 건 알겠는데 좀더 영리한 방법은 없었던 걸까? 우당탕탕 소리는 끊임이 없고 심지어 합창도 아닌 가수가 혼자 노래를 하고 있는데 수레를 덜그럭대면서 퇴장시킨다. 어쩜 좋아. 3막은 번잡스럽고 4막에선 로돌포와 미미가 아닌 다른 조연 배역들은 어색하고 뻘쭘하게 서 있어야만 한다. 쇼나르와 콜리네가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로돌포와 미미를 단 둘만 있게 해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지들이 민망해서 야;; 나가야겠다;; 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해도 이 어수선함이 정리가 되질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아마 이 텍스트에 대한 개인적인 불호일 테다. .... 이렇게밖에 봐주지 못해서 미안함....
남은 것은 우경식 바리톤의 빛나는 미모다. 이 분을 국오 마농때 처음 봤는데 그 때 공연 끝나고 나와서 같이 간 사람들 모두가 브레티니 너무 잘생겼다!!!!!!!!!!를 외쳤고 지금까지도 일관적으로 계속계속 잘생겼다. 수염을 붙여도 잘생겼고 연미복을 입으면 걍 잘생겼고 개못생긴 해군복을 입어도 잘생겼고 우경식 돈조를 봤어야 했는데 ! ! ! 그의 천재적인 외모에 줄 수 있는 역할이 진정 쇼나르뿐이었을까! ! ! 앞으로 계속계속 무대에서 빛나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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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오 프로그램에 <윌리엄 텔>과 <마하고니 시의 번영과 몰락>이 있다. 뭐임 나머지 공연들이 마술피리랑 호프만이야기 헨젤과 그레텔이고 거기에 바그너 갈라까지 있어서 완전 독문과 맨이 국오를 장악해버린 것 같다. 가라 독문과 이렇게 조금씩 세상을 점령하는거야 허튼이 3년 뒤에 쓸데없는 오버스펙이 되지 않도록!
사소하지만 거슬리는 것: 국오 2019년 프로그램 책자의 <마하고니 시의 번영과 몰락> 소개글에 (브레히트/바일 작품이니까 당연히?) Verfremdungseffekt에 대한 언급이 있다. 공식 책자인데 "'이질적 표현(Verfremdungseffect)' 효과"라고 써 놨다. 저런 개념어 생전 처음 들어봄.ㅋㅋㅋ 뎅글리쉬도 뎅글리쉬지만 대체 이질적 표현 효과가 뭐죠?? ? 낯설게 하기, 소외화, 소격화, 소이화 등등으로 번역되는 건 봤어도..... 무슨 뜻인지 유추해낼 수는 있지만.... 제가 뭔 말 하는 줄 알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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