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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오펀하우스 취리히 <마술피리> 본문

오페라, 클래식

2007 오펀하우스 취리히 <마술피리>

허튼 2018. 1. 22. 01:03

*******오알못, 클알못 감상 주의********




지휘: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연출: 마틴 쿠세이 

출연: 크리스토프 슈트렐(타미노), 루벤 드롤레(파파게노), 율리아 클라이터(파미나), 마티 살미넨(자라스트로), 엘레나 모스크(밤의 여왕), 에바 리바우(파파게나) 



- 이런 제정신 아니구만! 끔찍한 연출이야! 소름이 돋는다고!

- 당신 마지막으로 오페라극장 가본 게 언제요? 뭐, 한 1960년?



카르멘은 차라리 친절한 연출이었다. 모차르트와 쉬카네더가 초글링마냥 방귀농담 똥농담에 자지러질 듯 웃으며 쓴 것만 같은 이 플롯을 쿠세이는 대규모 돌려까기의 장으로 바꿔놓았다. 이 마술피리에서 쿠세이는 그들의 무의식 속을 유영한다. 이를 위해 준비한 것: 인종차별 대사와 성차별 대사를 원본 그대로 남겨두기, 블랙페이스, 착취(성착취, 노동착취)의 현장, 사이비 종교.


최대한 짜맞춰보고자 한다. 적극적으로 오독해보겠다는 이야기다. 아래에서 제가 쓰는 것은 모두 제 뇌피셜이며 쿠세이의 의도와는 상관이 없음을 미리 알립니다.


무대는 익명의 건물 안. 벽에는 철제 문과 통로들이 여러 개 내어져 있고 인물들은 그 문과 통로를 통해 다른 방으로 갈 수 있다. 공간의 이동은 회전무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공간은 실존하는 공간이 아니다. 마술피리에서 배경을 꿈으로 만드는 건 유용하다. 빈약한 플롯들을 용서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지 싶다. 모차르트의 재기발랄한 서곡이 흘러나오는 동안 타미노와 파미나는 이미 결혼한 상태다. 폴리스 라인업을 배경으로 예복을 입고 키스하려던 이 커플은 돌연 라인업이 투사되는 천막을 찢고 나타난 의문의 힘에 빨려들어가 무대 뒤로 사라진다. 이제부터 시작될 이야기가 꿈 또는 무의식 속에서 펼쳐질거라는 암시를 주는 것이다. 


이 커플이 범죄자의 키를 측정하기 위해 만든 라인업 앞에서 결혼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는 이를 백인정상가정에 대한 직접적 비판으로 보았다. 파미나가 자라스트로를 처음 만나는 장면은 백인 커플들의 사교 모임 또는 자선회에서다. 자라스트로는 이 사회 그 자체 또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인물. 타미노와 파미나는 어쩌면 정상가정-자라스트로의 사회에 편입하고픈 인물들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인물들의 정의도 살짝 바뀐다. 가령 밤의 여왕은 파미나가 만들어낸 자신일 수 있지 않겠는가. 극의 초반에 파미나를 구해달라는 밤의 여왕의 호소를 들은 타미노는 밤의 여왕과 함께 눕는다. 섹스를 하는 모션이다. 거 아무리 정신놓고 연출을 했어도 아무런 떡밥 없이 아내의 어머니랑 자도록 연출하진 않았을 거고ㅋㅋㅋㅋㅋ, 밤의 여왕이 곧 파미나일 수는 있겠지. 밤의 여왕은 이후 모노스타토스가 파미나를 강간하려는 순간, 옆에 있던 냉장고(ㅋㅋㅋㅋㅋㅋㅋㅋ)를 통해 등장하며, 자라스트로를 이 식칼로 죽이라 암시를 주고 다시 냉장고로 퇴장한다. 냉동여왕은 결혼 전 우울증인 거다,,, 아님 뭐 경력단절 되고싶지 않은 파미나의 자아 뭐 그런 거 


파미나는 어머니의 마지막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고 자라스트로에게 넘어간다. 자라스트로는 밤의 여왕-여자가 게으르고 말만 많은 존재라며 여자를 멸시한다. 마치 파미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는 듯 말이다. 정상의 범주에 들어오라는 유혹이다. '인간'이기에는 몇 퍼센트 모자른 여성은 정상에 포함됨으로써 비로소 1인분이 될 수 있다. 자라스트로가 파미나와 타미노에게 주는 시련은 정상에 편입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된다. 백인 정상 가족이 '정상'이기 위해선 사회의 여러 존재들을 딛고 서야만 한다. 극의 가장 마지막에 타미노와 파미나 커플의 탄생을 알리며 밤의 여왕과 여왕의 세 시녀들, 모노스타토스는 불태워진다. 아니 심지어 모노스타토스가 스스로 불을 지른다! 그리고 자라스트로의 부하들은 불타는 그들과 그들의 방 문을 닫음으로써 그들의 존재를 가리고 지워버린다. 


모노스타토스. 전에 봤던 메트 마술피리는 모노스타토스를 백인으로 바꾸고 "검은"이 연신 나오는 대사들도 삭제했다. 그게 내 첫 마술피리였기 때문에 이게 이렇게 인종차별적인 거였는지 몰랐음;; 이런 식으로 차별적인 면을 삭제하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 방법이겠지만, 쉽고 단순한 길이긴 하다. 자칫 "뭐?! 인종차별?! 이 극에는 원래부터 그런 거 없었어!"로 갈 수도 있으니까. 쿠세이는 이 극의 인종차별적 요소를 직접 대면한다. 그것도 가장 명확한 블랙페이스로 말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기왕 적극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읽어주기로 했으니 일관성 있게 그렇게 해주자면, 쿠세이는 마술피리를 엄청나게 싫어한다. 너무 싫어해서 혼자만 싫어하고 싶은 게 아니라 관객까지 이걸 싫어하게 만들고싶은 것임. 실드와 보정을 치덕치덕해서 봐주면 결과적으로 이 극 안에서 이뤄진 백인정상가족까지 극혐하게 만들고싶었을 수도 있다. m22 지오반니에서 란제리모델들을 데려다놓고 속옷만 입혀 다 벗긴다음 그냥 마네킹처럼 소비한 전적이면, 블랙페이스도 그런 맥락에서 일부러 쓴 것일수도 있지"백인 사회에서 범죄자는 흑인이지!" 이런 냉소로 올렸던 거 아닐까? 욕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쿠세이가 이번엔 욕 먹어본 경험을 십분 살려본 거라는 결론을 냈다. 이 사람 관상을 보면 욕먹으면서 낄낄대고 좋아할 상임ㅋㅋ 쿠세이가 백인남자라는 사실을 잠깐 잊고 봐주면 그렇다는 말이다.ㅋㅋㅋㅋㅋㅋ 흑흑 님이 유색인종 여자였으면 내가 진작에 빨았을건데....... 게다가 이거 올라온 게 스위스 취리히임............ 거 오페라극장 안에 홍인 제외 유색인종이 몇명이나 됐겠냐. 

 



이건 그... 세 소년들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미노와 파파게노에게 마술 피리와 마술 종을 돌려주는 장면. 파파게노가 존맛 음식들을 마구 먹는 바로 그 장면이다. 이걸 아동착취를 묘사했다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긴 하다. 이 장면 후에 세 소년이 다시 나올 땐 완전 말끔한 고위층 자제분들처럼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장면의 무대는 특히 좀 좋았다. 


무대 귀엽고 나름의 미학이 있어서 좋다.ㅋㅋㅋㅋ


신의 와인 코카콜라를 처음 먹어본 파파게노


자라스트로가 만들어 낸 아동착취의 현장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코카콜라다. 그냥 농담으로 넣은 걸수도 있지만. 닭털 뽑는 세 소년들은 이 무대에서 완전 자라스트로의 사이비 종교 건물 지하에서 음식 만드는 애들같다구. 닭털 뽑던 어린아이들이 나간 자리에서 통조림, 훈제 터키고기, 코카콜라를 먹는 파파게노. 그리고 그런 것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어떤 이상함도 느끼지 않은 채 자기 생각만 하고 있는 타미노. 아, 뭐, 아님 말고.



여자에겐 남자가 필요행


신의 와인을 마시고 취해버린 파파게노는 지 상상속의 키크고 늘씬하고 예쁜 여자들을 막 만들어낸다. 막 여기선 너무 친절하게 여러분 얘 엄청 빻았죠~~?? 하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게 뭔 소린지 예상조자 안 가는 씬이 있었는데






마지막 시련임. 파미나랑 타미노가 탄 차를 들어서 물속에 넣어버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를 자라스트로의 사이비 신도들이 프로젝터로 지켜보고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뭔 소리야??????????????? 뭔 소리냐고??????? 



그리곤 혼절해버렸는데 실려와서 자라스트로의 주례 하에 결혼시켜준다.



자라스트로의 공인이 있은 후 다시 선 무대 앞 스크린에는 폴리스 라인업이 없다. 이제 얘넨 범죄자가 아님. 왜냐면 정상의 범위에 들어왔거든! 깔깔! 



보는게 초반엔 카르멘보다 재미가 없었는데 냉동여왕이 냉장고에서 등장하자마자 핵유잼됐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라스트로를 사이비 교주로 놓고 보니까 더재밌어졌다. 밤의여왕이 준 식칼로 사이비 교주 찌르고 타미노 구하는 서사였으면 쿠세이 발닦개 되었을텐데 정상가정에 편입해버렸음 흑흑 그게 원래 텍스트니까 어쩔수없지 머........


다음 후기는 아르농쿠르와 함께한 03짤츠 티토의 자비. 아니 가랑차가 밤톨 뿌스러기같아서 정말 너무 귀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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