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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한 인생 본문

사담/2022 ~ 박사과정

황급한 인생

허튼 2023. 10. 26. 00:06

 

1짤요약. "젠장 ... 왜 난 그렇게 헛된 시간을 ... "

 

2023년 7월 2일에 다음과 같이 써두고 비공개로 올려놨는데, 10월 25일이 된 오늘에야 다시 이어써보려 한다.

 

출국 준비중.
  석사 졸업하고 2년이 지났다. 그 2년 간 나는 정말 여러 마감들에 쫓기며 놀지 않고 황급한 인생을 살았는데, 손에 남는 게 어쩜 이리도 없고 왜 계속 마감에 쫓기기만 하는지 어이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바쁘지 않았을 테고, 바빴다면 무언가 결과물이 남아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황급 황망 황당한 인생... 나도 정말 이렇게 허둥지둥 살아가고 싶지 않았건만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어째서 이렇게 매번 황급히 눈 앞에 닥친 것들만을 치우며 살아가는 건지. 모든 일을 이런 식으로 황급히 하다 보니 결국 제대로 완수되는 게 거의 없는 거 아닌지.  출국이 일주일 남았는데도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고 공연히 분주하기만 하다. 장학금은 커녕 심지어 입학허가서도 아직 안 나왔으니 원.

최근엔 정말 심정을 참담하게 후벼파는 코멘트를 들었다.

 

 

  .......까지 쓰고 그 뒤에 이어질 인용을 문자화함으로써 차마 마음을 한 번 더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글 자체를 그만두었던 것 같다. 한국 교수님의 한마디였는데: "넌 석사 마치고 2년이 넘었는데 어떻게 발전한 거 없이 수준이 그대로냐. 남 욕할 거 하나 없다, 너도 똑같아." 그러게요. 그래서 앞으로는 남한테 공부 갖고 뭐라고 안하려고요. 제가 뭐라고. 저때는 정말 모든 일에 구멍이 숭숭 나 있어서 이런 말을 들을 만도 했다. 하지만 마음에는 참 오래 남네. 내가 쓰레기같았다는 상황맥락은 연해지고. 

 

  나도 참 잘 안다. 석사논문 쓰면서 읽었던 거 이후로 새로 추가된 인풋이 전혀 없었다. 그냥 그 뒤로 계속 아웃풋만 있었다. 독일 지도교수 물색에 번번이 떨어지는 장학금 지원에 뭔 안되는 실력으로 학회발표도 한다고 새 공부를 시작해야하는 시기에 다른 데 정신을 팔았다. 무려 2년 간! 머리에 든 것도 없이 뱉어내기만 한 거다! 이론공부를 했어도 그냥 깡으로 작품들만 읽었어도 지금보단 나았을텐데. 그냥 냅다 바로 독일에 나왔다면 적어도 독일어라도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후회들만 하고 정작 그 시간에 공부는 안 한다. 결국 혼자서 변명한다. 시간을 쪼개 쓰지 못하는 게으른 사람이라 그랬다고. 그리고 그 공백을 사무치게 느낀다. 이게 바로 물석사라는 거구나. 정대만은 양아치생활을 하고 앞니 두 개 없이 돌아와도 체력만 파김치지 3점슛 쏘면 들어가는데 난 만화 캐릭터가 아니니까. 무능이 그대로 까발려진다. 그리고 요즘따라 무척이나 자주 함께 떠오르는 두 번째 코멘트: "인생사 진인사대천명이라지만, 넌 진인사가 안 된 케이스지."

 

  그런데 도대체 어디까지 하는 게 진인사였을까? 번아웃의 좋은 대역어인 소진은 같은 진을 쓴다. 내가 그 때 진인사를 하려 들었다면 과연 난 끝내 독일에 나올 수 있었을까? 자해만은 않됫!! 하고 급하게 잡은 심리상담, 상담실에 들어가서도 조교일 해야된다고 상담사 앞에서 줌 켜놓고 출석체크하던 코미디는 그때도 우스웠지만 지금은 더 우스운 당시의 단면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게 지금 유난히 유약한 "요즘 애들의 정신상태"인걸까? 그러게, 옛날 사람들은 밥 굶는 와중에 시위도 나가고 공부도 하고 술도 먹고 연애도 결혼도 하고 애도 가졌는데 세대가 지나면서 하자인간들만 점점 늘어났나보지. (사실 그때 공부했던 남자들은 결혼이 많은것을 해결해주었을 것이다만.ㅋㅋㅗ) 그래도 그 하자 많은 정신상태를 가지고서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한국에 있을 때부터 이미 박사를 무사히 마치는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는데도 꾸역꾸역 나와서는... 뭐 이런 건강에 참 안좋은 생각들만 빙글빙글 돈다.

 

   아무튼 학회 끝내고 황급한 인생 청산하려고 했는데 또 2월 중순까지 발표문 논문화하래서 다시 황급한 인생 됐다. 미친. 도대체 언제쯤 시간을 쪼개서 쓰고 밀도 있게 쓰고 퀄리티 있는 인생을 계획대로 살아볼 수 있을까 모든것을 엉망진창 미루고 대충하고 가라로 해치우는 삶 싫어~ 근데 내 인생의 모든 부분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 같아 이미~ 젠장 왜 난 그렇게 헛된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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