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클래식

2018 바이에리셰 슈타츠오퍼 <카르멘>

허튼 2018. 2. 19. 08:18


지휘: 카렐 마크 시숑

리나 베르트뮐러의 프로덕션을 따름

출연: 엘리나 가랑차(카르멘), 브라이언 히멜(돈 호세), 골다 슐츠(미카엘라), 알렉산더 비노그라도프(에스카미요)




또 다시 시작된 존재의의 찾기.


텍스트에 충실한 프로덕션들은 언제까지 비슷비슷하게 복제될까? 1875년에 이게 초연됐을 때부터 2018년까지 수많은 전통적 프로덕션들이 나왔을 텐데 왜 계속계속 생산되는걸까? 그 복제품들에는 각각의 서로 다른 의미가 들어있을까? 들어있다면 대체 어떤걸까?

이 프로덕션 연출은 거부감 없는 무난한 카르멘. 특기할만한 점은 없다.


그리고 한편 드는 다른 생각, 지난 달 공연되었다던 피렌체 무스카토의 카르멘. 정확히 어느 부분이 어떻게 바뀐 것인지 알 수 없는 까닭에 얕은 추측밖엔 할 수 없지만, 만일 그 프로덕션이 이 작품의 다른 부분은 똑같이 내버려두고 결말 부분만 바꾸었다면 그것은 대체 어디가 어떻게 "페미니즘적 변형"이라는 것일까? 다른 부분이 예전과 똑같다면, 특히 미카엘라와의 성녀-창녀 이분법이 견고하다면, 단지 결말에서 카르멘이 호세를 죽였다는 이유만으로 페미니즘적으로 해석될 수 있을까? 정당방위였다곤 해도 결국 살인을 했으니 재판을 받았을 것 아닌가? 눈앞에서 사람을 쏜 카르멘이 재판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이전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었을까? 어쨌거나 호세의 잔영에 매이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 결말 외의 다른 씬까지 바꿨는지 확실하지 않아서 무의미한 생각에 가깝지만 말이다. 리나 베르트뮐러의 이 프로덕션이 신기했던 건 억지로 원작을 바꾸지 않았으면서, 카르멘에게 자신만의 서사를 확고히 부여해준 점. 그래도 아직은 존재 의의까지는 잘 모르겠다.



나 스스로가 이것의 존재 의의를 불투명하게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좋았던 것은 전부 가수들 덕분이다. 모든 캐스팅이 참 좋았다. 에스카미요 역 가수 키가 15센치만 컸어도 흠잡을 데 없었을텐데. 브라이언 히멜 진짜 잘하는구나!!!!!!!!!! 이번 교환학생 기간동안 잘나가는 테너 공연 몇 개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 히멜이 가장 멋진 목소리와 멋진 성량을 가졌다. 막귀라서 극장탓인지 자리탓인지는 모르겠다. 테너 퀄리티가 가장 좋았던 공연이었다. 사실 나는 안어울리게 크리스탈클리어한 테너 목소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히멜은 그런것도 아니면서.. 크리스탈클리어랑은 백만광년쯤 떨어져 있는 것 같으면서 좋다. 흑흑. 작년연말올해연시 운터덴린덴 베교 9번 갈 걸.

미카엘라 역의 골다 슐츠는 왠지 어디선가 본 것 같았는데 메트 마술피리의 파미나였다. 그 때도 되게 사랑스러웠는데 여기서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연인이다. 돈호세 지 팔자 꼬는 데 재능있다. 바람피는 남자 머리채 안 잡는 미카엘라 진정한 성녀의 표본 하하^^*

그리고 전에 도마셴코 카르멘 글에도 썼는데, 가랑차는 치명적인 카르멘과는 거리가 멀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가랑차에게서는 숨길 수 없는 건전함이 뿜어져 나와서.. 이 사람은 사랑도 연애도 너무너무 건전하게 할 것 같다. 카르멘 캐붕 아닌가요? 그리고 그 탬버린 춤 노래방에서 추면 단번에 인기스타 될 듯.

이 모든 무대를 튀지 않는 안정적인 지휘로 끌고간 마크 시숑도.



+커튼콜 이렇게 많이 불러내도 될까 싶을 때까지 불러냈는데 관객들 그걸 좀 즐기는것같아서 나도 끝까지 즐겨보았다.

++아니 이 양심없는놈들은 시야방해석이면 그렇다고 말을 해줘야지 기둥을 왜 그딴데다 박아놓냐. 내가 예매창 들어갔을 땐 나랑 같은 열 좌석 다 빠져있어서 내자리가 같은 열보다 한등급 낮은 가격인지도 몰랐다. 표 다 사고 극장 싯츠플란 보고나서 알았다.

+++교환학생 하면서 가 본 유럽 오페라극장들 중에 화장실에서 남자로 오해하는 눈총 안 받은 유일한 극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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