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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05 빈 부르크테아터 <돈 카를로스> 연극 실황

허튼 2016. 5. 10. 02:24

일단 보기는 봤는데 시험이 코앞이라 긴 후기는 나중에!
연극이라는 '무대예술'이라고 하기엔 모자라다. '영상예술'을 남기기 위한 연극인 듯 보였음.
그러나 무대는 굉장히 인상깊었다. 마드리드의 궁 안을 하나의 거대한 정신병원으로 만든. 그리고 그 안에서 주요인물들인 펠리페, 엘리사베타, 카를로스, 포자, 에볼리를 주변인물들-특히 그랜드인퀴지터가 언제나 관찰할 수 있는 무대. 중간중간 화면으로 나타나는 감시카메라의 시선들, 얼굴은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고무장갑을 끼고 청소하는 인부, 터번을 두르고 등을 돌린 채 모든 것을 엿듣는 사람, 등을 보이고 누워 자는 척 하지만 그 방 안의 모든 걸 알고있는 사람. 바로 그, 그랜드 인퀴지터의 시선이 가장 섬뜩했다.
초반의 포사는 영 납득이 가질 않았는데, 독대 씬 이후로 이해되기 시작했고. 극의 초점은 펠리페에게 집중되어 있음. 펠리페 역의 스벤-에릭 베흐톨프가 열연을 펼친 점도 있고.. 이분 오페라 연출도 보고싶네 정말.

긴 얘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캡쳐부터 투척.

좌측부터 도밍고, 뒷편에 레르마, 시종, 앞쪽에 펠리페, 알바.
무대 앞쪽과 뒷쪽을 갈라놓는 유리창문은, 관찰자의 시선을 열어두지만 동시에 소리는 차단한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자주 이렇게 무대를 감시카메라의 전지적 시점으로 잡아준다. 정신병동처럼 배치된 2층침대들. 그 곳에서 포사에게 체포당하는 카를로스.
실러는 카를학교 당시 심리학으로 의대졸업논문 쓸 정도로 공부하지 않았던가.... 이 무대 위 병동은 베르디오페라 <돈 카를로>가 종종 "심리드라마"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광고되는 것과도 큰 상관이 있겠다.

독대씬에서 "사상의 자유를 허락하소서!" 이후 포사에게 장난스러운 척 가벼운 척 시비터는 펠리페. 놀라는 포사.

엘리사베타가 (스포)해서 피를 흘리고 쓰러진 뒤, 진정제 한 앰플을 전부 들이킨 펠리페... 무릎베개......

로드리고를 따먹는 펠리페

여배우의 그랜드 인퀴지터. 최종보스... 신권 앞에 무릎꿇은 대제국의 왕권. 이 씬 최고였다.


어쨌든 이 프로덕션 굉장히 재밌게 봤다. 카를로스의 열병이 로드리고에게 옮겨오는 걸 보는 것도 재밌었고. 다만 카를과 포사가 단둘이 만나는 장면에서 얘네는 지들이 '연극 무대'를 찍고 있는건지 영화를 위한 연극을 하고있는 건지 잊어버렸음. 졸라구렸다 진짜 오스트리아트레쉬였음.

얘들 이러고있는데 진짜 ㅈ구리다 누가 이런거 생각했냐 종교재판감임

세세한 후기는 시험끝나고 쓰도록 하고, 우선 감상은 여기까지만. 보기 전에 이 딥디 리핑해서 막별로 장별로 다 자막 달고 있는 나를 오천만번은 상상했던 것 같은데 막상 다 보고나니까 별로 그러고싶진 않고 펠리페 나오는 씬만 모아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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