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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노르웨이 국립오페라 <라 보엠> 본문

오페라, 클래식

2012 노르웨이 국립오페라 <라 보엠>

허튼 2019. 2. 4. 14:45




지휘: 아이빈드 굴베르그 옌센

연출: 슈테판 헤어하임

출연: 마리타 솔베르크(미미), 디에고 토레(로돌포), 제니퍼 로울리(무제타), 바실리 라드주크(마르첼로), 에스펜 랑비크(쇼나르), 지오반니 바티스타 파로디(콜리네), 스벤 에릭 사그브라텐(베누아, 알친도로, 파피뇰 / 죽음)


2019 첫 오페라 스타트를 이걸로 끊었고 나는 너무 슬퍼버리네



  크리스마스 시즌에 제일 잘 나가는 오페라 작품은 단연 <라 보엠>이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런지 전세계적으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간 크리스마스 이브 하면 라보엠이고 라보엠 하면 크리스마스 이브고 그렇지 않던가. 처음부터 죽어가던 미미가 결국 죽어서 끝나는 희망없는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왜 이 오페라를 크리스마스 시즌에 팔아대는지 알 수가 없다. 이 프로덕션에서 헤어하임은 출구 없는 연출로 그 알 수 없음을 훨씬 심화시킨다.


  헤어하임은 서곡이 흘러나오기 전부터 미미를 죽여버린다. 서곡 이전의 무대는 사뭇 연극적이다. 이후 보헤미안들로 열연할 가수들은 이 회상극 바깥에서는 병원 인력들로 활동한다. 청소부, 의사, 간호사 등으로 말이다. 로돌포는 미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 순간부터 회상(또는 환상)이 시작된다. 진짜 환장하겠다. '그대의 찬 손'을 환자복 입고 병상에서 쓰러져버린 미미 손 잡고 부른다. ㅠㅠ

  극이 진행되는 내내 병실 소품들과 조명은 싸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기에 결정타를 날리는 것은 집주인 베누아, 무제타의 나이든 애인 알친도로, 장난감 행상 파피뇰로 이어지는 죽음의 모습이다. 매부리코를 한 이 관념캐는 보헤미안들과 미미를 끊임없이 쫒아다니며 항상 죽음을 상기시킨다. 본격적으로 극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미는 이미 병상에서 죽어버렸으므로, 이 죽음이 보헤미안들을 따라다니고 바라보며 이죽대는 것은 물론 개연성이 충분하다.


  그런데!!ㅠㅠ!! 그런데 라 보엠을 이렇게까지 했어야 할까?ㅠㅠ?? 사람들이 이걸 왜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고싶어하겠어, 집세를 몇 달째 못 내고 밥은 굶어도 사랑은 할 거고 내가 하고픈 건 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짓거리들이 비록 폣병걸린 여자의 죽음으로 끝나더라도 따뜻함 속에 막을 내리는 걸 보며 정신마약 하려고 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 프로덕션은 너무 출구가 없다. 그것이 이 극의 비극성을 극대화시켰을지는 몰라도, 여튼 1월 1일 연초에 첫 오페라를 이걸로 개시한 사람한테는 너무 충격적 팩폭임. 아~~~~~~ 꿈도 희망도 없는 멘탈브레이커 헤어하임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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