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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빙겐 교환학생] 미용실에 관하여 다른 교환학생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 본문

사담/2017 튀빙엔 교환학생

[튀빙겐 교환학생] 미용실에 관하여 다른 교환학생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

허튼 2018. 1. 17. 07:51

한국은 참 괴상한 나라라는 생각을 여기 와서 자주 합니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일까요? 모든 서비스업의 가격이 독일과 비교했을 때 싸고 가격에 비해 좋은 퀄리티를 유지합니다. 행정처리가 우리나라정도면 쉽고 간단한 거라는 깨달음을 얻었구요, 한국이 인터넷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 갓갓국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 정말 이상한 나라죠. 식재료는 비싼데 식당에서 만들어주는 밥은 (비교적)싼 나라구요. 질낮은 식재료를 질낮은 길거리 음식이나 임비스에서 사용하는 건 한국이나 독일이나 도찐개찐일텐데 말이에요. 한국은 사람을 갈아넣어 만든 나라기 때문이겠죠. 여튼 사람이 들어가는 일은 독일보다 한국이 낫습니다. 물론 제가 소비자일 경우에만요. 한국이나 독일이나 이상한 사람이나 차별주의자는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제외합니다.


미용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미용실을 총 네 번 가봤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숏컷이기 때문에 1년동안 네 번이면 정말 많이 참은겁니다. 원래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최소 5주에 한번 다듬어줘야 한다구요. 참다참다 더이상 못봐주겠다 싶을 때 거진 이소룡이 다 된 몰골로 미용실에 가곤 했습니다.


이 비참함 정말 별로 맛보고싶지 않나이다 


남자 머리는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그분들도 그분들 나름의 고통이 있겠지요,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로 교환학생 오시는 여성분들 중 숏컷이나 투블럭을 하고 계신다? 여러분의 잘생쁜 머리에 미리 작별인사 하십시오. 한학기면 좀 괜찮을 수도 있겠는데, 1년이면 더 애도할 시간을 길게 가지셔야 할 겁니다. 


여성 숏컷/투블럭인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가능성은 제 경제력이 제게 준 시야 안에서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원상유지를 위한 커트만 할 때 기준입니다.

첫째, 15유로 안팎의 디그레이드 버전 블루클럽 퀄리티의 미용실에 간다. (학교 마트리큘레이션 할 때 쿠폰 줌. 이거 쓰면 12유로^0^)

둘째, 20~30유로 사이의 블루클럽 퀄리티의 미용실에 간다.

셋째, 45유로 안팎의 미용실에 가서 샴푸+커트+드라이를 받는다.


돈 많으면 그냥 비싸고 잘 하는 데 가십시오. 이 분들은 저 대신 예쁜 머리를 유지해주셔야 합니다 꼭. 하지만 본인은 가난한 대학생이다, 돈이 없다, 어쩔 수 없습니다. 디그레이드 버전 블루클럽에서 여러분의 잘생쁜 숏컷/투블럭에 작별인사를 하십시오. 님들이 만약 첫 번째 옵션을 골랐다면 미용실을 나오는 순간 님은 데이빗 보위나 김병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DNA에 보위병지컷의 유전자가 들어 있습니다. 제 증오에 찬 글이 보이시지요? 병지컷이 싫어서 뒤를 조금만 더 잘라달라고 하면 영원히 위로 올라가는 뒷머리 라인을 만나게 될 겁니다. 두 번째 옵션이 이겁니다. 첫 번째 옵션을 골라 병지컷을 하든가, 두 번째 옵션을 골라 영원히 뒷머리를 깎아내던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저는 샴푸+커트+드라이에 들일 45유로는 없어서 세 번째 옵션은 안 해봤는데 저긴 블루클럽보단 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한국 체인 미용실에서 선생님에게 커트 받는 정도랑 비슷할 것이라 예상해봅니다. ㅋㅋ 하지마!!!!!!!!!! 님들 여기 숏컷이나 투블럭 하고 오지 마!!!!!!!!!!!!!!!! 투블럭할거면 바리깡사오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예쁜 스타일을!!!!!!!!!!!! 지켜줘!!!!!!!!!!!!!!!!!!!!!!!! 미용실 추천을 바라고 들어오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다만 한 군데는 필사적으로 피하십시오. Nekarbrücke에서 Wilhelmstraße쪽으로 올라오다 보면 있는 Hair Point라는 데 있는데 거기만은 피하셔야 합니다. 거기는 한국인 모발도 못자르고 독일인 모발도 못 자름. 최근에 플랫메이트 거기서 머리자른 거 보니까 거긴 안되겠더라.. 자리빨임.

여기 미용사분들이 전부 못 자르는 건 아닐 겁니다. 그 분들의 프로페셔널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그냥 동양인 모발이 여기 사는 대다수 사람들이랑 좀 다르니까 자르기 까다로워서 그러는 것이겠죠. 아 근데 동양인 짱 많이 사는 동네에 있는 베를린 미용실 나한테 왜 그랬냐. 한국 미용사분들이 잘 자르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몰랐는데 이 분들은 제 모발을 가지고 예술을 하고 계셨더라고요.





이렇게 또 예비 대졸 저임금 노동자가 기형적인 한국의 노동력 착취를 보며 애국심을 얻어간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나도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이상하다는 것만 알겠음. 내 입장이 소비자에만 머문다면 이렇게나 좋은 나라가 없다. 미세먼지 빼고.

독일 진짜 싫을 때가 가끔 있다. 머리 잘라야 할 때도 그렇고 예를 들면 부터브레첼에 가리(초밥이랑 같이 나오는 저민 생강)를 끼워서 판다던지 그럴 때.. 독일 넷플릭스에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5가 6개월동안 업데이트가 안될 때.. 릭앤모티 시즌 3이 아직도 업데이트가 안 돼 있을 때.. 그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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